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속으로… 역사속으로… 부석사의 고장 '영주'
'선비촌' -'소수서원'서 옛 전통의 멋 체험 안양루서 바라본 소백산 자락 석양 운치
스포츠조선 영주=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 : 2005.09.15 12:41 04' / 수정 : 2005.09.15 12:52 27'
추석을 앞둔 청명한 가을날 경북 영주로 떠나는 여행은 내면과 외양을 한꺼번에 살찌울 수 있는 여정으로 가득하다. 소백산자락에 둘러싸인 '영주'는 국내 불교, 유교 문화의 대표적 집결지. 부석사, 소수서원 등 곳곳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가 하면 선비촌 등 옛 문화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는 '문화기행'의 적지이다.
특히 명찰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가을 햇살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밭이 줄지어 늘어서 탐스런 가을의 느낌과 향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 불어오는 들녘에 나서 잘 익은 사과 한입 베어 물고, 부석사 종루로 내려앉는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운치 있다. 거기에 풀벌레 울음소리 들려오는 가을밤 전통 한옥마을에서의 하룻밤이란 그야말로 몸과 마음까지 풍성하게 하는 가을여행이 된다.
▲ 숙박 등 전통체험이 가능한 선비촌은 가을날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추색 완연한 한옥마을 '선비촌'=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소수서원 옆에 자리한 '선비촌'은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의 생활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선비촌은 1만7400여평의 터에 영주 지역에 흩어진 고택과 정자, 성황당 등을 이건하거나 본떠 7년여에 걸쳐 조선시대의 자연부락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부터 아담한 초가에 이르기까지 12채의 숙박동이 있으며, 그밖에도 강학당과 정자, 누각, 원두막, 곳집(상엿집), 저잣거리 등 40여 채의 옛 건물이 들어서 있다.
관광객이 묵을 집들은 영주의 대표적인 옛 가옥을 고증과 실측을 통해 똑같이 지은 것들이다. 집 안팎에는 사람이 살기라도 하는 듯 실물 옛 가구들과 도자기, 문방사우를 비롯해, 지게, 멍석 등속을 옛 모습 그대로 들여 놓아 선인들의 생활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글 읽는 선비, 가야금 뜯는 선비, 자수 놓는 규수 등 양반가의 생활 모습도 인형으로 재현해뒀다. '선비'만 빼고 옛 선인들의 삶의 도구가 다 있는 셈이다.
선비촌의 대표적 건축물은 해우당 고택. 해우당은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ㅁ'자형 가옥으로 고종 16년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낙풍 선생이 1875년에 지었다. 툇마루로 통하는 문을 열면 소백산의 국망봉과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운치 있는 공간이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이 창틀에 걸려 있는 우금촌 두암고택, 소박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중류층 김상진 가옥, 그리고 담장 너머로 환한 웃음 짓는 해바라기와 지붕 위의 박이 멋스러운 초가도 하룻밤 묵어보고 싶은 집들이다.
선비촌 나들이의 최고 묘미는 다양한 전통체험에 있다. 고가옥 토담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농삿일을 체험하고 전통예절과 선비정신, 한문 등 옛 선비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또 상설프로그램으로 투호와 널뛰기 등 민속놀이는 물론 새끼 꼬기, 연 만들기 등 옛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옛날 시장의 모습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둔 저잣거리에서는 실제 난장과 토속음식점, 특산품점 등이 운영된다.
국보인 회헌 안향의 영정 등 2만여 점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소수박물관도 볼거리. 소수서원과 함께 대단위 전통문화학습단지를 이루고 있다.
추석 연휴(17∼19일)에 민속놀이와 전통생활 체험행사를 갖는데 이어 다음달 1∼5일에는 개촌 기념으로 전통혼례, 가야금 병창, 한시 백일장 등 선비문화대축제를 연다.
▲ 탐스런 사과가 매달린 사과밭에 들어서면 저절로 풍성한 가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가을이 익어가는 '사과밭'=영주는 이름난 사과의 고장이다. 전국 사과생산량의 15%가 영주에서 날 정도이다. 일교차 심한 소백산자락의 지형적 특성과 독특한 점토질 토양이 맛과 향이 뛰어난 사과 생산의 비결이다.
