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즐기면서 걷는다. 하루 보행 거리는 30km 전후가 적당하다.
2. 겉옷·속옷·양말은 각각 두 벌씩이면 족하다. 나중에는 미니 샘플병에 든 화장품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배낭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
3. 저녁 6시 이후에는 걷지 않는다. 가능하면 숙소 전화번호를 가족에게 남긴다.
4. 현금은 최소한만 갖고 다닌다. 카드는 신용카드 아닌 현금카드로 준비한다.
5. 쑥스럽더라도 배낭에 '국토 종단' 표시를 써 붙인다. 차를 태워주겠다는 낯선 이의 호의를 예의 바르게 거절할 수 있다.
이날 주제 중 김현아 나와우리 운영위원이 발표한 아시아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여성들이 주목할 만하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유일하게 여성들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여름 휴가인데 대부분 저렴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여행지로 아시아 국가를 많이 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여자 혼자 무슨 여행?'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길 위에 선 여성들은 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각국의 여성들과 대면하게 된다.
김현아 위원은 "아시아로 떠난 여성들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여성들의 아픔과 슬픔, 폭력과 착취, 가난에 억눌린 삶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며 "여성주의 관점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역사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발굴하는 일인 한편 소외의 현장에 있는 여성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성여행이 활발해지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는 여성에 관련된 여행을 기획하고 새로운 여성주의 코스를 발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재)서울여성은 지난해부터 역사 속에서 가려져 있던 여성 인물을 발굴,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 나일라(왼쪽)는 카시미르에서, 아누(오른쪽)는 안은주씨가 하이드라바드에서 만난 유학 시절 친구들.
혼자 떠나는 여성들이 꿈꾸는 나라 중 하나가 '인도'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여행자들의 천국이기 때문일까.
인도를 4개월간 다녀온 강혜림(25)씨는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여유와 사색인데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의 인도야말로 여행자로서의 여성이 가장 여행하기 좋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인도 뱅갈로르에 있는 R.K.칼리지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안은주 기자 역시 인도 여행을 꿈꾸는 한 여성이었다. 2003년 여름,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인도를 다녀온 그는 이미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괌 등 풍부한 해외여행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1년간 머물 곳으로 인도를 정한 이유는 인도가 한 나라인 느낌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여행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도로 떠나기 전, 그는 기자 생활 10년째에 접어들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밑천이 바닥나 있었고 경제부 기자이면서도 경영학, 경제학을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한 점이 그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욕심을 더욱 갖게 했다. 영어와 경영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을 찾다가 갑자기 인도로 떠나게 된 데에는 한 후배의 제안이 있었다.
"언니, 인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영혼이 있는 나라, 인도로 가보세요. 게다가 딸이랑 같이 간다면서요. 아이한테 다른 세상을 보여주세요."
그래서 안씨는 자신의 일곱 살 된 딸 지민과 회사 선배의 딸인 열세 살 된 영주와 동행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미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본 그가 자녀들과 동행하면서 느낀 점은 '자녀가 가장 훌륭한 여행 파트너'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어른보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녀들과 동행하면서 오히려 안씨가 배우는 게 많았다고 한다. 서로 기억하는 게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는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여행 파트너라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집안일에 자녀양육에 여행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안씨는 "망설이지 말고 우선 떠날 것"을 주문했다. 막상 떠나서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용기도 생기고 방법도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안씨가 인도를 다녀온 후 안씨의 동서가 40일 동안 유럽여행을 강행했는데 "남편도 새로운 휴식시간을 보냈다고 하고 실제 여행을 다녀오니 큰 용기가 생겨 앞으로도 다양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들에게 여행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경비' 때문이다. 이에 안씨는 '여행통장' 마련을 제안했다. 현재 안씨는 2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통장에 각각 돈을 모으고 있다.
이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여성들도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나홀로 혹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로 혼자 떠난 조혜령씨
계획없이 떠난 낯선 곳 '좌충우돌'... 두려움 떨치면 배낭엔 추억 한아름
지난 여름, 혼자 떠났던 배낭여행.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떠나보지 않으면 내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키워온 여행에 대한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 같은 다른 두려움이 더 컸다.
