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에서 주문하신 분들 중 1권 밖에 받지 못해 화나신 분들.... 조만간 2권을 배송해 준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 참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요. ======================== 싸긴 한데 믿지는 못하겠네요. ========================== 한나 - 도와드려요? 기억 - 어라... 집에 안 갔어? 한나 - 그러니까 물어보잖아요. 도와드려요? 아니면 집에 가요? 민아가 아닌 한나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참 의외면서도 한 편으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내편이 있었구나. 하지만 지난번에 말하기론 분명...? 기억 - 한나 너 룸바는 못 춘다며. 한나 - 그거야 언니한테 양보하려고 한 말이죠. 춤 배운 게 몇 년인데 살사밖에 못 추겠어요? 룸바정도는 빠삭~하게 꿰고 있답니다. 기억 - ......흠. 지금시각 8시 10분. 시간도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고 아직 동작을 다 못 익힌 만큼 그녀와 함께 연습해선 사과만 계속 하다 끝날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삽질을 해도 마음 편히 혼자 하는 게..... 기억 -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들어 가. 한나 - 에휴... 설마 설마 했더니.... 유감스럽게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기억 - .... 뭐? 왜? 한나 - 언니한테 오늘 친구 생일파티 간다고 했거든요. 늦게 들어갈 거라고 이미 말해놓고 왔는데 그냥 들어가면 할말이 없잖아요. 기억 - 그럼 pc방 같은 데라도 가서 시간 때우다 들어 가. 괜히 나랑 연습하다 혈압 올리기 보다는 그쪽이 더... 한나 - 아휴!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할 땐 좀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여요 쫌! 사람이 꽉 막힌 것도 정도가 있지! 혼자 거울보고 삽질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쭉쭉빵빵한 미녀랑 춤추는 게 낫잖아요!! 기억 - .....뭐? 무슨 미녀? 한나 - 왜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기억 - 아니 뭐.... 틀린 말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본인을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쓰기에는 그리 적절한 말이 아닌듯한 듯한 느낌이 자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성큼 나에게 다가온 그녀는 다짜고짜 내손을 잡아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었다. 한나 - 자꾸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이리 와요! 제가 기본부터 착실하게 가르쳐 드릴 테니까! 기억 - 아니, 저기 안 그래도 된다니.... 한나 - 자꾸 그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굳이 됐다고 하는 데도 인상을 써가며 춤을 가르쳐주겠다는 그녀. 처음부터 내 의사 따윈 물어볼 생각도 없었던 건 아닐까? 한나 - 아무튼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밥 다 지어서 입에까지 넣어준다는 데 왜 그걸 뱉으려고 들어요? 그런가보다 하고 먹으면 될 걸 가지고.... 기억 - 아니, 원래 나귀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도.... 한나 - 끝까지 태클 들어오시네, 정말....자! 빨리 손 줘요! 정말로 화가 난 듯한 그녀의 행동에 난 마지못해 왼손바닥을 내밀었고 그녀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 손위에 얹었다. 한나 - 룸바는 남자가 리드하는 춤이에요. 왼손을 힘 있게 잡고, 신호를 줘요. 앞으로 가고 싶을 땐 밀고, 뒤로 물러설 땐 당기는 거예요. 이렇게 축 늘어뜨리고 있지 말고.... 기억 - 아..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아니었어? 한나 - 그거야 단체로 같은 춤을 추려고 그렇게 맞춘 거죠. 본래는 남자가 리드하는 데로 추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춤이 흥이 나고 멋지게 춰진다고요. 기억 - 일단은 그냥이라도 뭐가 제대로 되야.... 한나 - Oh~ Stop!! Don't tackle!! 아... 화가 나니까 이상한 English가 막 나오네. 일단 사람 말하는 데로 좀 따라와 봐요! 기억 - 아..네. 한나 - 자, 준비하고, 천천히 가요. 투, 쓰리, 포~, 원! 그리고 시작된 나와 한나의 룸바 특훈. 본래 박자보다 1.5배 정도 느린 그녀의 구호에 난 차분한 마음으로 스텝을 밟아나갔다. 한나 - 쭉 밀었다가 뒤로 물러서면서 끌어당겨요. =여기 와서 턴을 해라= 라는 신호를 주는 거예요. 