전화하는 동안 죽어간 까치..

손승연2006.10.16
조회2,679

 

 

 

오늘, 점심시간에 집에 다녀오는 길에,

항상 넘어다니는 동네 뒤 야산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어디서나 볼수 있는 까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건지, 헐떡거리면서 날개를 펄럭이는데,

'좋지 않은 상황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곧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죽겠다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바라보기 힘들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어디가 다친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에 달랑 교회 건물 하나 있는 우리 동네에,

뛰어갈 만한 거리안에는 동물병원이 없었습니다. 

 

119에 전화하자니, 과연 구급대원이 출동할 일인가 싶었습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위급한 상황이 아닌 신고전화들 (예를 들면, 현관 문이 잠겼다거나,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서 안내려온다 거나, 등등..) 때문에 정말 위급한 상황에 

119 대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 하지만.... 20분후, 전 이 판단을 정말 후회하게 됩니다.

 

114에 전화했습니다.

새가 길가에서 죽어가는데, 어디로 전화하면 될까요- 했더니,

구청으로 연결하더군요. 처음 전화 받으시는 분이

구청 건설과로 다시 연결 했습니다. 여기선 다시

환경 보호과로 연결했습니다.

 

"새가 죽어가는데요, 어떻게 해야됩니까?"

-무슨 새가요?

"까치 같은데요.."

-...

"여보세요?"

-까치같은건....보호조류가 아니기 때문에 출동하기 힘들겠는데요.

"..그럼 그냥 두라는 이야긴가요?"

-글쎄요..

"그렇다면 조류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나 민간단체 알고계시는 곳 없으신가요?"

-보호단체라....음...잠깐만요.. 000-000-0000로 걸어보세요. 

 

 

 

구청 환경보호과 라는데서는,

보호 조류가 아닌 조류에 대한 출동은 하지 않는다는걸처음 알았습니다.

그 와중에 까치는 거의 몸부림을 치더군요. 정말 보기 힘들었습니다.

차마 쳐다보기 힘들어서 뒤돌아 서서 전화를 했습니다.

 

 

-조류 보호XX입니다.

"새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하죠- 급합니다."

-아 그래요?..잠시만요..

"급합니다. 빨리도와주셔야 되요!"

-어디신데요?

"XX동에 XX대학 뒷산인데요"

-아..그런데 지금 저희 출동 차량이 정비들어갔거든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글쎄요..

"가만히 두란 소린가요?"

-저희도 어떻게 해드릴수가...

"아니 차가 없다는게 말이 되요?"

-정비 들어갔다니까요.

"그럼 출동하시는 다른 분들은 없어요?"

-다른 분들은 다른 차량을 타고 출동을 나가셨고,

 지금은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네요.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조류보호 협회라는 곳에서?"

-정비에 들어간 차량을 빼올수는 없잖아요.

"그럼 출동하시는 분 핸드폰이라도 알려달란말이에요!!"

-...000-000-0000요.

 

조류보호협회라는 곳에선,

출동할 예비차량은 준비하지도 않고, 차량정비를 하는 곳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알려준 그 번호는 전화를 안받더군요.

 

 

 

이렇게 한 20분이 지났습니다.

까치는 제가 한곳에 계속 서서,

자기만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전화를 해대니ㅡ 위협을 느꼈는지,

숨쉬기도 힘든녀석이 풀숲에 숨어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결국은 119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9에선 구청에 전화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보호조류가 아니라 출동할수 없다고 합니다- 했더니 위치가 어딘지 말하라고 하여,

그렇게 신고가 됐고, 동네 야산 등산로이지만, 정확히 어딘지 말하기 힘든위치에 있어서,

구급대원님들이 찾아오실때까지 10여분이 더 걸렸습니다.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데,

까치가 드러누워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미동조차 않았습니다.

잠깐동안,전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전 새가 그렇게 죽는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오셨고, 보시더니..

"이미 말라버렸네요.."

차라리 들고 뛰지 그랬냐고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요.

 

 

정말 그랬다면 살수 있었을텐데..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제 미숙한 판단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새들은 절대 다른 동물(사람포함)이 다니는 곳에서 죽지 않는다고 알고있습니다.

오늘의 장소는 동네 사람들이 산책로로 너무 자주 이용해서, 길이 나버린,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큰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급대원님들이 길 한켠에 땅을 파고, 묻어주셨습니다. 출동한 대원님들이 5명이셨습니다.

너무 죄송해서..'수고 많으셨습니다' 한마디 외엔 아무말씀도 못드렸습니다.

 

 

 

돌아오는길에 통화했던 한 대원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출동해주셔서감사합니다.

이런사소한일까지신경쓰

시기힘드신건알지만..

도움을청할곳이아무곳도

없더군요.정말 감사합니

다.계속힘써주세요.정말

감사합니다.

 

곧 답장이 왔습니다.

 

저희119에 관심을 갖어주셔

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국민

곁에 다가가도록 노력하겠

습니다.

 

 

 

 

 

 

 

 

 

 

 

 

 

 

 

이젠 그 산길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