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띄운 편지

이대희200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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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 띄운 편지 안녕하세요? 맛있는 토스트 BOOK 입니다 가자에 띄운 편지

 

이스라엘 소녀 탈과 팔레스타인 청년 나임이

분쟁과 증오의 땅, 가자에 띄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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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어느 카페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 6명 사망...

공포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탈은 그런 일상에 익숙해질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탈은 가슴에 품고 있는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조약에 서명했던 날

부모님이 환희로 울었던 기억뿐 아니라 환멸, 반항, 공포, 그리고 희망에 대해서.

탈의 생각을, 탈이 쓴 글을 누군가 읽어야만 한다. 저쪽의 누군가가.

탈은 미지의 팔레스타인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가자지구에서 군복무 중인 오빠 에탄에게 자기가 쓴 글들을 유리병에 넣어 맡긴다.

 

가자에 띄운 편지

 

 가자GAZA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이선주 옮김/낭기열라

 

젊은이들이 자기가 아주 빨리 늙는다고 느끼며 자신의 수명대로 온전히 산다는 게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곳,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 희망과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안할 만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곳,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에 띄운 편지

 

이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프랑스 작가 발레리 제나티는 공포와 증오, 테러와 복수가 일상이 되어버린 곳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공포에 찌든 일상을 납득할 수 없는 이스라엘 소녀 탈은 자기 집 바로 옆에서 테러가 일어난 뒤부터 가슴에 품고 있는 말들을 글로 적기 시작한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이 쓴 글을 저쪽의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마침내 탈은 미지의 팔레스타인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가자지구에서 군복무 중인 오빠 에탄에게 자기가 쓴 글들을 유리병에 넣어 맡긴다. "이름 모를 너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한 통이 담긴 유리병은 팔레스타인 청년 나임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 뒤 두 젊은이는 이메일로 각자의 생각과 일상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간다. 이렇게 이 소설은 편지와 이메일, 일기라는 형식을 빌어 자신들에게 '감형의 여지도 없는 증오라는 종신형'이 선고된 건 아니라는 증거를 찾고 싶은 두 젊은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살아 있어줘, 무사해줘, 네 모니터 앞으로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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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9일에 실제로 일어났던 자살폭탄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씌어진 이 소설은 '좋은 민족 vs 나쁜 민족' 같은 이분법과 흑백논리를 거부하고 있다. 두 진영의 대변인이기를 거부하는 작가의 의도처럼, 탈과 나임은 당연히 중동의 젊은이들 전체를 대변하지도 않으며 '이스라엘인','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름 뒤에서 민족을 통째로 등에 지고 살아가는 두 젊은이의 고뇌, 불안, 방황, 꿈, 절망, 사랑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사회과학 도서들이 전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김'이 깃들어 있다. 그 '사람'은 익명의 집단, 복수로서의 '그들'이 아니다.

작가는 미디어에 의해 고착화된 이미지 뒤에 묻혀 있는 인간 개체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대단한 역사' 속의 '작은 얘기들'을 풀어낸다. 그럼으로써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사랑하다 . 꿈꾸다 . 성장하다' 같은 동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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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작가 발레리 제나티를 만난 건 번역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중동이 아니라 파리에 있는 우리는 탈과 나임처럼 3년의 세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에겐 익명도 필요 없습니다.

2006년 9월 햇볕이 좋았던 어느 날에 로마의 트레비 분수가 아닌, 파리의 센 강이 가까운 한 테라스 카페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둘러싼 실제 사건들이 배경이 된 이 소설은 2003년 9월 9일에 예루살렘의 한 카페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계기로 씌워졌습니다. 그러니까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한 날짜가 책의 내용이 시작되는 날짜와 동일한 것이지요. 십대 시절을 예루살렘에서 보낸 제나티는 당시 파리에서 라디오 뉴스로 그 소식을 접했다고 합니다.

"2003년 9월 9일에 예루살렘의 한 카페에서 테러가 일어났어요. 그날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를 승인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지요. 나는 10년 전의 그 엄청난 희망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테러가 일어났던 그날, 난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아주 강하게 느꼈어요. 뭔가를 쓰지 않으면 다시는 뉴스를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내가 쓰고 싶은 건 픽션이었어요. 픽션에서는 어떤 만남도 가능하니까요. 해결되지 않는 분쟁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는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작품을 쓰면서 나는 이중 감정이입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덕분에 예루살렘과 가자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죠. 그건 아주 가슴 벅찬 일이었어요."

