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환경호르몬

김진석200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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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의 습격 피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STYLE type=text/css> 탈출, 환경호르몬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 전 방송된 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주부들은 플라스틱 용기를 내다버리고 대신 유리나 도자기류 같은 그릇으로 집안 살림을 바꾸고 있다. 아직 다 바꾸지 못한 집이라도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쓰던 플라스틱 용기를 보면서 찜찜함을 금할 수가 없다. 가히 플라스틱 공포라 할 만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다 내다버린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우리 집 안 곳곳에 있는 무수한 물건들에서 환경호르몬이 방출되기 때문. 환경호르몬, 과연 무엇이며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근의 화두로 떠오른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봤다.
<STYLE type=text/css> Part 1 환경호르몬, 왜 문제인가? 탈출, 환경호르몬 사실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1990년대부터 여러 환경 단체와 학자들이 끊임없이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고, 1999년부터는 정부 대책 사업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의 폐해를 고발한 방송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넘어 공포증까지 유발시켰다는 건 그만큼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너무나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요도하열, 성조숙증 유발하는 ‘프탈레이트’
이번에 특히 논란이 됐던 건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다. 프탈레이트란 남성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는 환경호르몬. 방송에 따르면 이 성분은 남자아이를 여성화하고 여자 아이에게는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방송에서는 미국의 연구 결과를 들어 이를 보여줬다.
그 증거의 하나가 요도하열. 요도하열이란 외요도구가 음경 끝에 달려 있는 정상인과 달리 음경 아랫면 뒤쪽에 있는 선천성 기형. 이를 연구한 미국의 샤나 스완 박사는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산모가 낳은 아이일수록 생식기가 짧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는 프탈레이트가 태아의 남성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미국에선 1984년부터 1994년 사이 요도하열 발생률이 두 배나 증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프탈레이트는 또 여자아이에게 성조숙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2~3세 유아기 때 벌써 사춘기 소녀처럼 봉긋한 가슴이 생기거나 아홉 살에 생리를 시작하는 등 성조숙증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 이를 연구한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이벨레스 콜론 박사는 성조숙증 아동의 혈청에서 정상 아동보다 최고 10배나 높은 프탈레이트를 검출했다.
정상적인 경우, 어릴 때는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균형을 이루다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남성적 여성적 특징이 강해진다. 그래서 여자 아이는 여성호르몬 활동이 활발해져 유방이 커지고 생리를 시작하는 것. 그런데 프탈레이트가 호르몬의 균형을 깨트려버리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어 아주 어릴 때 비정상적으로 유방이 커지거나 생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비스페놀A·노닐 페놀 등은 극심한 생리통 등 부인과 질환 초래
방송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생리통의 원인 중 하나도 환경호르몬이었다. 비스페놀A, 노닐페놀, 프탈레이트 등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리통,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배란기에는 에스트로겐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돼 자궁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생리통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환경호르몬 가운데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것이 많다는 점. 그래서 신체 내부의 세포들이 환경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착각해 극심한 생리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방송을 보고 몸 속 환경호르몬 검사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산업의학과에서 인체 내 환경호르몬 수치를 검사할 수 있는데, 환경호르몬의 수(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만 64가지지만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인하대의대 산업의학과 임종환 교수는 “여성은 생리불순과 유방암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을, 남성은 발기부전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는 환경호르몬을 먼저 검사해보라”고 조언했다.
환경호르몬 가운데는 암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다이옥신이 있다. 인하대의대 산업의학과 임종환 교수는 “다이옥신이 체내에 쌓이면 7년 정도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다이옥신이 인체에 미치는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체내에 다이옥신이 쌓인 여성이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면 모유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모유 수유만을 권할 건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 수유를 권하는 이들은 그나마 모유가 제일 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일병원 모유수유교육팀 전선영 수간호사는 “엄마 젖이 아기에게 주는 여러 가지 좋은 면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모유를 먹이는 게 낫다. 시판되는 조제분유, 우유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선 식품 포장에 프탈레이트 금지
그러나 일부에선 이런 조사 결과가 가능성만 제시할 뿐 환경호르몬과 질병의 인과 관계를 설명해주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내 폴리염화비닐(PVC) 업계 단체인 한국바이닐환경협의회 측은 “미국·유럽·일본 등지의 독성학자들도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의견이 반반이다. 미국화학연합회(American Chemistry Council)의 프탈레이트 에스테르 자문단 연구에 의하면 프탈레이트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바로 입증할 수 없다. 국립독성프로그램센터(CERHR) 전문가들이 프탈레이트에 관해 검토한 결과, 프탈레이트 노출과 소녀들의 유방 발육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환경호르몬이 안전하다는 증명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이미 1990년대부터 프탈레이트(DHP)를 식품 포장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그런데 문제는 플라스틱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석유화합물로 만들어진 모든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농약이나 방향제, 살충제 등은 환경호르몬의 온상. 그러니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만 쓰지 않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산업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환경호르몬의 문제인 것이다.
