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이 내려있지만 동쪽 하늘에서 새벽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 시간 집을 나서는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신의 집을 좋아합니다. 비록 월세 15만원의 옥탑방이지만 문을 열고 나와서 내려다 보이는 새벽녁 서울의 고요한 모습은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인 서울의 야경과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한 네온싸인들과 높은 고층 아파트에 켜진 불들은 아침 해가 밝아 올 것 같은데도 꺼질 생각을 않습니다. 소년은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늦었는지 후다닥 계단을 뛰어내립니다. 문앞에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살짝 아찔한 내리막길을 내달립니다. 이제는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소년의 볼을 스쳐지나갑니다. 금새 소년의 볼이 새빨개 집니다. 소년이 한참을 달려서 온 곳은 산 아래의 신문배급소입니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배급소 앞에 후덕한 인상에 털보소장님이 그날 배달할 신문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렴풋이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에 털보 소장님은 고개를 돌려 소년에게 손을 흔듭니다. 소장님은 얼굴이 빨갛게 탈아오른 소년을 배급소 안에 난로 옆으로 끌어 앉힙니다.
"커피 한잔 하고 나가그라. 요즘 마이 추워졌다. 바람이 진짜 찹다. 요즘 날씨가 지 멋대로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따뜻하두만 가을은 없고 바로 겨울이 왔다카이."
따뜻한 커피한잔이 소년의 손에 전해집니다. 소년은 커피잔을 들고는 바로 마시지 않고 손으로 꼭 감싸져서 손도 녹이고 겨울 칼바람에 빨개진 볼을 녹입니다.
소년은 잠시 그렇게 몸을 녹이고는 배급소를 나섭니다. 자기가 배달할 몫을 받아들어 오토바이에 실고나서는 시동을 겁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벌써 10년이 다되가는 소년의 스쿠터는 한참을 애먹이다가 겨우 걸립니다.
"소장님, 갔다오겠습니다."
"차조심해라. 요즘 요 앞에 큰길에 엄청나게 달리더라. 카메라 하나만 달아도 괜찮을 낀데 썩을 놈들 내가 낸 세금으로 머하고 있는지"
소년은 저렇게 시작한 소장님의 불만이 1시간짜리라는 걸 압니다.
"옙! 다녀오겠습니다."
소년의 오토바이는 이내 배급소에서 멀어져 갑니다. 소장님은 점점 사라져가는 소년의 뒤에서 다시 한번 차조심하라고 외칩니다. 소장님에게 대답 대신 손을 힘차게 흔들어 보입니다.
소년은 오늘도 매번 그렇든 큰길을 지나 아파트단지부터 신문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소년이 돌리는 아파트 단지는 배급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꺼려 하는 곳입니다. 5층짜리에 엘레베이터도 없는 아파트가 열 몇채 모여 있어서 계단을 하루에 몇 십번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 모르는 곳입니다. 소년은 그 곳을 자진해서 맡아 돌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올 때쯤 새벽빛이 점점 사라지고 동쪽에서 햇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항상 마지막으로 돌리는 길 건너 이씨 할머니댁으로 향합니다. 이씨 할머니는 소년에게 새벽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라면서 우유 하나씩을 소년의 손에 쥐어주시곤 했습니다. 소년은 파란불이 들어온 큰길 교차로를 반쯤 반쯤 건넜을 때 소년을 향해 빠른 속력으로 자동차가 다가옵니다. 소년은 그 차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꺽었지만 이미 소년의 오토바이는 나뒹굴고 소년은 공중에 떠오릅니다. 소년은 공중에서 시간이 버퍼링 되듯 느려짐을 느낍니다. 소년은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땅에 떨어지고도 몇 미터를 굴러서야 소년의 몸이 멈춥니다.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옵니다. 팔 다리 어깨 모든 뼈가 으스러지듯이 아픕니다. 소년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핍니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더니 자신을 박고 길 반대편에 인도 위에 올라간 자동차에서 중년의 남성이 내립니다. 그가 소년을 살피러 천천히 걸어옵니다. 소년은 그의 눈에서 두려움과 분노 절망을 봤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뇌에서 도와달라고 날 살려달라고 말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소년의 목은 거기에 반응하여 소리내지 않습니다. 그저 소년의 눈만이 무언의 메세지를 보낼 뿐입니다. 그는 소년의 눈을 애써 외면하더니 주변을 살핍니다. 그는 결심한듯 재빨리 차에 올라타고는 시동을 겁니다. 자동차는 점점 소년의 시야에서 무서운 속력으로 사라져갑니다. 소년은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와 함께 정신을 잃어갑니다. 소년은 살고 싶습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살려만 준다면 그가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그를 용서할겁니다. 소년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살려만 준다면 119에 신고해주거나 병원에만이라도 데려다 준다면 소년은 그를 용서해주리라 하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자동차와 함께 소년의 거친 숨소리도 이내 사라져갑니다. 다시 새벽의 거리는 새벽의 적막함에 싸여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곳엔 5분 전의 태양빛이 스며드는 새벽의 고요함이 아니라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습니다. 태양빛도 소용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인연(①소년의 이야기)
캄캄한 어둠이 내려있지만 동쪽 하늘에서 새벽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 시간 집을 나서는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신의 집을 좋아합니다. 비록 월세 15만원의 옥탑방이지만 문을 열고 나와서 내려다 보이는 새벽녁 서울의 고요한 모습은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인 서울의 야경과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한 네온싸인들과 높은 고층 아파트에 켜진 불들은 아침 해가 밝아 올 것 같은데도 꺼질 생각을 않습니다. 소년은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늦었는지 후다닥 계단을 뛰어내립니다. 문앞에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살짝 아찔한 내리막길을 내달립니다. 이제는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소년의 볼을 스쳐지나갑니다. 금새 소년의 볼이 새빨개 집니다. 소년이 한참을 달려서 온 곳은 산 아래의 신문배급소입니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배급소 앞에 후덕한 인상에 털보소장님이 그날 배달할 신문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렴풋이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에 털보 소장님은 고개를 돌려 소년에게 손을 흔듭니다. 소장님은 얼굴이 빨갛게 탈아오른 소년을 배급소 안에 난로 옆으로 끌어 앉힙니다.