당연히 그럼 손도 들어줘야겠죠? 그럼 제가 이렇게 언더암턴~. 제가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반대로도 풀어줘야겠죠? 반대쪽 어깨를 살짝 밀어주면서 팬~. 차근차근 서로의 동작을 짚어가면서 춤의 순서를 알려주는 그녀. 확실히 혼자 =이 다음은.... 이 다음은...= 하고 주먹구구로 외우는 것보다는 이해가 잘 됐다. 한나 - 이렇게 쭉 멀어졌으니까 다시 오빠 쪽으로 당겨 줘요, 스텝 포~원 밟으면서 스핀하게 손 들어주시고... 마주보기 전에 오른 손을 들어주세요. 그럼 뉴욕으로 들어간다는 신호인 거예요. 그럼 이제부터 뉴욕~! 손은 날개를 펴듯 자신 있게 촥! 기억 - 아, 오케이. 연습을 시작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단 한번도 도달한 적 없던 후반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설명을 따라 천천히 스텝을 밟은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스텝이 꼬이지 않고 이 정도까지 호흡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는 일이었다. 한나 - 이다음부터는 다시 반복일 뿐이에요. 부드럽게 하키스틱~ 밀어주고~ 당겨주고. 기억 - 오, 알 것 같아. 한나 - 그렇죠. 그렇게 리드를 하는 거예요. 오빠는 체크~ 난 턴~ 그리고 펜~. 이렇게 하면 대본에 있는 3소절까지가 끝난 거예요. 간단하죠? 기억 - 어? 끝까지 다 한 거야? 한나 - 네~. Excellent! 기억 - 아.... 천천히 하니까 할만하네? 처음으로 춤을 배우면서 흥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무 규칙성 없어 보이는 수열에서 절묘한 점화식을 발견한 것만 같은 쾌감, 도저히 미분 불가능할 것 같은 수식에서 딱 맞아들어 가는 라플라스 변환을 찾은 것만 같은 쾌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한나 - 그럼 이번엔 조금 더 빨리 가볼까요? 기억 - 아.... 응. 한나 - 자, 더 붙어 서요. 왼손에 힘주고... 그럼 준비, 투, 쓰리, 포~ 원! 투! 한결 자연스럽게 흐르듯 움직이는 동선. 다음 동작이 뭔지 알려주는 듯한 서로의 위치. 아직 실제 박자보다는 조금 느린 템포였지만 분명한 건 내가 춤 자체를 흥겨워 할 정도의 심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한나 - 어머나? 오빠 춤에 소질 있나 보다~. 기억 - 그, 그래? 한나 - 네~.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스텝 빨리 외웠다는 말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지금 나와 춤을 추고 있는 파트너라는 게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한나 - 좀 더 자신 있게 춰 봐요! 흥겹게! 기억 - 이... 이렇게? 한나 - 어머나? 그래요, 그렇게! 깔깔깔.... 그녀의 칭찬에 보다 대담해진 난 그동안 전혀 신경도 못 쓰고 있던 골반 움직임이나 기교적인 손동작까지 흉내내가며 그녀의 스텝을 따라갔다. 내가 생각해도 분명히 어색할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지금, 그런 건 별 상관없었다. 기억 - 하아...하아... 이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데? 한나 - 그럼요, 춤이 얼마나 운동이 되는데요! 어머,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두죠. 기억 - 아..... 그러네. 전철 끊길 시간도 다 됐고... 얼마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을 벌써 10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야 좀 뭔가 알았다 싶었는데.... 혹시 월요일이 되면 다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기억 - 저.... 한나야. 한나 - 네~. 기억 - 혹시.... 주말에도 약간만 도와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나 - 어머나,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기억 - 아니, 그건 아닌데. 한나 - 어쩜 그렇게 딱 잘라서...... 하아. 재미없어. 아무래도 내가 대답을 잘못한 듯 그녀는 투덜투덜 가방을 챙겨 휭-하고 연습실을 나섰다. 잠깐, 이대로 가버리면 나로선 간신히 찾은 활로가...!! 기억 - 하, 한나야! 저기...도와주면 밥 맛있는 거 사줄게! 한나 - 됐어요. 제대로 삐졌어. 기억 - 어? 뭐, 뭣 때문에? 한나 - 몰라요. 뿡! 기억 - 아까 그 질문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정말 데이트 신청은 아닌데? 한나 - 그게 문제라는 거잖아요!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기억 - 그....그렇지만 나한텐 어디까지나 공주가.... 한나 - 하아.... 됐어요. 더 이야기 하다간 나까지 뇌가 빡빡해질 것 같아. 