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0화> 특훈

바다의기억2006.07.11
조회9,594

인터파크에서 주문하신 분들 중

 

1권 밖에 받지 못해 화나신 분들....

 

조만간 2권을 배송해 준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 참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요.

 

======================== 싸긴 한데 믿지는 못하겠네요. ==========================

 

 

한나 - 도와드려요?


기억 - 어라... 집에 안 갔어?


한나

- 그러니까 물어보잖아요.


도와드려요? 아니면 집에 가요?



민아가 아닌 한나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참 의외면서도 한 편으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내편이 있었구나.


하지만 지난번에 말하기론 분명...?



기억 - 한나 너 룸바는 못 춘다며.


한나

- 그거야 언니한테 양보하려고 한 말이죠.


춤 배운 게 몇 년인데 살사밖에 못 추겠어요?


룸바정도는 빠삭~하게 꿰고 있답니다.



기억 - ......흠.



지금시각 8시 10분.


시간도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고


아직 동작을 다 못 익힌 만큼


그녀와 함께 연습해선 사과만 계속 하다 끝날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삽질을 해도 마음 편히 혼자 하는 게.....



기억 -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들어 가.


한나

- 에휴... 설마 설마 했더니....


유감스럽게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기억 - .... 뭐? 왜?


한나

- 언니한테 오늘 친구 생일파티 간다고 했거든요.


늦게 들어갈 거라고 이미 말해놓고 왔는데


그냥 들어가면 할말이 없잖아요.



기억

- 그럼 pc방 같은 데라도 가서 시간 때우다 들어 가.


괜히 나랑 연습하다 혈압 올리기 보다는 그쪽이 더...



한나

- 아휴!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할 땐 좀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여요 쫌!


사람이 꽉 막힌 것도 정도가 있지!


혼자 거울보고 삽질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쭉쭉빵빵한 미녀랑 춤추는 게 낫잖아요!!



기억 - .....뭐? 무슨 미녀?


한나 - 왜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기억 - 아니 뭐.... 틀린 말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본인을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쓰기에는


그리 적절한 말이 아닌듯한 듯한 느낌이 자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성큼 나에게 다가온 그녀는


다짜고짜 내손을 잡아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었다.



한나

- 자꾸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이리 와요!


제가 기본부터 착실하게 가르쳐 드릴 테니까!



기억 - 아니, 저기 안 그래도 된다니....


한나 - 자꾸 그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굳이 됐다고 하는 데도


인상을 써가며 춤을 가르쳐주겠다는 그녀.


처음부터 내 의사 따윈 물어볼 생각도 없었던 건 아닐까?



한나

- 아무튼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밥 다 지어서 입에까지 넣어준다는 데


왜 그걸 뱉으려고 들어요?


그런가보다 하고 먹으면 될 걸 가지고....



기억

- 아니, 원래 나귀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도....



한나 - 끝까지 태클 들어오시네, 정말....자! 빨리 손 줘요!



정말로 화가 난 듯한 그녀의 행동에


난 마지못해 왼손바닥을 내밀었고


그녀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 손위에 얹었다.



한나

- 룸바는 남자가 리드하는 춤이에요.


왼손을 힘 있게 잡고, 신호를 줘요.


앞으로 가고 싶을 땐 밀고, 뒤로 물러설 땐 당기는 거예요.


이렇게 축 늘어뜨리고 있지 말고....



기억 - 아..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아니었어?


한나

- 그거야 단체로 같은 춤을 추려고 그렇게 맞춘 거죠.


본래는 남자가 리드하는 데로 추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춤이 흥이 나고 멋지게 춰진다고요.



기억 - 일단은 그냥이라도 뭐가 제대로 되야....


한나

- Oh~ Stop!! Don't tackle!!


아... 화가 나니까 이상한 English가 막 나오네.


일단 사람 말하는 데로 좀 따라와 봐요!



기억 - 아..네.


한나 - 자, 준비하고, 천천히 가요. 투, 쓰리, 포~, 원!



그리고 시작된 나와 한나의 룸바 특훈.


본래 박자보다 1.5배 정도 느린 그녀의 구호에


난 차분한 마음으로 스텝을 밟아나갔다.



한나

- 쭉 밀었다가 뒤로 물러서면서 끌어당겨요.


=여기 와서 턴을 해라= 라는 신호를 주는 거예요.


당연히 그럼 손도 들어줘야겠죠?


그럼 제가 이렇게 언더암턴~.


제가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반대로도 풀어줘야겠죠?


반대쪽 어깨를 살짝 밀어주면서 팬~.



차근차근 서로의 동작을 짚어가면서


춤의 순서를 알려주는 그녀.


확실히 혼자 =이 다음은.... 이 다음은...= 하고


주먹구구로 외우는 것보다는 이해가 잘 됐다.



한나

- 이렇게 쭉 멀어졌으니까 다시 오빠 쪽으로 당겨 줘요,


스텝 포~원 밟으면서 스핀하게 손 들어주시고...


마주보기 전에 오른 손을 들어주세요.


그럼 뉴욕으로 들어간다는 신호인 거예요.


그럼 이제부터 뉴욕~!


손은 날개를 펴듯 자신 있게 촥!



기억 - 아, 오케이.