그리고 300년이나 된 오래된 도시, 유럽과 가까운,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로 떠났다. 코발료프 소령도, 이반 이바노비치나 이반 니키포로비치도 만날 수 없겠지만 고골리의 소설 속에서 더 나은 곳이 없다는 네프스키 대로를 한 번만 밟고 오면 나의 여행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내 첫 여행이 시작됐다.
막상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직항이 생긴 이래 나처럼 여러 도시를 경유해서 고생고생 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경유지에서의 예닐곱 시간 동안 난 홀로 남겨진 채 덜덜 떨면서 '이쯤에서 잡혀가는 걸까' '이대로 쫓겨나는 걸까' '그냥 돌아갈까' 등의 생각으로 마음이 수세미처럼 복잡하게 엉키고 입이 말랐다.
또 한 가지, 여행에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은 일정에 따라 동선을 정해 입,출국하는 티켓을 서로 다른 도시에서 끊는 현명함을 보였지만 난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계획도 없었으므로 계속 돌고 돌았다. 덕분에 나의 여행 경로는 우왕좌왕이었다.
그래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비록 한국의 웬만한 버스보다도 불편한 데다가 고장으로 젖혀지지 않는 의자에 앉은 덕에 뻣뻣하게 굳은 뒷목을 부여잡고 내리기도 했지만 함께 돌고 돈 시베리아 항공기의 황당함이 내겐 여전히 매력으로 남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 떠난지라, 언제나 경계 태세로 여행을 다녔지만 러시아는 두려움으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그래서 나는 네프스키 거리를 슬렁슬렁 다녔을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4박5일간 여행하고 모스크바와 미리 받아 두었던 복수비자로 에스토니아의 탈린도 들렀으니 목표 달성을 하고 돌아온 셈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미덕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신세를 졌으니 말이다.
누군가 길을 나서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돌아가는 길'을 즐겨라. 그렇게 가다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겐 탈린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새벽 발틱 역 앞 작은 광장 가득 울렸던 그 음악이 그랬다.
또 그 여운으로 마시던 종이맛 나는 들척지근한 8루블짜리 커피도 내겐 즐거움이었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노보시빌스크의 공항에 내려 정말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친 배낭을 끌어안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노선 택시를 탔던 그 기억마저 내겐 이번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아 있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21세기 여행 키워드는 '나홀로 女행'
혼자 국내외 여행을 즐기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행, 이주, 회의 등으로 국경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여행을
즐기는 시대에 '여성'이 여행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여행이 증가하면서 여성여행을
위한 여러 정책과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행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여행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
면서 여성여행 관련 사이트를 개발하고 관광 자원화
하는 작업은 매우 시급하고 의미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나와우리 운영위원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아시아 여행을 위해서는 여성들과의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며 다양한 여행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
역별 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자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
모든 여자의 영원한 꿈은 혼자 여행하는 것
이다. … 그러나 늘 가방을 꾸리기만 한다. …
결국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날 여자는
모든 그물에서 해방된다. … 그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이미 오십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 김이연의 중 일부
40년간의 교사 생활을 청산하고 65세의 나이로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까지 23일을 종단한 황안나 할머니는 위의 시를 읽고
길 위에 섰다. 현재 그의 여행은 바다 건너로도 이어져
네팔, 몽골, 베트남 등지를 다녀왔다. 황안나씨처럼
여성들은 더 이상 가방만 꾸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과
경계를 넘어 여행을 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문화와 관광이
삶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여행 주체로
서의 여성들은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도 이루고 있다.
실제 여행하는 전 세계 여성들로만 결속된 공동체
'journeywoman.com(http://www.journey
woman.com)'에는 매일 평균 2500여 명의 여성들이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혼자 떠나는 여성들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모로 준비하는 이유는 도착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있지만 세계 어느 곳이나 성희롱이나 성폭력 위험에 노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이트에서 여성들은 지역에 맞게 의복을 착용해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하는 지역의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 사이트의
편집자인 에블리 하논(캐나다)은 "전 세계 어머니, 소녀, 아주머니,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사랑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여행을
안전하고 제대로 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며 "우리 모두는 여성의 관점으로부터 여행에 관한 새로운 면들
을 발견했고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journeywoman.com'에는 매년 90만 명에 이르는 방문자들이 찾고
있으며 매달 100개 국이 넘는 5만여 명의 여성들에게 무료전자회보를
보내고 있다.