사실 이-팔 분쟁은 현재의 국제정세와 세계화된 정보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로 정치적인 의도가 덧칠되어 보도되는 단골 소재입니다. 제나티는 매스미디어가 이-팔 분쟁을 다루는 과정에서 마구 잘려지고 제멋대로 정돈되고 특정한 이미지로 고착된 정보들이 놓쳐버린 인간, 개체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작가는 각 진영의 대변인이기를 거부하면서 꿈을 꾸는 두 명의 젊은이들에게 줌렌즈를 들이댑니다. 타인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픽션의 내레이터로서 말입니다.

 

가자에 띄운 편지

 

"팔레스타인들'이라는 복수에서 '나임'이라는 한 사람에게로, '이스라엘인들'이 아닌 '탈'이라는 한 사람에게로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어요. 운명과 삶의 얘기. 하지만 운명에 발이 묶인 삶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가꾸어 가는 삶에 대한 얘기......"

기성세대의 기약이 수없이 어긋나버린 현실에서 꿈을 간직하는 젊은이들의 얘기. 그렇듯 익명의 증오에 희망의 이름을 심으려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제나티는 탈이 되고 나임이 되었습니다.

 

가자에 띄운 편지

 

너도 물론 알고 있을 테지만, 테러가 있을 때마다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무고한 생명들을 그렇게 죽일 수 있냐고 되묻곤 해.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고 그러다 막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 우리 쪽과 마찬가지로 너희 쪽에도 당연히 뚱뚱한 사람들과 마른 사람들, 잘 사는 사람들과 못 사는 사람들, 착한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말이야.

 

피곤해. 구급차 소리, 분노로 들끓는 사람들의 함성, 복면을 두르고서 성전을 외치는 하마스 사람들의 시위, 머리 위를 날아가는 정찰기와 헬리곱터 소릴 듣는 게 피곤해. 밤낮으로 켜져 있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소리를 듣는 게 피곤해.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사망자, 부상자, 파괴된 집들.... 사람들은 미국을 탓하지. 그처럼 강하면서도 이 분쟁을 타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사람들은 복수를 기약하지. 끔찍한 맹세, 소름 끼치는 증오. 증오가 날 얼마나 지치게 만들고 기력을 빼앗는지 넌 알 수 없을거야 (109쪽)

 

가자에 띄운 편지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무력한지 절실히 느꼈어. 너는 네 나라에서, 나는 내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요술 주문을 알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잠하게 살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럴 수 있다면 모든 뉴스와 특보를 금지할거야. "늘 켜져 있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이 뭔지 나도 잘 알거든. 윙윙거리기도 하고, 망치질 해대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리와 이미지들 속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한.

아, 정말 요술 주문이 있다면, 그런 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낼 텐데! 하지만 내가 그렇게 순진하진 않거든. 내년이면 대학에 갈 나이니까. 역사가 인정사정 없다는 건 나도 알아. 역사는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으며. 어떨 땐 지나가는 곳마다 모든 걸 부수면서 나아가지.(112~113쪽)

 

"그날 너를 이끈 건 생존본능이야. 무의식적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넌 절망에 맞서서 자신을 방어했던 거야. 폭력을 초월해서, 증오와 무관심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말하고 싶었던 거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적들에게 포위되어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게 된다고 생각해." (178쪽)

 

"나임한테 집착하고 있는 게 슬프면서도 행복해요. 왜 행복하냐면 저쪽의 누군가와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대단해서요. 아빠의 점퍼만큼이나 절 따뜻하게 해주거든요. 그리고 왜 슬프냐면......."

 

"왜 슬프냐면?"

 

"나임에게서 소식이 끊긴 지 벌써 며칠 됐어요. 나임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두려워요. 라디오에서 그쪽에 사망자나 부상자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지만....... 그런데 나임이 보낸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우리 부모님이 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요. 끔찍한 구절이잖아요. 안 그래요? 걱정돼요. 그가 뭘 하려고 하는지.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저지르려는 게 아닌지. 하긴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아빠, 전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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