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질퍽이는 바닥, 비릿한 생선냄새, 소리 높여가며 흥정하는 모습들. 분명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안에서 느껴졌던 사람냄새가 막연히 좋았다. 중학생 때는 등교길에 시장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시장을 통하는 길이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나는 시장상인들의 아침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남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문래동시장에서 물건을 사가지고 와서 남들이 출근할 때 이미 활기찬 모습으로 개시를 하였다. 비록 등교시간에 쫓겨 뛰어 지나치는 처지였지만 그들의 생활의 활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1,2층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장의 2층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을 찾는 사람의 수도, 상인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2년 새에 시장이 급격히 쇠퇴한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나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은 우리 가족의 쇼핑 방식 이었다. 어머니께서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조금씩 사 오셔서 그날그날 소비했던 방식에서 2주에 한번씩 코스트코에 자가용을 타고 나가 많은 양을 한 번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여러모로 편리 하였다. 매일 같이 무거운 짐을 들고 귀가 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대량 판매를 하는 곳 인지라 가격도 쌌다. 또한 다양한 제품들은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고, 우리나라에 없는 이국적인 수입품들이 많이 있어 새로운 상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가족은 동네의 시장보다 코스트코를 즐겨 이용하게 되었다.
이듬해 여름, 우리 가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강원도로 피서를 떠났다. 그전부터 나와 아버지는 강가에서 하는 민물낚시를 즐기곤 했다. 예년엔 지렁이나 구더기를 미끼로 쓰곤 했는데, 그해부터는 아버지께서 처음 보는 미끼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생미끼를 모방하여 만든 ‘루어’라고 하셨다. 구어의 종류는 다양했다. 고무로 만들어진 벌레모양, 쇠로 만들어진 숟가락모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피라미를 본뜬 모습을 한 것 등등. 그 ‘루어’라는 것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우리의 조과는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생미끼를 사용 할 때는 하루 종일 낚시대를 드리워도 10마리 이상을 잡기가 쉽기 않았는데, 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고부터 하루에 50마리 이상의 쏘가리, 꺽지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해 휴가기간 동안 쏘가리만 60마리 이상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쏘가리매운탕을 실컷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2년 정도는 그만큼의 조과를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3년 후부터는 루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루어낚시만을 전문적으로 하며 낚은 고기들을 식당에 파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낚이는 고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한 시간에 5~6마리는 너끈히 잡았을 텐데 그 후로는 하루 종일 낚시를 해도 10마리 이상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난 루어낚시의 문제접을 깨달았다.
루어낚시는 미국에서 뱃스와 송어를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시작된 낚시방법이었다. 이는 위에서도 이야기 했던 바와 같이 생미끼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우수한 조과를 거둘 수 있고, 물고기를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방법이 아니라 직접 물고기를 루어라는 가짜 미끼를 이용하여 유인해내는 낚시방벙 이므로 생미끼 낚시보다 더 나은 손맛과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교묘한 방법으로 너무 많은 물고기를 낚아낼 수 있는 것이 루어낚시의 가장 큰 문제점 인 것이다. 미국은 담수호가 많이 있고, 강계도 많이 발달해 있어 풍부한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구 밀도가 낮아 낚시를 위해 어떠한 장소에 밀집되는 경우도 없다. 따라서 미국은 루어를 사용하여 낚시를 한다고 해도 어족자원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은 경우가 다르다. 한국에서 루어낚시 대상어로 여겨지는 쏘가리나 꺽지와 같은 한국 토종 불고기들은 댐과 같은 담수에서 살지 않는다. 물론 배스와 블루킬과 같은 외래종도 루어낚시 대상어이지만 맛이 없지 때문에 낚시꾼들은 이들보단 쏘가리나 꺽지를 선호한다. 또한 쏘가리와 꺽지는 외래종들처럼 번식력이 뛰어나지 못한데, 이는 생활환경이 안정되어 있는 담수가 아닌 항상 한경이 변화하는 흐르는 물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강계가 미국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고, 인구 밀도도 상당히 높다. 쉽게 말해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강계의 쏘가리와 꺽지는 이미 씨가 말라 가고 있다. 미국의 환경에 맞추어져 있는 루어낚시를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들여왔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마트간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동네의 재래시장은 없어 졌고 지금 그 자리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엄청난 크기의 대형 마트가 주변지역의 수요를 독과점 해버린 결과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에 대형 마트를 원망 할 수는 없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방식의 총체적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주민들의 자가용 소유율의 증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데 있어 자가용은 필수적이다. 구입하는 물건의 양이 많으므로 사람의 힘으로 이를 운반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그 시절에 지금과 같은 대형마트가 등장했다면 재래시장에 밀려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대부분의 가정이 자가용을 소유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환경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복합적인 요인들을 바탕으로 점점 재래시장이 설자리를 잃어 가고, 그 자리를 대형마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더욱더 자본을 부풀리게 되고, 그에 밀려난 소매상들은 점점 매출이 하락하여 결국은 많은 소매상들이 도산하여 더 이상의 수입원을 잃게 되었다. 이는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와 루어낚시를 통하여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미국 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편리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의 결과는 그것이 사용되는 사회의 구조나 환경에 따라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문화의 어떠한 것이 우리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그것보다 우수해 보인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에 도입되었을 때 나타날 효과와 그에 따른 영향을 잘 따져보고 도입여부를 결정하여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스트코와 쏘가리
어렸을 적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질퍽이는 바닥, 비릿한 생선냄새, 소리 높여가며 흥정하는 모습들. 분명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안에서 느껴졌던 사람냄새가 막연히 좋았다. 중학생 때는 등교길에 시장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시장을 통하는 길이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나는 시장상인들의 아침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남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문래동시장에서 물건을 사가지고 와서 남들이 출근할 때 이미 활기찬 모습으로 개시를 하였다. 비록 등교시간에 쫓겨 뛰어 지나치는 처지였지만 그들의 생활의 활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1,2층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장의 2층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을 찾는 사람의 수도, 상인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2년 새에 시장이 급격히 쇠퇴한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나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은 우리 가족의 쇼핑 방식 이었다. 어머니께서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조금씩 사 오셔서 그날그날 소비했던 방식에서 2주에 한번씩 코스트코에 자가용을 타고 나가 많은 양을 한 번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여러모로 편리 하였다. 매일 같이 무거운 짐을 들고 귀가 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대량 판매를 하는 곳 인지라 가격도 쌌다. 또한 다양한 제품들은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고, 우리나라에 없는 이국적인 수입품들이 많이 있어 새로운 상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가족은 동네의 시장보다 코스트코를 즐겨 이용하게 되었다.