대체 뭐가 잘못 되었다는 건진 몰라도 나에겐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연습실을 나서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회유책을 동원해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억 - 저, 저기. 학생회관에 새로 나온 아이스카페모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아니면....그렇지! 기숙사 스페셜라면정식은 어때? 내가 참치에 치즈에 햄까지 추가해서.... 한나 - 됐거든요? 나 돼지 아니거든요? 기억 - 그... 그렇지만.... 모든 기숙사인들의 꿈과 열망이라 할 수 있는 풀옵션 스페셜라면정식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녀.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라고 체념하려던 순간 그녀가 의외의 제안을 내걸었다. 한나 - ..... 내일 나 쇼핑하는 데 같이 가요. 기억 - 응? 한나 - 춤 연습하러 가기 전에,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자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것도 아니고 쇼핑인데...그 정도는 괜찮겠지? 밥 한 끼 사주는 거나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 같고.... 일단은 민아 동생인데다... 춤 연습도 도와달라고 해야 하고.... 본래 세상이 Give & Take 아니겠어? 기억 - 뭐 사러 가는데? 한나 -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것저것이요. 기억 - 저기.... 요즘 내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하지가... 한나 - 누가 사달래요? 그냥 같이 골라주고 짐이나 들어줘요. 기억 - 그렇다면야 뭐.... 그런데 연습부터 하고 가면 안 될까? 한나 - 아악!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태클이야! 싫으면 관둬요! 기억 - 아, 아냐. 알았어. 어디로 갈 건데? 결국 다음날 오후, 난 그녀와 동대문 쇼핑에 나섰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0화> 특훈
인터파크에서 주문하신 분들 중
1권 밖에 받지 못해 화나신 분들....
조만간 2권을 배송해 준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 참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요.
======================== 싸긴 한데 믿지는 못하겠네요. ==========================
한나 - 도와드려요?
기억 - 어라... 집에 안 갔어?
한나
- 그러니까 물어보잖아요.
도와드려요? 아니면 집에 가요?
민아가 아닌 한나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참 의외면서도 한 편으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내편이 있었구나.
하지만 지난번에 말하기론 분명...?
기억 - 한나 너 룸바는 못 춘다며.
한나
- 그거야 언니한테 양보하려고 한 말이죠.
춤 배운 게 몇 년인데 살사밖에 못 추겠어요?
룸바정도는 빠삭~하게 꿰고 있답니다.
기억 - ......흠.
지금시각 8시 10분.
시간도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고
아직 동작을 다 못 익힌 만큼
그녀와 함께 연습해선 사과만 계속 하다 끝날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삽질을 해도 마음 편히 혼자 하는 게.....
기억 -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들어 가.
한나
- 에휴... 설마 설마 했더니....
유감스럽게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기억 - .... 뭐? 왜?
한나
- 언니한테 오늘 친구 생일파티 간다고 했거든요.
늦게 들어갈 거라고 이미 말해놓고 왔는데
그냥 들어가면 할말이 없잖아요.
기억
- 그럼 pc방 같은 데라도 가서 시간 때우다 들어 가.
괜히 나랑 연습하다 혈압 올리기 보다는 그쪽이 더...
한나
- 아휴!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할 땐 좀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여요 쫌!
사람이 꽉 막힌 것도 정도가 있지!
혼자 거울보고 삽질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쭉쭉빵빵한 미녀랑 춤추는 게 낫잖아요!!
기억 - .....뭐? 무슨 미녀?
한나 - 왜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기억 - 아니 뭐.... 틀린 말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본인을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쓰기에는
그리 적절한 말이 아닌듯한 듯한 느낌이 자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성큼 나에게 다가온 그녀는
다짜고짜 내손을 잡아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었다.
