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다되어가는 도시에선 늙은노인이 일을한다.

박해진200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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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문화생활이 편한만큼

그 만큼의 불편함과 고단함이 곁들어져 있는 것 같다

 

학교에 가려고 백병원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교통난이 심각하다

아침부터 매연냄새에 크락션 울리는 소리는 정말 짜증이 날 정도다

그게 매년 일어나고 있었을텐데도 도로를 확장한다던지

아님 주자창을 만든다던지,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매번 있는 일이려니 하지만 엠뷸런스 차가 밀리는 교통난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그저 평범한 차처럼 기다리는 거 보면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오곤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11시가 넘어서 개금 종점에서 내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달그닥 소리가 나서 쳐다봤더니

어느 한 할아버지가 리어카에 하얀 바케스 4개를 싣고

집 앞에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옮겨 담는 것이다.

할아버지에겐 그 것이 직업일 것이다.

복장도 그 직업을 말해주고 있었고

그 악취를 맡아가며 왜 일을 해야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먹고 살려고?

그만큼 일하지 않으면 못 먹고 사는 게 도시란 말인가?

몰인정하고 차디찬 도시에선 12시가 다되어 가는 시각에

할아버지가 악취를 맡아가며 이집 저집 앞에

널려있는 것들을 옮기는 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야 하는 것일까?

내가 그 것만 본게 아니다.

한 번은 신호등에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주위에 눈치를 보며

전봇대에 광고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이 것 또한 그 할아버지에겐 직업이겠지.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줄 곧 촌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몰랐지만

어느 한 친구가 전학와서 이 곳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멋쟁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 때는 이해도 못했고, 막상 웃길 따름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곳에 발을 들이고 나서 정말 그렇게 보였다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일을 하러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 이 곳에는 마을회관도

경로당도 별로 없는 듯 하다

노인들을 위한 자그만한 공간이 없다는 건

문화혜택이 좋은 도시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아닌가?

도대체 뭐가 좋아서 다들 도시로 나오는 걸까?

돈을 벌려고? 아님 보다 낫은 생활을 하려고? 뭐 때문에

더러운 곳에 손 담아가며 구부정한 허리로 일을 해야된단 말인가?

 

사계절 내내 매연냄새가 나는 도시보다

봄에는 꽃냄새, 여름에는 풀냄새,

가을에는 벼냄새, 겨울에는 소나무향이

나는 경치 좋고 편안한 촌에서 생활이 더 편하겠다

사계절 내내 인상찌푸려질만한 일을 할빠에는

마을회관도 경로당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 곳에서 사람의 정을 느끼며 생활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

농사일이 힘들어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인다

죽어라 막노동 해도

이 곳의 사람들은 벌써 내일을 두려워하는 얼굴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먹고 살기 편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경제적인 지위를 꿈꾸기도 할 것이고,

만인이 알 정도의 유명세를 떨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런 욕심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내가 그 만큼의 나이가 되면

지위? 유명세? 차라리 편안하게 살다가는 쪽을 택하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지 하는 몰인정한 말 말고

동정이라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정도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 그 것을 느끼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