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박지훈2006.10.24
조회23


라디오 스타....
 
요즘에는 항상 오랫만에 극장을 찾게 된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영화 없이는 단하루도 살 수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세월도 변해가면서 영화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생겨 버렸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면 항상 하고싶은 것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어릴 적이나 머리가 큰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추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아마 그럴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의 유년기나 나의 청소년기를 반추해 볼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는 잘 제작이 아니 아예 제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속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돈이 안되는 행위이고 그때 우리들의 삶은 너무나 바쁘기만 했다.
여기 끊임없이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가 있다.
과거는 현실의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날개짓이다.
그는 왕의 남자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으며....상대적으로 더 돈을 안들인 이 영화로 다시 한번 모더니즘을 검색한다.
 
 
 
라디오 스타....
 
87년도 부터 나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대중 가수들의 이미지는 상당히 강렬했다.
그때 처음으로 오빠 부대가 등장했으며 스타 라는 것이 대중앞에 우뚝 설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박남정이 로봇트 춤을 추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한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했다. 비오는날의 수채화를 보면서 하이틴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외모와 그들의 스타성을 떠나 단지 그들이 좋았다.
그들은 정말 노래를 열정적으로 불렀으며 노래를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우리들은 그 자리에 우리의 스타를 앉히고 춤을 잘 추지 못하는
그 자리에 박남정을 세웠다.
 
지금의 스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그저 잘생기고 이쁘기만 하면 성공하고 뒷 줄이 있으면 성공한다.
대중들을 향해 마케팅 하지 않고 높은 사람들을 향해 구걸한다.
 
이 영화는 대중에게 끊임없이 한 스타를 알리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에 의해 살아가는 한물간 가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디오 스타....
 
가수는 절대 혼자서 뜰 수 없다.
그의 노래를 들어주는 대중이 있어야 하며 그 대중과 소통하게 해 주는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 이다.
혼자서는 아무리 잘 나가도 그것은 영화가 아니며 그냥 감독의 일기가 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한국영화는 상당히 많은 자본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만큼 망해서 없어지는 돈도 많다.
대중이 언제 한국영화를 외면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이 영화를 시작으로 이준익 감독은 채찍질을 시작한다.
 
안성기는 박중훈을 "조용필"로 만들어 주기 위해 그를 발굴하고 스타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박중훈은 끊임없는 사고를 쳐 스스로를 좌천시킨다.
박중훈 밖에 모르던 안성기는 그를 버릴수고 없고, 안성기 밖에 모르던 박중훈은 그와 같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것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현대의 가수들은 "돈" 때문에 아예 그 길을 없애버린다.
 
영화에서는 라디오의 피디도, 박중훈도. 그리고 안성기도 현대의 가수들을 욕한다.
그들은 욕할 자격이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쓰레기 예술을 보며 당당하게 욕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최전선에서 항상 싸우던 사람이고 비극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자라온 잡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 것도 정말 오랫만이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대단히 단순하다.
그래서 다시 80년대 티비 극장으로 넘어간 기분이 든다.
아주 간단한 휴먼 드라마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왕의 남자처럼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여러
방면으로 읽을 수 있다.
 
라디오 스타....
 
이 영화는 영월에서 다시 시작한다.
현대의 영화처럼 서울 이나 부산이라는 굵직한 공간이 아니다.
그리고 상당히 소박하다.
소박함과 전통이 때로는 돈과 강함을 이길 때가 있다.
그것을 보는 즐거움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것을 보기는 상당히
힘들며 그것은 향수의 판타지 이기 때문이다.
 
87년에서 시작하여 타이틀이 나오고 다시 2006년으로 돌아온 영화속 공간은
여전히 87년이다.
그들은 그대로이지만 시간과 세상은 변한다.
그대로 인것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이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제는 밴드도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가수도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언제나 기억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
이준익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들 모험을 한 것이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버글스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미 지금 사회에서 잊혀진 것들이 하나하나 부활한다.
이 영화는 부활에 관한 영화이며 지금 이 세대를 짊어지고 나가야할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제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영화이다.
 
 
 
라디오 스타....
 
 
내가 조금 거창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영화를 발견했을때 거기에 아낌없이 지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늘어선 줄은 타짜의 엄청난 인기를 말해 주지만
나는 오히려 내 친구들과 나의 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자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과거 여행을 한번 해보자....
오늘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은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데 담배를 어떻게 끊겠는가?
정말 담배 한대가 생각나는 밤이다.

 

글 : 박지훈 cyworld.com/maximu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