한나
- 자꾸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이리 와요!
제가 기본부터 착실하게 가르쳐 드릴 테니까!
기억 - 아니, 저기 안 그래도 된다니....
한나 - 자꾸 그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굳이 됐다고 하는 데도
인상을 써가며 춤을 가르쳐주겠다는 그녀.
처음부터 내 의사 따윈 물어볼 생각도 없었던 건 아닐까?
한나
- 아무튼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밥 다 지어서 입에까지 넣어준다는 데
왜 그걸 뱉으려고 들어요?
그런가보다 하고 먹으면 될 걸 가지고....
기억
- 아니, 원래 나귀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도....
한나 - 끝까지 태클 들어오시네, 정말....자! 빨리 손 줘요!
정말로 화가 난 듯한 그녀의 행동에
난 마지못해 왼손바닥을 내밀었고
그녀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 손위에 얹었다.
한나
- 룸바는 남자가 리드하는 춤이에요.
왼손을 힘 있게 잡고, 신호를 줘요.
앞으로 가고 싶을 땐 밀고, 뒤로 물러설 땐 당기는 거예요.
이렇게 축 늘어뜨리고 있지 말고....
기억 - 아..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아니었어?
한나
- 그거야 단체로 같은 춤을 추려고 그렇게 맞춘 거죠.
본래는 남자가 리드하는 데로 추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춤이 흥이 나고 멋지게 춰진다고요.
기억 - 일단은 그냥이라도 뭐가 제대로 되야....
한나
- Oh~ Stop!! Don't tackle!!
아... 화가 나니까 이상한 English가 막 나오네.
일단 사람 말하는 데로 좀 따라와 봐요!
기억 - 아..네.
한나 - 자, 준비하고, 천천히 가요. 투, 쓰리, 포~, 원!
그리고 시작된 나와 한나의 룸바 특훈.
본래 박자보다 1.5배 정도 느린 그녀의 구호에
난 차분한 마음으로 스텝을 밟아나갔다.
한나
- 쭉 밀었다가 뒤로 물러서면서 끌어당겨요.
=여기 와서 턴을 해라= 라는 신호를 주는 거예요.
당연히 그럼 손도 들어줘야겠죠?
그럼 제가 이렇게 언더암턴~.
제가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반대로도 풀어줘야겠죠?
반대쪽 어깨를 살짝 밀어주면서 팬~.
차근차근 서로의 동작을 짚어가면서
춤의 순서를 알려주는 그녀.
확실히 혼자 =이 다음은.... 이 다음은...= 하고
주먹구구로 외우는 것보다는 이해가 잘 됐다.
한나
- 이렇게 쭉 멀어졌으니까 다시 오빠 쪽으로 당겨 줘요,
스텝 포~원 밟으면서 스핀하게 손 들어주시고...
마주보기 전에 오른 손을 들어주세요.
그럼 뉴욕으로 들어간다는 신호인 거예요.
그럼 이제부터 뉴욕~!
손은 날개를 펴듯 자신 있게 촥!
기억 - 아, 오케이.
연습을 시작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단 한번도 도달한 적 없던 후반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설명을 따라 천천히 스텝을 밟은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스텝이 꼬이지 않고
이 정도까지 호흡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는 일이었다.
한나
- 이다음부터는 다시 반복일 뿐이에요.
부드럽게 하키스틱~ 밀어주고~ 당겨주고.
기억 - 오, 알 것 같아.
한나
- 그렇죠. 그렇게 리드를 하는 거예요.
오빠는 체크~ 난 턴~ 그리고 펜~.
이렇게 하면 대본에 있는 3소절까지가 끝난 거예요.
간단하죠?
기억 - 어? 끝까지 다 한 거야?
한나 - 네~. Excellent!
기억 - 아.... 천천히 하니까 할만하네?
처음으로 춤을 배우면서 흥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무 규칙성 없어 보이는 수열에서
절묘한 점화식을 발견한 것만 같은 쾌감,
도저히 미분 불가능할 것 같은 수식에서
딱 맞아들어 가는 라플라스 변환을 찾은 것만 같은 쾌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한나 - 그럼 이번엔 조금 더 빨리 가볼까요?
