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더비"..."축구전쟁" 유럽이 뜨겁다

박영빈200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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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더비"..."축구전쟁" 유럽이 뜨겁다 ◇AC밀란과 인터밀란 간의 '밀란 더비'를 앞둔 산시로 구장의 내부 전경. 인터밀란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AC밀란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대칭으로 맞서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유럽에선 특별한 경기들이 열린다.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잉글랜드), 페예노르트와 아약스(네덜란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스페인)가 맞붙는다. 29일엔 FC포르투와 벤피카(포르투갈), AC 밀란과 인터 밀란(이탈리아)이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팀 이름만으로도 긴장감이 감도는, 소위 '더비'라 불리는 빅매치들이다. 더비란 연고지가 같거나 어떤 환경에 따라 특별한 경쟁 의식을 갖게된 맞수간의 경기.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축구 문화의 핵심이 연고 의식이라면, 더비는 그러한 연고 의식이 절정에 달한 핵심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역사-대등한 실력 갖춰야   ◎도시를 위해 싸워라

 연고지가 같으면 자연스럽게 더비가 형성된다. 서로를 응원하는 팬들의 수가 항상 비슷하기 때문이다. 연고지 뿐 아니라 홈구장마저 같은 AC 밀란과 인터 밀란은 대표적인 지역 더비팀. 이영표가 갈 뻔한 AS로마와 라치오도 로마를 연고로 하는 지역 더비의 주인공이다.

 연고지가 달라도 지역 감정이 심한 도시간엔 더비가 형성된다. 더비 전문 사이트인 '풋볼더비닷컴'이 가장 치열하다고 꼽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이다. 더비의 고전, 즉 '엘 클라시코(El Clasico)'라 불리는 두 팀의 대결에는 민족적, 정치적 갈등이 그대로 녹아있다. 특히 프랑코 독재 시절 핍박받던 카탈루냐 민족은 바르셀로나를 통해 민족적 울분을 토했고,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전 승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맨유와 리버풀, 아약스(암스테르담)와 페예노르트(로테르담), FC포르투(포르투)와 벤피카(리스본)의 더비 역시 지역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슷한 역사와 대등한 실력은 더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실력이나 지명도가 한쪽으로 기울면 팬들의 자존심이 팽팽히 맞설리 만무하다. 역대 전적이 박빙을 이루는 것은 더비의 치열함을 잘 말해준다.(표참조)

 

승부 외적 자존심 경쟁도 치열   ◎너에게만은 못진다

 승부 외적으로 팬과 선수가 보이는 경쟁심도 특별하다. 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절대 흰색을 넣지 않는다. 흰색은 레알 마드리드의 색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7만4309명 수용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을 끊임없이 개조하고 있다. 단지 바르셀로나의 누캄프 구장(9만8000명)을 능가해야 한다는 일념에서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1964년 이후 서로 선수를 이적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승부욕이 지나치다 보니 불상사도 가끔 있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간의 2004-2005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선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인터 밀란 측 관중들이 AC 밀란의 골키퍼 디다를 향해 폭죽 수십 개를 던져 선수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떤 선수가 더비팀으로 이적해도 큰일이 난다. 지난 2000년 세계적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인터밀란)는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후 피구는 친정 구장에 올 때마다 혹독한 야유를 들으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토트넘에서 아스널로 둥지를 옮겼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솔 캠밸(포츠머스) 역시 "화이트 하트 레인(토트넘의 홈구장)에서는 주눅이 들어 제대로 볼을 찰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엘 클라시코'를 능가한다고 해서 '수퍼클라시코'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경기는 관중의 응원전 자체가 세계적 볼거리다. 영국의 '옵저버'지는 '죽기전 꼭 해봐야 할 10가지' 중 1위를 이들의 더비 관람으로 꼽았다.

◇주요 리그별 유명 더비들  

리 그

더  비

더비 이름

상대전적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클라시코

바르셀로나 우세

(95승50무85패)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리버풀

-

맨유 우세

(67승49무57패)

이탈리아

AC 밀란 vs 인터 밀란

밀란 더비

AC밀란

(104승72무88패)

네덜란드

아약스 vs 페예노르트

클라시커

아약스 우세

(63승39무51패)

포르투갈

FC포르투 vs 벤피카

-

벤피카 우세

(22승6무18패)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 vs 리버 플레이트

수퍼 클라시코

보카 우세

(112승91무94패)

스코틀랜드

셀틱 vs 레인저스

올드펌 더비

레이저스 우세

(242승137무190패)

터 키

페네르바체 vs 갈라타사라이

터키의 환희

페네르바체 우세

(132승108무114패)

 

K-리그 더비는? 서울 - 수원 '수도권 더비' 인식

흥행위해 라이벌 구도 형성 필요

  K-리그엔 더비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서로를 강자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 기인한다.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서울이 수원의 라이벌로 언급되자 "허허허, 서울이 우리 라이벌이에요?"라는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반 팬들에게 수원과 서울은 '수도권 더비'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이 비슷한데다 모기업의 풍부한 투자를 바탕으로 스타 군단을 형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전적 또한 16승13무14패(수원 우세)의 박빙을 이룬다. 특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서울의 대표적인 젊은피 백지훈이 타의에 의해 수원 유니폼을 입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된 상태다. 더비의 요소를 고루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현대 계열인 울산과 전북은 최근 '형제 더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맞대결이 6번이나 된 데다, 2승2무2패로 호각세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밖에 부산과 대구가 'PK 더비', 전북과 전남이 '호남 더비'로 종종 불린다. 하지만 연고에 따라 편의상 이름붙여진 것일뿐 진정한 더비 개념은 없다. 전문가들은 K-리그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팀이 좀 더 지역색을 띠고 의식적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