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과 살면

작은숙녀200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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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당신과 살면 나 당신과 살면 나 당신과 살면 나 당신과 살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그리고 당신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줄거지.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다리를 베고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장작불을 지필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나는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당신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