기억 - 아.... 응.
한나
- 자, 더 붙어 서요. 왼손에 힘주고...
그럼 준비, 투, 쓰리, 포~ 원! 투!
한결 자연스럽게 흐르듯 움직이는 동선.
다음 동작이 뭔지 알려주는 듯한 서로의 위치.
아직 실제 박자보다는 조금 느린 템포였지만
분명한 건 내가 춤 자체를 흥겨워 할 정도의
심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한나 - 어머나? 오빠 춤에 소질 있나 보다~.
기억 - 그, 그래?
한나 - 네~.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스텝 빨리 외웠다는 말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지금 나와 춤을 추고 있는 파트너라는 게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한나 - 좀 더 자신 있게 춰 봐요! 흥겹게!
기억 - 이... 이렇게?
한나 - 어머나? 그래요, 그렇게! 깔깔깔....
그녀의 칭찬에 보다 대담해진 난
그동안 전혀 신경도 못 쓰고 있던 골반 움직임이나
기교적인 손동작까지 흉내내가며
그녀의 스텝을 따라갔다.
내가 생각해도 분명히 어색할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지금, 그런 건 별 상관없었다.
기억 - 하아...하아... 이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데?
한나
- 그럼요, 춤이 얼마나 운동이 되는데요!
어머,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두죠.
기억 - 아..... 그러네. 전철 끊길 시간도 다 됐고...
얼마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을 벌써 10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야 좀 뭔가 알았다 싶었는데....
혹시 월요일이 되면 다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기억 - 저.... 한나야.
한나 - 네~.
기억
- 혹시.... 주말에도 약간만 도와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나 - 어머나,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기억 - 아니, 그건 아닌데.
한나 - 어쩜 그렇게 딱 잘라서...... 하아. 재미없어.
아무래도 내가 대답을 잘못한 듯
그녀는 투덜투덜 가방을 챙겨 휭-하고 연습실을 나섰다.
잠깐, 이대로 가버리면 나로선 간신히 찾은 활로가...!!
기억 - 하, 한나야! 저기...도와주면 밥 맛있는 거 사줄게!
한나 - 됐어요. 제대로 삐졌어.
기억 - 어? 뭐, 뭣 때문에?
한나 - 몰라요. 뿡!
기억
- 아까 그 질문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정말 데이트 신청은 아닌데?
한나 - 그게 문제라는 거잖아요!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기억 - 그....그렇지만 나한텐 어디까지나 공주가....
한나
- 하아.... 됐어요. 더 이야기 하다간
나까지 뇌가 빡빡해질 것 같아.
대체 뭐가 잘못 되었다는 건진 몰라도
나에겐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연습실을 나서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회유책을 동원해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억
- 저, 저기. 학생회관에 새로 나온
아이스카페모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아니면....그렇지! 기숙사 스페셜라면정식은 어때?
내가 참치에 치즈에 햄까지 추가해서....
한나 - 됐거든요? 나 돼지 아니거든요?
기억 - 그... 그렇지만....
모든 기숙사인들의 꿈과 열망이라 할 수 있는
풀옵션 스페셜라면정식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녀.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라고 체념하려던 순간
그녀가 의외의 제안을 내걸었다.
한나 - ..... 내일 나 쇼핑하는 데 같이 가요.
기억 - 응?
한나 - 춤 연습하러 가기 전에,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자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것도 아니고 쇼핑인데...그 정도는 괜찮겠지?
밥 한 끼 사주는 거나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 같고....
일단은 민아 동생인데다...
춤 연습도 도와달라고 해야 하고....
본래 세상이 Give & Take 아니겠어?
기억 - 뭐 사러 가는데?
한나 -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것저것이요.
기억 - 저기.... 요즘 내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하지가...
한나 - 누가 사달래요? 그냥 같이 골라주고 짐이나 들어줘요.
기억 - 그렇다면야 뭐.... 그런데 연습부터 하고 가면 안 될까?
한나 - 아악!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태클이야! 싫으면 관둬요!
기억 - 아, 아냐. 알았어. 어디로 갈 건데?
결국 다음날 오후,
난 그녀와 동대문 쇼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