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김영종20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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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천황산 갈대밭, 설악의 단풍 절정... 내소사 입구 침묵의 자연...
이 가을 제대로 만끽하고들 계신가요?
가을 별미 소개 업뎃이 좀 늦어졌습니다.
가을하면 이것 저것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아
매일 고민만 하다 이리 되었지요. ^^;; 죄송~



햇콩으로 만든 맛있는 두부, 살이 올라 먹을 게 많은 갈치... 탕 맛이 기막힌 삼식이...
다 뒤로 하고 나를 최대의 고민에 빠지게 했던 낙지로 결국 낙찰을 봤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낙지 맛을 잘 모른다.
바닷가 출신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낙지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는 탓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입장에선
산낙지 자체에 아직까지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옛말에 의하면 낙지는 비실거리는 소도 살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한다.
저칼로리 음식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억제시키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 되어 있고, 이 타우린은 시력을 회복시키고 빈혈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몸에 좋다니 일부로라도 낙지를 많이 먹어야 겠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실비집의 낙지볶음. 간혹 양념 재활용의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지만
화끈한 맛에 사람들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 무교동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낙지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낙지전문식당이 즐비하다.
회사 밀집 지역인 무교동에 낙지집이 생긴 때는 1960년 즈음이다.
무교동 낙지의 대표 주자는 뭐니뭐니 해도 죽을 만큼 매운 고춧가루를 이용한 낙지볶음이다.
플라스틱 하얀 접시에 시뻘겋게 담긴 낙지볶음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무교동 낙지볶음의 그 매운 맛을 잠깐 상상해 보자.
칼칼한 매운 고춧가루, 쌉쌀한 마늘양념... 머리가 아찔~ 혀끝이 얼얼~ 정신이 혼미...
이게 바로 무교동 낙지볶음의 묘미다.

70년대 이 지역에서 회사를 다녔다던 지인의 말에 의하면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선배들은 소주 한 잔에 낙지 한 토막 이상은 못 먹게 했단다.
눈치 보며 먹어야 했다고 웃음 짓던 지인.
시원한 소주에 화끈하게 매운 낙지... 푸짐한 안주가 부러웠겠는가...^^
지금도 지인과 함께 무교동엘 가면 낙지 한 접시에 서너 시간은 가뿐하다.

그 때의 낙지볶음에서 조금 변형되어
철판에 콩나물과 각종 야채를 넣고 볶아 먹는 서린낙지 스타일의 낙지볶음도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리를 옮겨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안 나지만
길쭉한 나무 의자에 술 잔 기울이며 마시는 조개탕과 눈물겨운 실비집의 매운 낙지볶음도 여전히 베스트 안주고, 기교 안 부린 콩나물에 상추 북북 뜯어 고추장 넣어 비벼 먹는 유정낙지의 낙지비빔밥은 잃었던 입맛을 되돌리기에 천하 없는 메뉴다.
유정낙지의 열정적인 낙지비빔밥은 스트레스까지 한 몫에 날려 버린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낙지 연포탕. 연포탕에는 무우, 파와 살이 부드러운 세발 낙지가 들어간다.
마늘 소금 이외 일체의 간도 하지 않는 게 연포탕 제대로 먹는 방법.


지금보다 좀 더 쌀쌀해지면 무교동 영보식당에 가야한다.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연기에 발길은 절로 식당 안으로 향하고...
식당 안을 가득 메운 이방인들의 얘기 소리와 함께 영보식당의 낙지연포는 사람 맛으로 가득하다.

시원한 국물에 달작지근 고소하고 여린 낙지 연포.. 여기엔 마늘 소금 외에 일체의 간도 필요하지 않다.
고춧가루, 후추가루는 잠시 쉬어도 좋을 메뉴, 연포탕.

예전 그 맛을 제대로 찾고 싶어 목포에 찾았을 때 나는 연포탕 냄비를 부여잡고 대성통곡을 했다.
영보식당에서는 1인분에 2만원이나 하던 낙지연포탕,
목포에선 2만원짜리 낙지연포탕 안에 스무 마리나 들어 있었던 것이다. ㅠㅠ..
그 날 나는 낙지 연포탕에 빠져 밤새 허우적거렸다.
여리디 여린 낙지의 향과 깔끔한 국물, 짜릿한 설레임의 낙지 대가리 속 먹물..
낙지는 먹물 맛이 또 새롭다.
찝찌르함을 기대했으나 결코 짜지 않고, 느끼함을 염려했으나
의외로 깊은 고소함이 있는 먹물...
낙지의 먹물은 쭈꾸미의 먹물보다 더 바다스럽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일식집이나 대형 횟집에서 나오는 낙지 초회.
살짝 데쳐 새콤하게 무쳤는데 입맛 돋구는데 그만이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낙지를 가지고 참 여러 가지 요리를 한다.
사진의 요리는 인사동 흑두부전문점 오수의 낙지돌솥밥이다.
달달한 낙지의 살맛이 고소한 돌솥밥과 참 잘 어울린다.


가끔 영화에서 산낙지를 우거적우거적 먹는 장면을 본다.
오래 된 TV 드라마 <낙지 같은 여자>에서 송옥숙씨가 산낙지 먹는 장면은 엽기를 떠나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뉘앙스를 풍겼고, 영화 <올드보이> 최민식이 먹다 죽을 뻔한 산낙지 장면은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왜 하필 산낙지일까...
꿈틀꿈틀거리는 생명체... 그 생명체는 두려워할만한 뼈 따윈 없다.
그걸 산 채로 씹어제낀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한가? ㅋㅋㅋ

섭섭하지만 난 산낙지 즐겨 먹지 않는다.
흐릿한 살 맛 외에 아직 내 본능을 자극시킬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아구찜 스타일의 매운 낙지찜이 그나마 내가 즐겨 먹는 낙지 요리.
아~! 물론 내게 있어 낙지의 최고봉은 낙지연포탕^^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직장인들에게 꾸준한 단골 메뉴 낙지 전골.
날이 선선해지면 보글보글 낙지전골에 술 한 잔 생각이 절로 난다.



♨ 바다 본능의 맛, 가을 낙지 ♨

며칠 전 운형궁에서 있었던 전통음식축제 때 선 보인 전라지역 향토음식인 궁중요리 낙지 호롱.
긴 꼬챙이에 낙지 머리를 꾀어 돌돌 말아 구워 먹는 건데,
돌려 가며 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직접 먹을 기회가 흔치 않지만
전라 남도 바닷마을에 가면 연탄불에 구워 주기도 한다.


남도음식 축제가 10월 20일에서 25일까지 열린다.
낙안 민속마을을 시작으로 순천, 보성, 해남 등 남도 맛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몇해 전 그 코스로 맛 여행을 간 적이 있는 데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마침, 무안 세발낙지 축제가 23일~24일 열린다 하니
갯벌에 박혀 있는 낙지도 잡고, 세발낙지의 제 맛도 즐기고,
맛있는 가을 낙지를 완벽하게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가을을 보내기 아쉬운 맛 낙지!! 실컷 즐겨 BOA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