<STYLE type=text/css> Part 2 플라스틱의 폐해 줄이는 생활 습관 탈출, 환경호르몬 을 보고 난 후 유리 제품의 판매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가능하면 플라스틱 용기는 쓰지 않는 게 좋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한 번에 모두 내다버리고 유리 제품이나 도자기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사용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움말 환경정의 박명숙 국장·한국소비생활연구원 이보람 연구원 자료 제공 (워너비)

●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지 않는다 |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환경호르몬이 더 많이 나온다. 따라서 플라스틱 용기째 전자레인지에 넣는 것은 금물. 뜨겁거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도 플라스틱 용기엔 담지 않아야 한다. 열과 지방성분 때문에 플라스틱에서 환경호르몬이 더 많이 방출된다.
● 저온이라도 오랫동안 보관하지 않는다 | 고온에 영향을 받으니 저온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비교적 덜 나오긴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페트병에 보리차 등을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집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저온이라도 오랫동안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으면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 흠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라 | 플라스틱을 닦을 때는 부드러운 질감의 수세미를 사용한다. 거친 수세미로 닦으면 코팅된 부분이 벗겨져 환경 호르몬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다.
● 유리·옹기그릇으로 대처하라 | 플라스틱 제품을 서서히 줄이고 유리나 옹기, 도자기 그릇으로 바꿔나간다. 이때 주의할 점 한 가지. 옹기그릇은 광명단이 칠해진 제품을 써선 안 된다. 광명단이란 납이 섞인 유약. 저온에서 구울 수 있어 만들기도 쉽고 겉보기에도 도자기처럼 반들반들 광택이 나지만 옹기의 숨구멍을 막아 음식의 신선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중금속 성분이 음식에 녹아들 수 있다. 천연황토에 조선유약을 발라 구워낸 상품을 써야 한다.
● 플라스틱 장난감은 모두 없애라 | 아이들과 관련된 제품은 되도록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게 좋다. 환경정의 박명숙 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6세 미만의 아이들이 입에 넣어 사용하는 제품에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빨아 먹도록 된 장난감만 입에 넣는가. 플라스틱 책상, 문구 등을 입에 넣고 빠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일어난다. 일일이 어른이 감시해 못하도록 할 수도 없고 문제가 심각하다. EU는 아이들 장난감에는 아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내년 3월부터 어린이용 공산품의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물질 또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관리 수준을 유럽의 안전가이드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이용 범위도 딸랑이, 치아발육기 등 영·유아가 입에 넣어 사용하는 제품에서 수면, 긴장 완화 등을 돕는 제품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 젖병을 푹푹 삶는 건 피해라 | 젖병은 흔히 끓는 물에 삶아 소독한다. 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은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끓는 물에 소독할 때 3~5분을 넘기지 말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하는 일은 피한다.
집에서는 유리 재질의 젖병을 사용하는 게 제일 좋다. 외출할 때 깨질까 걱정된다면 폴리프로필렌 젖병을 쓰도록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플라스틱 용기 제품은 크게 두 가지. 투명한 재질의 폴리카보네이트와 반투명한 폴리프로필렌이다. 반투명한 재질의 폴리프로필렌은 탄소와 수소로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용기뿐 아니라 젖병의 젖꼭지도 유의해야 한다. 천연고무 재질에도 가황촉진제가 들어 있어 알레르기 발생 빈도가 높을 수 있다. 이소프렌고무는 발암성이 있어 위험하다. 가장 안전한 것은 실리콘 재질이다.
● 랩 사용을 중단해라 | 생활필수품처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랩. 만약 염화비닐리덴 소재의 랩을 쓰고 있다면 당장 사용을 멈추도록 한다. 일본 기타자토 연구소 임상환경의학센터 사카베 고오 부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화비닐리덴 제재의 랩에서 유방암 세포를 증식시키는 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랩을 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폴리에틸렌 소재로 만들고 첨가제를 넣지 않은 제품을 택한다.
● 즉석 밥·컵라면은 유리그릇에 데운다 | 즉석 레토르트 제품은 유리나 옹기, 도자기 그릇에 덜어 데운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이보람 연구원은 “즉석 밥 제품은 업체 측에서 자체 실험한 결과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고 알려지지만 유리 그릇 등에 덜어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한 때 큰 논란을 일으켰던 컵라면 용기는 식약청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정식 고지한 바 있다. 레토르트 식품의 경우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보고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는 건 피하는 게 좋겠다.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