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비좁은 골방

김수진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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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욕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온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외부에 가득차 있는

우주의 생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소유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스스로를 우주적인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맑은 가난, 곧 청빈이다. 주어지 가난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이며, 삶의 미덕이다. 예로부터 깨어있는 정신들은

늘 자신의 삶을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꾸어 갔다.

 

 

 

삶의 질이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따뜻한 가슴에 있다. 진정한 삶의 질을 누리려면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 써야 할 것은 이웃에게

좀더 친절해지는 것이다.  내가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내 안의 따뜻한 가슴이 전해져야 한다.

그래야 만나는 것이다.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청빈의 덕이 자란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 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된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하늘나라이다.

텅 비어 있을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삶을 살 줄 안다면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순례자나 여행자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감사하면서, 나눠 가지면서 삶을 산다.

집이든 물건이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처럼 살아야한다.

 

 

                                                               by 법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