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소가 세들어 있는 건물 지하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방이 있었다. 시은이와 정우는 이십대 중반의 총무와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학생 두 명과 함께 합숙을 했다.
신문배달은 새벽 네 시에 시작됐다. 보급소에 신문이 도착하면 신문 사이에다 광고지를 접어서 끼워 넣고 네 시 삼십 분에 배달을 나섰다.
정우는 작은 바퀴가 두 개 달린 끌차를 끌고다니며 육십 부를 돌렸고, 시은이는 욕심을 부려서 자기보다 큰 짐자전거를 끌고다니며 백 부를 돌렸다.
한 달이 지나자 보증금조로 십 일치를 떼고 이십 일치 봉급이 나왔다. 봉급에서 다시 의식주에 필요한 공동 생활비를 제하고 나니 정말로 몇 푼 되지 않았다.
"에게게! 고작 이거야?"
정우는 장사하던 때를 생각하며 시은이를 쳐다보왔다.
"괜찮아! 평생 신문배달을 하며 살 건 아니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야!"
시은이는 월급 봉투를 소중히 가슴에 감쌌다.
아침을 먹고 남대문 시장으로 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빨간 바지와 빨간 줄이 쳐진 스웨터 두 벌. 꼬깔모자와 립스틱을 샀다. 남은 돈으로는 풍선과 막대사탕으로 구입해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일요일이어서 매표소 앞에는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다. 후미진 곳에서 빨간 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자 시은이가 립스틱으로 입술을 크게 만들어 주고 양쪽 볼을 빨갛게 칠해 주었다. 코에는 동그란 빨간 솜을 달아 주고 머리에는 꼬깔 모자를 씌워 주었다.
창문에 비추어 보니 영락 없는 피에로였다. 정우는 시은이도 똑같이 분장시켜 주었다.
"풍선을 불어서 이렇게 묶어."
시은이가 풍선 사탕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다.
정우는 시은이가 시킨 대로 풍선을 불어서 막대사탕에다 매달았다. 양손에 다섯 개씩 들 수 있도록 풍선 사탕을 만든 다음 매표소 앞에서 장사를 했다.
"와아, 삐에로다!"
부모의 손을 잡고 대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신기한지 모여들었다.
풍선 열 개가 금방 팔렸다. 정우는 다시 풍선을 불어서 풍선 사탕을 만들었다. 풍선을 열심히 불고 있는데 옆에서 사탕을 파는 뚱뚱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이봐, 꼬아야! 난 여기서 오래 전부터 장사를 했어. 그런데 너네들이 손님을 다 뺏어가니 장사를 할 수 없구나. 그러니 너네들이 딴데로 가 줘야겠다."
"헤헤! 미안해요, 아주머니. 저희 때문에 장사가 안 되신다니 당연히 비켜 드려야지요."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장사를 계속했다. 다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서 자전거를 세워 놓고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얘들아, 미안하지만 다른 데로 가 보렴. 난 솜사탕 장사를 해서 아들 셋과 딸 둘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너네들 때문에 도통 장사가 안 되는구나."
"헤헤! 미안해요, 이저씨. 저희들 때문에 생활비를 못 벌면 안 되죠. 저희가 다른 곳으로 갈게요."
시은이는 다시 솜사탕 장사와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장사꾼들이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좋은 말로 달랬다. 그때마다 자주 자리를 옮겨다녀야 했지만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가져간 막대사탕과 풍선을 모두 팔 수 있었다.
보급소로 돌아와서 전대를 풀었다. 지퍼를 열자 동전과 천 원짜리가 수북했다. 수익금을 계산해 보니 상당한 액수였다.
[소설] 해/바/라/기 ---- 2막 2장
마네킹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막 2장
Past
반공호에서 내려와 찾아들어간 곳은 신문 보급소였다.
보급소가 세들어 있는 건물 지하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방이 있었다. 시은이와 정우는 이십대 중반의 총무와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학생 두 명과 함께 합숙을 했다.