여성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단순히 여행하는 개념을 넘어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고 '여행자'로서 여성을 위한 논의의
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사)또하나의문화 여성여행팀이 주최한
'여성과 여행, 관광작품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자리에는 국내 여성학자
와 관광학자 및 여행전문가들과 해외에서 다양한 여성여행 콘텐츠를 개발하
고 있는 전문가 및 학자들이 모여 여성관광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황안나 할머니가 전하는 나홀로 여행 조언
1.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즐기면서 걷는다. 하루 보행 거리는 30km 전후가 적당하다.
2. 겉옷·속옷·양말은 각각 두 벌씩이면 족하다. 나중에는 미니 샘플병에 든 화장품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배낭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
3. 저녁 6시 이후에는 걷지 않는다. 가능하면 숙소 전화번호를 가족에게 남긴다.
4. 현금은 최소한만 갖고 다닌다. 카드는 신용카드 아닌 현금카드로 준비한다.
5. 쑥스럽더라도 배낭에 '국토 종단' 표시를 써 붙인다. 차를 태워주겠다는 낯선 이의 호의를 예의 바르게 거절할 수 있다.
이날 주제 중 김현아 나와우리 운영위원이 발표한 아시아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여성들이 주목할 만하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유일하게 여성들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여름 휴가인데 대부분 저렴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여행지로 아시아 국가를 많이 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여자 혼자 무슨 여행?'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길 위에 선 여성들은 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각국의 여성들과 대면하게 된다.김현아 위원은 "아시아로 떠난 여성들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여성들의 아픔과 슬픔, 폭력과 착취, 가난에 억눌린 삶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며 "여성주의 관점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역사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발굴하는 일인 한편 소외의 현장에 있는 여성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성여행이 활발해지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는 여성에 관련된 여행을 기획하고 새로운 여성주의 코스를 발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재)서울여성은 지난해부터 역사 속에서 가려져 있던 여성 인물을 발굴,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프로그램 '역사 속 그녀들을 찾아서' 투어를 진행
중이며 주로 30∼40대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다.
배낭을 메고 떠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역사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여성인물들을
여행을 통해 만나보는 것이 이들이 투어를 희망하는
이유다.
또한 여성주의 커뮤니티가 꾸린 즐거운 상상을 실현
하기 위한 여성들의 여성 전용 여행 기획팀, 언니네
'시스투어(SISTOUR)'는 '여행자로서의 여성의 지혜를
여성에게 전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꾸릴 예정이다.
시스투어는 여성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팁, 여성이 추천
하는 여행지, 세계 여성 관련 행사 달력 등으로 채워질
사이트에서 세계를 여행 중인 여성들이 현지에서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여성들에게 여행의 자유란 허락되지 않은, 이루기 어려운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수많은 여성들은 이미 여행을 다녀온
'언니들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힘으로 배낭을 메고 떠나고 있다.
그리고 여러 방법을 통한 연대로 서로간의 여행을 격려하고 축하한다.
"bravo! womans' journey!"
채혜원 기자 chw@iwomantimes.com
동·서양 공존 '지상 천국'... 그곳에선 영혼이 숨쉬죠 인터뷰- 혼자만의 여행'인도' 추천하는 안은주씨
인도를 4개월간 다녀온 강혜림(25)씨는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여유와 사색인데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의 인도야말로 여행자로서의 여성이 가장 여행하기 좋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인도 뱅갈로르에 있는 R.K.칼리지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안은주 기자 역시 인도 여행을 꿈꾸는 한 여성이었다. 2003년 여름,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인도를 다녀온 그는 이미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괌 등 풍부한 해외여행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1년간 머물 곳으로 인도를 정한 이유는 인도가 한 나라인 느낌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여행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도로 떠나기 전, 그는 기자 생활 10년째에 접어들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밑천이 바닥나 있었고 경제부 기자이면서도 경영학, 경제학을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한 점이 그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욕심을 더욱 갖게 했다. 영어와 경영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을 찾다가 갑자기 인도로 떠나게 된 데에는 한 후배의 제안이 있었다.