연습을 시작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단 한번도 도달한 적 없던 후반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설명을 따라 천천히 스텝을 밟은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스텝이 꼬이지 않고


이 정도까지 호흡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는 일이었다.



한나

- 이다음부터는 다시 반복일 뿐이에요.


부드럽게 하키스틱~ 밀어주고~ 당겨주고.



기억 - 오, 알 것 같아.


한나

- 그렇죠. 그렇게 리드를 하는 거예요.


오빠는 체크~ 난 턴~ 그리고 펜~.


이렇게 하면 대본에 있는 3소절까지가 끝난 거예요.


간단하죠?



기억 - 어? 끝까지 다 한 거야?


한나 - 네~. Excellent!


기억 - 아.... 천천히 하니까 할만하네?



처음으로 춤을 배우면서 흥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무 규칙성 없어 보이는 수열에서


절묘한 점화식을 발견한 것만 같은 쾌감,


도저히 미분 불가능할 것 같은 수식에서


딱 맞아들어 가는 라플라스 변환을 찾은 것만 같은 쾌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한나 - 그럼 이번엔 조금 더 빨리 가볼까요?


기억 - 아.... 응.


한나

- 자, 더 붙어 서요. 왼손에 힘주고...


그럼 준비, 투, 쓰리, 포~ 원! 투!



한결 자연스럽게 흐르듯 움직이는 동선.


다음 동작이 뭔지 알려주는 듯한 서로의 위치.


아직 실제 박자보다는 조금 느린 템포였지만


분명한 건 내가 춤 자체를 흥겨워 할 정도의


심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한나 - 어머나? 오빠 춤에 소질 있나 보다~.


기억 - 그, 그래?


한나 - 네~.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스텝 빨리 외웠다는 말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지금 나와 춤을 추고 있는 파트너라는 게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한나 - 좀 더 자신 있게 춰 봐요! 흥겹게!


기억 - 이... 이렇게?


한나 - 어머나? 그래요, 그렇게! 깔깔깔....



그녀의 칭찬에 보다 대담해진 난


그동안 전혀 신경도 못 쓰고 있던 골반 움직임이나


기교적인 손동작까지 흉내내가며


그녀의 스텝을 따라갔다.


내가 생각해도 분명히 어색할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지금, 그런 건 별 상관없었다.



기억 - 하아...하아... 이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데?


한나

- 그럼요, 춤이 얼마나 운동이 되는데요!


어머,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두죠.



기억 - 아..... 그러네. 전철 끊길 시간도 다 됐고...



얼마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을 벌써 10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야 좀 뭔가 알았다 싶었는데....


혹시 월요일이 되면 다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기억 - 저.... 한나야.


한나 - 네~.


기억

- 혹시.... 주말에도 약간만 도와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나 - 어머나,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기억 - 아니, 그건 아닌데.


한나 - 어쩜 그렇게 딱 잘라서...... 하아. 재미없어.



아무래도 내가 대답을 잘못한 듯


그녀는 투덜투덜 가방을 챙겨 휭-하고 연습실을 나섰다.


잠깐, 이대로 가버리면 나로선 간신히 찾은 활로가...!!



기억 - 하, 한나야! 저기...도와주면 밥 맛있는 거 사줄게!


한나 - 됐어요. 제대로 삐졌어.


기억 - 어? 뭐, 뭣 때문에?


한나 - 몰라요. 뿡!


기억

- 아까 그 질문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정말 데이트 신청은 아닌데?



한나 - 그게 문제라는 거잖아요!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기억 - 그....그렇지만 나한텐 어디까지나 공주가....


한나

- 하아.... 됐어요. 더 이야기 하다간


나까지 뇌가 빡빡해질 것 같아.



대체 뭐가 잘못 되었다는 건진 몰라도


나에겐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연습실을 나서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회유책을 동원해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억

- 저, 저기. 학생회관에 새로 나온


아이스카페모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아니면....그렇지! 기숙사 스페셜라면정식은 어때?


내가 참치에 치즈에 햄까지 추가해서....



한나 - 됐거든요? 나 돼지 아니거든요?


기억 - 그... 그렇지만....



모든 기숙사인들의 꿈과 열망이라 할 수 있는


풀옵션 스페셜라면정식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녀.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라고 체념하려던 순간


그녀가 의외의 제안을 내걸었다.



한나 - ..... 내일 나 쇼핑하는 데 같이 가요.


기억 - 응?


한나 - 춤 연습하러 가기 전에,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자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것도 아니고 쇼핑인데...그 정도는 괜찮겠지?


밥 한 끼 사주는 거나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 같고....


일단은 민아 동생인데다...


춤 연습도 도와달라고 해야 하고....


본래 세상이 Give & Take 아니겠어?



기억 - 뭐 사러 가는데?


한나 -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것저것이요.


기억 - 저기.... 요즘 내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하지가...


한나 - 누가 사달래요? 그냥 같이 골라주고 짐이나 들어줘요.


기억 - 그렇다면야 뭐.... 그런데 연습부터 하고 가면 안 될까?


한나 - 아악!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태클이야! 싫으면 관둬요!


기억 - 아, 아냐. 알았어. 어디로 갈 건데?



결국 다음날 오후,


난 그녀와 동대문 쇼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