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주민통합복지"

이태복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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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주민통합복지’


  정부는 지난 7월1일부터 주민통합복지서비스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 보육, 소년소녀가장 등 그동안 따로따로 집행해왔던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취지이다. 정부당국의 홍보대로 된다면 한 명의 서비스대상자가 각기 따로따로 적용되었던 서비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정말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는 계기이다. 하지만 전국의 어느 누구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읍, 면, 동 사무소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예전 그대로이다. 왜 그럴까?


  전형적인 탁상행정, 전시행정, 관료행정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는 2004년에 복지사무소시범사업을 하고, 2005년 공공복지사무소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시범사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주민 및 전문가 의견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지방분권작업에 이어 갑자기 주민통합복지서비스사업을 발표했다. 복지예산은 폭증하고 있는데 피부로 느끼는 것이 없고, 국민들의 복지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 복지전달체계 개편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범정부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 주민서비스혁신추진단도 발족했고, 시범사업의 전면확대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행자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주민통합복지시범사업은 복지전달체계의 개편을 시도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요소를 배제한 채 주민생활지원국과 지원팀 등 조직개편과 인력배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주민통합서비스체계를 개편한다면 그 결과는 서비스 없는 또 다른 조직의 출현으로 끝날 것이다. 우리는 이미 7년 전에 읍, 면, 동 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개편하고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주민자치가 활성화된 것도 서비스가 제고된 바도 없었던 경험을 한 바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승진잔치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고 만 것이 아니었던가?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복지를 비롯한 생활지원서비스로 개편되기 위해서 세 가지 핵심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중앙부처에 중층적으로 분산돼있는 복지기능을 비롯한 의료, 교육, 환경 등 제 기능을 통폐합하고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기능이 7개 부처에 분산돼 각기 다른 기능과 예산집행기능으로 나뉘어있고 기초적인 안전망인 4대 보험조차 2개 부처로 분산돼있는 실정이 아닌가!


  둘째는 저소득층 중심의 읍면동 행정서비스가 주민생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체계로 개편되려면 최소한 공공부조와 사회안전망, 고용관련 서비스가 통합되거나 일괄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어야 한다. 실업자나 퇴직자, 이혼가정 등 여러 사회변동에 노출돼있는 국민들이 생활상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일자리 찾기나 전직훈련, 보육, 4대보험 등등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하지 못하는 서비스개편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


  셋째는 전문성의 제고와 서비스 의식변화다. 복지서비스나 고용, 의료 등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의 전문성 제고와 철저한 서비스정신이 필수적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겉도는 일차적인 이유도 복지를 모르는 행정직을 체계적인 훈련과 평가 없이 편의적으로 배치한 데 있다. 일반 행정의 절차와 규정만 따져왔고 그런 의식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을 복지통합서비스에 그냥 내세우고 체감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사탕발림일 따름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중앙 각 부처에 분산돼있는 복지분야의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장애인 판정기준이 7개 부처마다 따로따로인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둘째는 기왕에 읍면동에서 수행해왔던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제공이 실효를 거두려면 고용과 4개 안전망을 통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는 행정직 등을 편의적으로 배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 교육과 평가작업을 서두르고 그 결과에 따라 조직개편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하루교육을 실시하고 통합서비스를 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국민들의 불만은 머리끝까지 차있다. 책상에서 관료들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주민행정서비스 개편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