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궁금해 ‥

손혜미2006.10.28
조회24

그 남자

 

과외하러온 학생이 냉수를 내왔는데 ...

하필이면 유리컵이 파란색이네..

너를 파란색에 담긴 유리컵만 보면

장난스럽게 그랬었지 ..

" 이거 꼭 변기에 담긴 물 같지 않아 ?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못 마시겠지 ? 그치 ?! "

 

나는 그 생각이 나서

잠깐 물컵을 외면했다가

그럤다가 다시 보란듯이

한숨에 다 들이켰어 ..

 

그 학생이 지금 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

내게도 조금 먹으라 말했을텐데 ...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놓고는

젓가란을 챙챙 부딪히며 " 배고파 ~ 배고파 ~" ..

노래처럼 종알거리던 니 목소리를 대번에 떠올리지 ..

그때 거기서 나오던 노래까지 ..

 

지금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

예습,복습도 한적이 없는데

단 한번의 모든걸 내 머릿속에 새겨 놓은 널 ..

 

어차피 헤어질거였으면 너 차라리

내 과외선생님으로 태어나지 그랬니 ?

내가 지지리 못하는 수학선생님으로 ...

 

그랬다면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지도 모르는데 ...

그랬다면 ..

지금처럼 과외나 하고 있지 않고

취직했을지도 모르는데 ..

그랬다면 ..

널 그렇게 자신있게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

 

 

 

그 여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크지 않은 키의 남자 ..

좁은 어깨가 너랑 많이 닮앗다 ..

 

오늘은 화요일 ..

너는 지금쯤 까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과외를 하러갔겠구나 ...

 

밥은 먹었을까 ?..

화요일은 니가 과외가 두개가 있는 날인데 ...

넌 또 밥도 먹지 못한채로

어느집 펼쳐진 상앞에 앉았을까 ...

 

어머님의 쟁반에 반쳐온 물한잔을 마셔가며 ..

조는 아이를 깨워 수학문제를 풀고 있을까 ...

 

학창시절 수학이 그렇게도 싫었다던 너는

과외를 가기전 늘 같은 소릴 했었지 ...

"대학가면 수학문제 안 풀어도 될지 알았는데 ..

과외때문에 고3때보다 더 많이 푸는것같아 ...

난 정말 수학이 싫어 .."

그런 너를 등떠밀어 버스에 태워보내고 ..

 

지금처럼 버스정류장에 혼자 서있으면

나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어 ..

내가 꼭 니 무릎에 놓인 짐짝 같았어 ...

 

너는 나를 안아 들수도

땅바닥에 내려 놓을수도 없었을거야 ..

 

그러니 내가 헤어지자 했을때

니가 별말없이 그러자 했던거 ..

 

나는 원망안해 ...

 

니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던 나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

 

다만 나는 궁금해 ..

니가 밥을 먹고 다니는지

나는 아직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