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소립자]뒤통수를 치면서 사랑, 이라고 외치다.

양창모200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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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소립자]뒤통수를 치면서 사랑, 이라고 외치다.

 

14일 오후 4시. 남포동 대영시네마 1관.

 

 

 아우.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미셸 우엘벡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단다.

 이 작품으로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받았단다.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연기를 오방 잘했으니깐 -_-

 

[PIFF-소립자]뒤통수를 치면서 사랑, 이라고 외치다.   소립자. 오스카 뢸러 감독. 독일. 아시아 프리미어.


 

1. 어머니 : 미하엘과 브루노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다. 두 형제의 엇갈리고 교차되는 운명속에선 이 어머니의 트라우마가 크다. 젊었을때부터 히피문화에 빠져 자유롭게 남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애들은 나몰라라 하는 어머니에 상처받은 두 형제는 서로 다른 두 극단으로 치닫는다. 감독은 60년대 당시의 유럽 히피문화를 성찰없는 방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이 뿌린 씨들을 책임지지 않고 그저 자유만을 즐기던 어머니는 마지막에 노환으로(아니면 마약 등에 따른 병으로?) 비참한 몰골로 보여진다. 어머니를 찾아간 두 형제의 반응은 특이하다. 브루노는 침대 옆에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오늘은 당신이 죽는 날"이라는 요지의 노래를 부르고, 그 후 정말로 어머니가 숨을 거두자 미하엘은 단조로운 말투로 임종을 말한다. 브루노의 절규는 <매그놀리아>에서 탐크루즈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날때의 저주를 연상케 하는데, 처절하게 슬픈 장면이다. 대책없는 어머니, 철저하게 우연적인 운명때문에 두 형제는 지금까지 얼마나 망가졌어야 했는지.

 

[PIFF-소립자]뒤통수를 치면서 사랑, 이라고 외치다.

 

 

2. 성욕 : 하지만 이 영화는 어머니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두 이복형제는 성에 대해 양극단으로 치닫는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디테일들은 가히 '성욕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동생 미하엘은 서른 중반이 넘었는데도 성관계를 가져보지 못했다. 뛰어난 과학자인 그는 일생의 연구가 하나 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섹스를 통하지 않고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방법, 섹스없이도 생식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다. 어머니의 자유로운 섹스를 혐오한 것 같은(회상 장면에서 어머니가 키스하려고 다가올때 소년인 미하엘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뺀다) 그는 섹스와 성욕 전반에 대해 혐오증 혹은 공포증을 드러낸다.

 브루노는 어떤가.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자신의 여제자가 쓴 에세이를 보며 자위를 하고 자유롭게 여성들과 섹스하기 위해 히피공동체를 찾아다닌다. 극단적으로 성을 탐닉하려 하는 그는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여제자를 유혹하려 했으나 자신을 뿌리치고, 자신의 아내는 이혼을 선언한다. 먹을 것을 찾아 종일 헤메지만 항상 굶주려 있는 격인데, 상징적인 의미로 그는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봤을때 두 형제 모두 성에 대한 일종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박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까.

 

[PIFF-소립자]뒤통수를 치면서 사랑, 이라고 외치다.

 

 

3. 사랑 : 영화는 길은 있다, 고 답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내놓는다. 진부해빠진 이 명제는 하지만, 상식을 뒤집는 스토리로 인해서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이런 방식으로 사랑할 수도 있구나. 그것도 사랑이구나, 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이게 사랑에 관한 얘기인지 아리까리했었다.

 미하엘의 사랑. 그는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동네 친구가 있다. 그녀는 매력있었고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그에게도 관심을 건넸지만 그는 트라우마에 의한 강박에 눌려 다가가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녀는 미혼이다. 미하엘은 그녀를 통해 치유받는다. 처음으로 섹스도 하게 된다. 자궁에 이상이 있던 그녀는 이후에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미하엘은 그간 오랜 연구를 통해 자궁이 없어도 생식이 가능한(정확하진 않지만;;) 방법을 개발한다. 여자를 접촉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그는 이제 그녀의 손을 자연스레 잡고 키스를 한다. 미하엘의 사랑은 크게 굴곡이 없고 따뜻하다.

 브루노의 사랑은 좀더 극적이다. 히피공동체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뜨겁게 둘은 가까워지고 결혼을 꿈꾸기도 한다. 그렇지만 둘은 여전히 성을 탐닉하길 원하고 그래서 공동체의 난교파티에 참석해 다른이들과도 성을 즐긴다. 어느날 밤, 난교를 하던 중 브루노의 여자가 쓰러진다. 허리가 아팠던 그녀는 이제 하반신을 쓸 수가 없다. 퇴원 후 자기 집에 와서 살자고 하는 브루노에게 그녀는 당신은 날 그만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한다. 번민하던 브루노는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아파트에 가지만 그때 그녀는 뛰어내려 자살한 후다. 정신병원에 실려간 브루노. 그는 여자의 환각을 본다. 여자가 항상 옆에 있다고 느낀다. 의자도 항상 하나를 더 준비하고 그녀에게 말을 건다. 육체적으로 성에 탐닉했던 그가 이젠 육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녀에게 빠지는 것이다.

 브루노의 사랑이 참 헷갈렸다. 저게 사랑이냐 집착이냐 병이냐. 하지만 감독이 말하려는 바는 그녀로 인해서 브루노가 안식을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면에서 사랑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감독은 놀랍게도 양 극단에 빠진 두 형제의 운명을 정확하게 반대로 엇갈리게 한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사랑이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얘기다. 더이상 쪼갤 수 없는 핵심적 구성요소인 소립자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4. 브루노 : 주인공은 브루노다. 장면의 비중도 브루노가 훨씬 많고 여러 장치들도 브루노에게 많이 사용됐다. 인종차별적 성향이 많고 성에 극단으로 탐닉하면서도 실패하는 이 어려운 역할을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는 잘 소화해냈다. 자위하는 장면, 섹스에 실패한 후 정신병원에서 울부짖는 장면, 상담을 받으며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장면, (최고로 끔찍했던) 글을 쓰다가 아이가 자꾸 울자 수면제를 분유에 타서 먹이는 장면...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