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놀이

김은정2006.10.28
조회16

 

 

요즘 보물찾기 놀이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그녀가 제 자취방에 왔다 갔거든요.

그 때 나보고 슈퍼에 가서

콜라를 사 오라고 그러더니

그 잠깐 사이에

온~ 방에다 쪽지를 숨겼더라구요.

 

거울이고, 책상이고, 뭐

눈에 보이는 데는 물론이고

얼마나 구석구석 숨겨 놨는지

아직도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뭐가 자꾸 부시럭거리기에

베개를 뒤져 봤더니

그 속에, '잘 자~ 내 꿈꿔~'

그렇게 적혀 있었구요.

 

그리고 지금 보니까 화장실에도..

그 왜 휴지걸이 있잖아요. 거기에,

'자기야 시원해?'

그러곤 웃는 눈 모양 두 개. ^^

이렇게 그려져 있는 겁니다.

 

아유.. 정말..

 

이 보물 쪽지가, 몇 개나 더 남아 있을까요?

 

그녀 덕분에

이 칙칙하던 자취방이 보물섬이 된 것 같습니다.

그녀는 정말 신기한 요정 같아요.

 

 

 

 

 

며칠 전에 처음으로

남자 친구 자취방엘 가 봤어요.

 

생각보단 깨끗하다 싶었는데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둘러보니까

급하게 치운 흔적이 다 보이더라구요.

 

가스레인지 주변엔 라면 부스러기,

냉장고엔 달랑 김치통 하나,

 

그리고 옷장 밑에는

신었던 양말 한 켤레가 돌돌 말린 채

엉큼하게 숨어서 웃고 있었죠.

 

그런 걸 보면서

마음이 좀 축축해졌어요.

 

이 사람,

저녁때 나랑 헤어져서 들어오면

여기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양말을 빨고..

그렇게 살고 있구나.

 

그래서 메모를 많이 남겨 남겨 놓구 왔어요.

 

거울 앞에는 '우아 잘생겼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30분마다 하늘 보기'

베개 속엔 '잘자 내꿈 꿔~'

 

마흔 개도 넘게 남겨 놨는데

지금쯤 몇 개나 찾았을까요?

서랍 제일 밑에 숨겨 둔 쪽지도 찾았을까요?

거기엔 이렇게 썼는데..

 

'사랑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