"언니, 인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영혼이 있는 나라, 인도로 가보세요. 게다가 딸이랑 같이 간다면서요. 아이한테 다른 세상을 보여주세요."
그래서 안씨는 자신의 일곱 살 된 딸 지민과 회사 선배의 딸인 열세 살 된 영주와 동행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미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본 그가 자녀들과 동행하면서 느낀 점은 '자녀가 가장 훌륭한 여행 파트너'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어른보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녀들과 동행하면서 오히려 안씨가 배우는 게 많았다고 한다. 서로 기억하는 게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는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여행 파트너라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집안일에 자녀양육에 여행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안씨는 "망설이지 말고 우선 떠날 것"을 주문했다. 막상 떠나서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용기도 생기고 방법도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안씨가 인도를 다녀온 후 안씨의 동서가 40일 동안 유럽여행을 강행했는데 "남편도 새로운 휴식시간을 보냈다고 하고 실제 여행을 다녀오니 큰 용기가 생겨 앞으로도 다양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들에게 여행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경비' 때문이다. 이에 안씨는 '여행통장' 마련을 제안했다. 현재 안씨는 2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통장에 각각 돈을 모으고 있다.
이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여성들도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나홀로 혹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로 혼자 떠난 조혜령씨 계획없이 떠난 낯선 곳 '좌충우돌'... 두려움 떨치면 배낭엔 추억 한아름
지난 여름, 혼자 떠났던 배낭여행.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떠나보지 않으면 내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키워온 여행에 대한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 같은 다른 두려움이 더 컸다.
그리고 300년이나 된 오래된 도시, 유럽과 가까운,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로 떠났다. 코발료프 소령도, 이반 이바노비치나 이반 니키포로비치도 만날 수 없겠지만 고골리의 소설 속에서 더 나은 곳이 없다는 네프스키 대로를 한 번만 밟고 오면 나의 여행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내 첫 여행이 시작됐다.
막상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직항이 생긴 이래 나처럼 여러 도시를 경유해서 고생고생 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경유지에서의 예닐곱 시간 동안 난 홀로 남겨진 채 덜덜 떨면서 '이쯤에서 잡혀가는 걸까' '이대로 쫓겨나는 걸까' '그냥 돌아갈까' 등의 생각으로 마음이 수세미처럼 복잡하게 엉키고 입이 말랐다.
또 한 가지, 여행에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은 일정에 따라 동선을 정해 입,출국하는 티켓을 서로 다른 도시에서 끊는 현명함을 보였지만 난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계획도 없었으므로 계속 돌고 돌았다. 덕분에 나의 여행 경로는 우왕좌왕이었다.
그래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비록 한국의 웬만한 버스보다도 불편한 데다가 고장으로 젖혀지지 않는 의자에 앉은 덕에 뻣뻣하게 굳은 뒷목을 부여잡고 내리기도 했지만 함께 돌고 돈 시베리아 항공기의 황당함이 내겐 여전히 매력으로 남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 떠난지라, 언제나 경계 태세로 여행을 다녔지만 러시아는 두려움으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그래서 나는 네프스키 거리를 슬렁슬렁 다녔을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4박5일간 여행하고 모스크바와 미리 받아 두었던 복수비자로 에스토니아의 탈린도 들렀으니 목표 달성을 하고 돌아온 셈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미덕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신세를 졌으니 말이다.
누군가 길을 나서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돌아가는 길'을 즐겨라. 그렇게 가다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겐 탈린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새벽 발틱 역 앞 작은 광장 가득 울렸던 그 음악이 그랬다.
또 그 여운으로 마시던 종이맛 나는 들척지근한 8루블짜리 커피도 내겐 즐거움이었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노보시빌스크의 공항에 내려 정말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친 배낭을 끌어안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노선 택시를 탔던 그 기억마저 내겐 이번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