이듬해 여름, 우리 가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강원도로 피서를 떠났다. 그전부터 나와 아버지는 강가에서 하는 민물낚시를 즐기곤 했다. 예년엔 지렁이나 구더기를 미끼로 쓰곤 했는데, 그해부터는 아버지께서 처음 보는 미끼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생미끼를 모방하여 만든 ‘루어’라고 하셨다. 구어의 종류는 다양했다. 고무로 만들어진 벌레모양, 쇠로 만들어진 숟가락모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피라미를 본뜬 모습을 한 것 등등. 그 ‘루어’라는 것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우리의 조과는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생미끼를 사용 할 때는 하루 종일 낚시대를 드리워도 10마리 이상을 잡기가 쉽기 않았는데, 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고부터 하루에 50마리 이상의 쏘가리, 꺽지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해 휴가기간 동안 쏘가리만 60마리 이상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쏘가리매운탕을 실컷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2년 정도는 그만큼의 조과를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3년 후부터는 루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루어낚시만을 전문적으로 하며 낚은 고기들을 식당에 파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낚이는 고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한 시간에 5~6마리는 너끈히 잡았을 텐데 그 후로는 하루 종일 낚시를 해도 10마리 이상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난 루어낚시의 문제접을 깨달았다.
루어낚시는 미국에서 뱃스와 송어를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시작된 낚시방법이었다. 이는 위에서도 이야기 했던 바와 같이 생미끼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우수한 조과를 거둘 수 있고, 물고기를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방법이 아니라 직접 물고기를 루어라는 가짜 미끼를 이용하여 유인해내는 낚시방벙 이므로 생미끼 낚시보다 더 나은 손맛과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교묘한 방법으로 너무 많은 물고기를 낚아낼 수 있는 것이 루어낚시의 가장 큰 문제점 인 것이다. 미국은 담수호가 많이 있고, 강계도 많이 발달해 있어 풍부한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구 밀도가 낮아 낚시를 위해 어떠한 장소에 밀집되는 경우도 없다. 따라서 미국은 루어를 사용하여 낚시를 한다고 해도 어족자원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은 경우가 다르다. 한국에서 루어낚시 대상어로 여겨지는 쏘가리나 꺽지와 같은 한국 토종 불고기들은 댐과 같은 담수에서 살지 않는다. 물론 배스와 블루킬과 같은 외래종도 루어낚시 대상어이지만 맛이 없지 때문에 낚시꾼들은 이들보단 쏘가리나 꺽지를 선호한다. 또한 쏘가리와 꺽지는 외래종들처럼 번식력이 뛰어나지 못한데, 이는 생활환경이 안정되어 있는 담수가 아닌 항상 한경이 변화하는 흐르는 물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강계가 미국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고, 인구 밀도도 상당히 높다. 쉽게 말해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강계의 쏘가리와 꺽지는 이미 씨가 말라 가고 있다. 미국의 환경에 맞추어져 있는 루어낚시를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들여왔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마트간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동네의 재래시장은 없어 졌고 지금 그 자리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엄청난 크기의 대형 마트가 주변지역의 수요를 독과점 해버린 결과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에 대형 마트를 원망 할 수는 없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방식의 총체적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주민들의 자가용 소유율의 증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데 있어 자가용은 필수적이다. 구입하는 물건의 양이 많으므로 사람의 힘으로 이를 운반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그 시절에 지금과 같은 대형마트가 등장했다면 재래시장에 밀려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대부분의 가정이 자가용을 소유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환경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복합적인 요인들을 바탕으로 점점 재래시장이 설자리를 잃어 가고, 그 자리를 대형마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더욱더 자본을 부풀리게 되고, 그에 밀려난 소매상들은 점점 매출이 하락하여 결국은 많은 소매상들이 도산하여 더 이상의 수입원을 잃게 되었다. 이는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와 루어낚시를 통하여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미국 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편리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의 결과는 그것이 사용되는 사회의 구조나 환경에 따라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문화의 어떠한 것이 우리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그것보다 우수해 보인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에 도입되었을 때 나타날 효과와 그에 따른 영향을 잘 따져보고 도입여부를 결정하여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