신문배달은 새벽 네 시에 시작됐다. 보급소에 신문이 도착하면 신문 사이에다 광고지를 접어서 끼워 넣고 네 시 삼십 분에 배달을 나섰다.
정우는 작은 바퀴가 두 개 달린 끌차를 끌고다니며 육십 부를 돌렸고, 시은이는 욕심을 부려서 자기보다 큰 짐자전거를 끌고다니며 백 부를 돌렸다.
한 달이 지나자 보증금조로 십 일치를 떼고 이십 일치 봉급이 나왔다. 봉급에서 다시 의식주에 필요한 공동 생활비를 제하고 나니 정말로 몇 푼 되지 않았다.
"에게게! 고작 이거야?"
정우는 장사하던 때를 생각하며 시은이를 쳐다보왔다.
"괜찮아! 평생 신문배달을 하며 살 건 아니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야!"
시은이는 월급 봉투를 소중히 가슴에 감쌌다.
아침을 먹고 남대문 시장으로 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빨간 바지와 빨간 줄이 쳐진 스웨터 두 벌. 꼬깔모자와 립스틱을 샀다. 남은 돈으로는 풍선과 막대사탕으로 구입해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일요일이어서 매표소 앞에는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다. 후미진 곳에서 빨간 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자 시은이가 립스틱으로 입술을 크게 만들어 주고 양쪽 볼을 빨갛게 칠해 주었다. 코에는 동그란 빨간 솜을 달아 주고 머리에는 꼬깔 모자를 씌워 주었다.
창문에 비추어 보니 영락 없는 피에로였다. 정우는 시은이도 똑같이 분장시켜 주었다.
"풍선을 불어서 이렇게 묶어."
시은이가 풍선 사탕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다.
정우는 시은이가 시킨 대로 풍선을 불어서 막대사탕에다 매달았다. 양손에 다섯 개씩 들 수 있도록 풍선 사탕을 만든 다음 매표소 앞에서 장사를 했다.
"와아, 삐에로다!"
부모의 손을 잡고 대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신기한지 모여들었다.
풍선 열 개가 금방 팔렸다. 정우는 다시 풍선을 불어서 풍선 사탕을 만들었다. 풍선을 열심히 불고 있는데 옆에서 사탕을 파는 뚱뚱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이봐, 꼬아야! 난 여기서 오래 전부터 장사를 했어. 그런데 너네들이 손님을 다 뺏어가니 장사를 할 수 없구나. 그러니 너네들이 딴데로 가 줘야겠다."
"헤헤! 미안해요, 아주머니. 저희 때문에 장사가 안 되신다니 당연히 비켜 드려야지요."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장사를 계속했다. 다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서 자전거를 세워 놓고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얘들아, 미안하지만 다른 데로 가 보렴. 난 솜사탕 장사를 해서 아들 셋과 딸 둘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너네들 때문에 도통 장사가 안 되는구나."
"헤헤! 미안해요, 이저씨. 저희들 때문에 생활비를 못 벌면 안 되죠. 저희가 다른 곳으로 갈게요."
시은이는 다시 솜사탕 장사와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장사꾼들이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좋은 말로 달랬다. 그때마다 자주 자리를 옮겨다녀야 했지만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가져간 막대사탕과 풍선을 모두 팔 수 있었다.
보급소로 돌아와서 전대를 풀었다. 지퍼를 열자 동전과 천 원짜리가 수북했다. 수익금을 계산해 보니 상당한 액수였다.
"와아! 이렇게 만 일만 일하면 금세 부자 되겠다."
정우가 기분이 들떠서 말했다.
"그래! 돈이 조금만 더 모이면 너 공부시켜 줄게."
시은이가 천 원짜리를 고무밴드로 친친 감으며 속삭였다.
[KIESBEST]
키 - 베 - 트
........................널만나고
항상웃는삐에로였다.........
........................널보내고
항상우는삐에로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