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2,23 레지던트이블

전중재200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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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학적 생체 바이러스가 유출돼 전 세계에 퍼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침투된 정예 요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독특한 발상에 신 감각 액션 스릴러 '레지던트 이블'의 내용은 섬뜩하지 못해 공포가 몰려들 정도에 강한 인상을 남겨준 수작이었다. 매우 '강렬한'...
제 5원소 이후, 새로운 여배우의 지평을 열어간 밀라 요보비치의 등장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강한 인상의 이미지를 주 기틀로 한 그녀의 출연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연기로 승부하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조연 역할이 그 부담감을 떨쳐 주는 데, 적절한 조합이었다는 평이다. 밀라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미셸의 진가는 그 싸늘한 눈빛에 정점을 달리고 있다.
감독 폴 앤더슨 역시 보기 드문 등장. 내가 느낀 그의 성향은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는데 호러의 본질을 깨달은 그의 능력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큰 특징이, 바로 이 호러 연출력의 기발함인데,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두뇌 혈전은 영화의 가장 큰 '미덕'으로 작용한다.

2.

영화는 게임 원작이자 CAMCOM 사의 작품인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주 배경으로 삼는다. 괄목할 만한 점이라면, 역시 생체 실험의 원흉인 바이러스의 대두란 점이다. 마치, 지금 우리에겐 저런 연구가 감행되지 않는가...하는 끔찍한 상상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사실, 배경의 사실성이 극히 제한되는 SF적인 요소가 상당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경고 적인 메시지가 상당히 강렬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생성된 생체 병기 Undead의 존재는 영화의 극적 재미를 끌어 일으키는 흥미 있는 소재인데, 죽지 않고 재생돼 끊임없이 퍼져 가는 그들의 존재 감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긴장 요소와도 같다. 자신의 일행조차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긴박감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영화의 내용을 더욱 재미있게 끌어가는 것이다. 원작 게임 역시 이들의 존재를 가장 큰 비중을 둔 역할로 지정했는데, 이런 면에서 레지던트 이블의 작품성이 게임에 충실한 면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우들 중 몇이 Undead에 감염되는 수모를 겪는데 그 진실은 직접 감상해 보시길.

3.

제한된 공간. 이름하여 '하이브'. 그리고 이를 감싸는 슈퍼 컴퓨터 '레드 퀸'.
영화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하이브는 인류가 창조해낸 생체 기술의 피조물로서 모든 과학 바이러스가 집합된 거대한 화약고와도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의 실수는 곧, 파멸을 의미한다. 곧 검은 화면에 중점 속엔 어느 연구원에 바이러스 운반 작업이 한창이고, 그는 바이러스를 떨어뜨린다.. 위험을 감지한 레드 퀸은 화재 경보를 둔갑한 위장 시스템으로 연구원 전원을 몰살시키고, 그들의 모습은 점차 Undead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이런 국한된 상황에서의 바이러스 유출... 작전에 급파된 대원들에게 이는 가장 큰 위험 상황이다. 설사 침착한 대응을 치르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보 시스템에 포착된 움직임에 불과하며 연구소 전체를 장악한 레드 퀸의 능력은 그들을 점차 수모를 빠지게 만든다. 앤더슨 감독은 호러의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이 교묘한 상황을 연출하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그리 빠르지도 않은, 그리 느리지도 않은, 이 적절한 연출력의 절정은 순식간에 파고드는 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막강한 적 하이브, 아니 레드 퀸은 그렇듯 관객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무한의 적으로서 비춰진다.

그러나 적에겐 항상 그에 상응하는 정의가 있듯 이 순간부터 두드러지는 인물이 바로 '밀라', 그녀이다. 비밀요원으로서 상당한 고단 무술의 수련자인 그녀는 위기의 상황마다 등장하는 숨겨진 능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간다. 개연성의 부재가 흠이지만, 액션의 본질이 통쾌함이라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단지 의외로 다가오는 사실은, 인물들을 가차없이 희생시킨 작품의 진행인데, 어이없게도 영화 시작 30분도 안되어 작전에 중추적 역할을 도맡던 대장이 희생된다. 여기서 빛을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SF의 기질인데, 입구 봉쇄한 채 레이저와 유사한 빛을 형성, 인물들을 절단해 버리는 시스템의 위용은 꽤 참신한 소재였다. 특히 마지막으로 남겨진 대장이 그물과 유사한 모양새로 다가오는 빛에 쐬는 순간, 육면체로 절단되는 그 장면은 아직도 뇌리 꽂히는 명장면이었다. 이렇듯 레지던트 이블의 작품 내에선 Undead에 상용하는 의외의 적들이 곳곳에 내포되어 있다(감상하다 보시면 Undead Dog까지 보실 수 있음).

4.

레지던트 이블을 그리 가벼운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까닭은 바로 반전에 있다. 설사 이 반전이란 명목이 복선 없는 완성도 부재로 남게되더라도 이것은 꽤 섬뜩한 것이었다. 이유인즉, 모든 것이 처음부터 시작된다는 새로운 반전을 제시해 속편의 제작과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영화는 폐허로 변한 도시의 모습을 끝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임무의 지속성을 내포한다. 사실상 게임 원작에 영화이니 만큼 여러 속편의 제작은 '의무'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액션에 호러, 그리고 스릴러의 특성까지 포함한 종합 세트 '레지던트 이블'의 속편이 기대되는 것은 단지 원작의 시리즈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잘 만든 액션물이 무엇인가를 각인시키는 작품의 부여성에 달린 것이었다. 차라리 못 만든 헐리웃 졸작보다 액션으로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이러한 시도야말로 진정한 도전이 아닐까. 대중을 겨냥한 매체에 불과할지라도 레지던트 이블의 의미는 이런 차원에서 사뭇 크게만 느껴진다.
폴 앤더슨, 밀라 요보비치. 이 두 콤비의 컴백을 속편에서 볼 수 있을지, 아님 속편이 제작될 수 있는가 조차도 아직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의 시리즈 성이 확실하다는 특징이며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신비로운 호러물이란 것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든 작품들의 실패 사례로 봐서, 레지던트 이블의 선전을 받아들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성공 확률이 풍부한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앞서 레지던트 이블의 실패를 논하기도 서두르다. 속편의 제작이 너무 빠르지 않냐는 의구심도 품을 수 있으나 그것은 예감에 불과한 것이다. 게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거창한 시리즈 물로서 거듭나기를, 필자는 조심스럽게 밝혀둔다. 대중의 유익과 영화의 의미에서 거듭나는 시리즈로서.

 

별점은 별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