"커피 한잔 하고 나가그라. 요즘 마이 추워졌다. 바람이 진짜 찹다. 요즘 날씨가 지 멋대로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따뜻하두만 가을은 없고 바로 겨울이 왔다카이."
따뜻한 커피한잔이 소년의 손에 전해집니다. 소년은 커피잔을 들고는 바로 마시지 않고 손으로 꼭 감싸져서 손도 녹이고 겨울 칼바람에 빨개진 볼을 녹입니다.
소년은 잠시 그렇게 몸을 녹이고는 배급소를 나섭니다. 자기가 배달할 몫을 받아들어 오토바이에 실고나서는 시동을 겁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벌써 10년이 다되가는 소년의 스쿠터는 한참을 애먹이다가 겨우 걸립니다.
"소장님, 갔다오겠습니다."
"차조심해라. 요즘 요 앞에 큰길에 엄청나게 달리더라. 카메라 하나만 달아도 괜찮을 낀데 썩을 놈들 내가 낸 세금으로 머하고 있는지"
소년은 저렇게 시작한 소장님의 불만이 1시간짜리라는 걸 압니다.
"옙! 다녀오겠습니다."
소년의 오토바이는 이내 배급소에서 멀어져 갑니다. 소장님은 점점 사라져가는 소년의 뒤에서 다시 한번 차조심하라고 외칩니다. 소장님에게 대답 대신 손을 힘차게 흔들어 보입니다.
소년은 오늘도 매번 그렇든 큰길을 지나 아파트단지부터 신문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소년이 돌리는 아파트 단지는 배급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꺼려 하는 곳입니다. 5층짜리에 엘레베이터도 없는 아파트가 열 몇채 모여 있어서 계단을 하루에 몇 십번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 모르는 곳입니다. 소년은 그 곳을 자진해서 맡아 돌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올 때쯤 새벽빛이 점점 사라지고 동쪽에서 햇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항상 마지막으로 돌리는 길 건너 이씨 할머니댁으로 향합니다. 이씨 할머니는 소년에게 새벽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라면서 우유 하나씩을 소년의 손에 쥐어주시곤 했습니다. 소년은 파란불이 들어온 큰길 교차로를 반쯤 반쯤 건넜을 때 소년을 향해 빠른 속력으로 자동차가 다가옵니다. 소년은 그 차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꺽었지만 이미 소년의 오토바이는 나뒹굴고 소년은 공중에 떠오릅니다. 소년은 공중에서 시간이 버퍼링 되듯 느려짐을 느낍니다. 소년은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땅에 떨어지고도 몇 미터를 굴러서야 소년의 몸이 멈춥니다.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옵니다. 팔 다리 어깨 모든 뼈가 으스러지듯이 아픕니다. 소년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핍니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더니 자신을 박고 길 반대편에 인도 위에 올라간 자동차에서 중년의 남성이 내립니다. 그가 소년을 살피러 천천히 걸어옵니다. 소년은 그의 눈에서 두려움과 분노 절망을 봤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뇌에서 도와달라고 날 살려달라고 말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소년의 목은 거기에 반응하여 소리내지 않습니다. 그저 소년의 눈만이 무언의 메세지를 보낼 뿐입니다. 그는 소년의 눈을 애써 외면하더니 주변을 살핍니다. 그는 결심한듯 재빨리 차에 올라타고는 시동을 겁니다. 자동차는 점점 소년의 시야에서 무서운 속력으로 사라져갑니다. 소년은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와 함께 정신을 잃어갑니다. 소년은 살고 싶습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살려만 준다면 그가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그를 용서할겁니다. 소년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살려만 준다면 119에 신고해주거나 병원에만이라도 데려다 준다면 소년은 그를 용서해주리라 하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자동차와 함께 소년의 거친 숨소리도 이내 사라져갑니다. 다시 새벽의 거리는 새벽의 적막함에 싸여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곳엔 5분 전의 태양빛이 스며드는 새벽의 고요함이 아니라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습니다. 태양빛도 소용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