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차별이 없다고요 ? 양심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아직도200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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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나 명절이 되면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이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여자들은 부엌으로 가고 남자들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거나 웃고, 떠든다.

그 동안 여자들은 그 좁은 부엌에서 일을 해야만 한다.

좀 쉬려고 사촌들과 함께 앉아서 놀고 있으면 어른들은 빨리 가서 일 좀 도우라며

나와 사촌언니를 부엌으로 보낸다.

 

많은 사촌오빠들과 남자인 사촌동생들은 빼고

오직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동 아닌 노동을 했다.

지금도 그렇다. 언제나 그대로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이끄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반장, 부반장을 자주 했던 나는

그때마다 "쟤네 반은 여자가 실장이래. 여자가 무슨….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말들을 들어왔다.

그것도 내 또래의 남자애들에게 말이다.

 

여자라서 못할게 도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때마다 나는 억울함을 참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혹시 호주제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호주제도란 민법상 가족을 규정할 때‘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이며

그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에 ‘남성 우선적인 호주승계순위·호적편제·성씨제도’와 같은

중요한 여성차별조항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사회의 가부장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법이라고 한다.

 

이 악법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호적에 기록된 호주와 가족의 집합체야말로

'가족'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이처럼 기록되지 않는

이혼가족, 홀부모가족, 사실혼 가족과 그 자녀를 차별하는 의식을 일으킨다.

 

따라서 호적이라는 존재가 가족관념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고,

민법상의 호주제도를 남아있게 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제도의 보존과 폐지에 상관없이 신분증명제도로서의 호적은 필요하고,

호주제도가 폐지될 경우에는 호적의 편제기준과 범위를 새로 정하면 되는

아주 기술적인 문제인데 말이다.

 

이러한 호주제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들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어떠한 경우에는 3살짜리 손자가 60세가 넘은 할머니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인 어머니의 호주가 되는 등 현실의 가족질서에도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물론 3차례에 걸친 민법 개정을 통해 호주의 권한이 명목상으로만 남아있다고 하지만,

남성 우선적인 호주승계제도는 자녀들의 경우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해야 하고,

남자의 성씨만을 따라야 하는 등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를 계승해 나가는 것 같다.

이혼·재혼여성에게는 어머니로서의 권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혼 시 여성은 전 호적으로 복귀하거나 1인 1호적을 창설할 수 있지만,

자녀는 당연히 아버지의 호적에 남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혼한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살더라도 호적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전 남편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을 하게 될 경우

자녀의 성씨·본적·호적을 재혼한 남편의 것으로 변경할 수 없어,

자녀가 새 아버지와 다른 성씨 때문에 혼란을 겪는 사례가 많고

 

주민등록에는 자녀가 '동거인'으로 기록되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피해가 많다.

 

이 때문에 재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아이를 사망 신고한 후 출생신고를 다시 하는 탈법적인 방법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슴아픈 일이 어디 있는가?

 

이처럼 이혼·재혼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부가우선입적원칙은

여성의 부모로서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며,

 

이혼·재혼·홀부모·미혼부모 가구 등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의 가족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혈족이 아닌 혼인 외 자녀를 입적시키는데 아내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아내는 남편의 혈족이 아닌 혼인 외 자녀(재혼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외도로 낳은 자녀 등)를 입적시키는데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왜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입장에서 여성만 불이익을 당해야 할까?

 

그것은 호적의 주인이 호주이기 때문에, 호적은 남편의 부계혈통을 이어가는 것을 나타내기 것이므로, 남편의 혈통이 아닌 자녀는 호적상 주인의 허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부평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여성의 혼인 외 자녀를 차별하게 되고

남편이 호적 입적을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 자녀가 입적할 호적이 없어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호주제도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보장한다"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됨과 동시에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의

"가족성씨 선택의 자유권"에도 위배되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제도이다.

 

 

또한 지난 1999년 UN인권이사회에서는 호주제에 대한 권고사항을 결의한 바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부계혈통만을 인정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해놓은 나라는 없다.

 

 

 

 

국어 교과서에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묻는 내용이 있는데 

국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를 쓰라고 하셨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문제를 푸는데 정작 답을 하려니 너무 어색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한 것은 아닌가?

여성이 직장을 갖는 것을 사회진출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것도 찬성과 반대가 있어야 하나?

 

여성의 사회진출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직장을 갖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게 아닌가?

 

결국 나는 찬성하는 이유에 '남녀는 평등하다.'라고 쓰고는

반대하는 이유에는 칸을 비운 채로 그냥 놔뒀다.

 

그리곤 가만히 앉아 있는데 한 남자아이의 말이 들려왔다.

"선생님, 찬성할 이유가 없는데요?" 참 어이가 없었다.

 

왜 여성의 사회진출을 반대하는지 아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튼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시끌벅적 놀기에 바빴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했던 그 날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