'풍기~부석사'를 오가는 931번 지방도로와 '영주~부석사'간 935번 지방도로변에는 사과밭이 많다. 야트막한 구릉에는 어김없이 빨간 사과들이 탐스럽게 영근 사과밭이 줄지어 있다.
차창을 열면 새콤 달콤 사과향이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밀려 들어와 향기를 좇아 상큼한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풍기읍 전구2리 경일농원은 영주의 대표적 사과밭. 농장주 명달호씨의 조부가 60년 전 정감록을 보고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와 일군 곳이다. 조각구름 띄운 쪽빛 하늘 아래 영글어 가는 8000평 규모의 빨간 사과밭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고목이 돼 길게 늘어뜨린 가지에 주렁주렁 걸린 탐스런 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산물. 전국 최초의 GAP(우수농산물 관리제도) 사과 재배지로 선정된 풍기농협의 '사과향기 풍기는'이란 브랜드로 시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중이다. 특히 풍기농협에서는 직원들이 사과를 씻는 물만 마시게 돼 있을 정도로 청결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은 부사와 껍질째 먹는 홍로가 나고, 11월까지 만생종이 출하된다.
▲ 해질녁 부석사 안양루에서 스님이 힘차게 법고를 치고 있다.▶운치 있는 부석사의 해질녘=영주의 또다른 이름처럼 불리는 '부석사'는 해질녘 석양도 근사하다. 무량수전 왼편 뜰에 서서 안양루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게 일반적 감상 포인트. 소백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부드러운 실루엣이 사찰의 고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운치를 더한다. 특히 오후 6시 안양루에서 법고를 치는 의식은 그 소리며 광경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 18호)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등의 국보도 즐비해 볼거리도 쏠쏠 하다. 늦은 가을에 찾으면 일주문~천왕문 앞 당간지주까지 500여m 노란 은행나무 길이 펼쳐져 만추의 서정을 느낄 수 있다.
▶즐길 거리
◇풍기온천=불소가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수가 용출되는 소백산풍기온천(054-639-6911)에서 여독을 풀 수 있다.
▶영주의 맛
◇인삼의 고장 영주의 미각을 느끼려거든 풍기IC 인근 '약선당'(054-638-2728)을 찾으면 된다. 이 집은 경북 내륙 반가의 손맛이 담긴 푸짐한 상차림에 갖은 인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능이버섯 약초생채무침, 인삼한우갈비, 약초장아찌, 인삼튀김 등이 상에 오르는 약선당 특정식 2만5000원, 인삼정식 1만5000원, 인삼뷔페 9000원(1인 기준).
◇사과=껍질째 먹는 친환경 사과를 풍기농협 백신지소(054-636-3209), 경일농원(054-636-3678)에서 택배 등으로 구할 수 있다.
▶묵을 곳=선비촌(054-638-5831)의 하루 숙박료는 2인1실 2만∼4만원, 4인1실 5만원으로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 등을 갖춰 재래 한옥의 불편함을 덜었다.
▶축제=영주시는 10월1∼5일 풍기읍 남원천변에서 풍기인삼축제를 개최한다. 인삼 캐기, 인삼 깎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인삼요리 경연대회 등 풍기인삼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639-6062).
▶여행상품=우리테마투어는 영주 선비촌을 둘러보고 사과 따기 체험행사를 곁들인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18일부터 10월30일까지 매주 수, 토, 일요일에 출발한다. 4만원. (02)733-0882
▶가는 길=◇승용차: 중앙고속도로 풍기IC~풍기 소재지~순흥 방향 931번 도로~순흥~소수서원/ 선비촌
◇대중교통: 열차(서울 청량리역에서 풍기-영주행 무궁화-새마을열차 하루 9회 운행). 버스(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30회 운행.)
▲ 안동 임하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례예술촌은 구상, 한수산 등 이름난 문인들이 며칠씩 묵으며 글을 썼던 곳으로 유명하다.임하호(臨河湖)가 마치 집 마당의 연못처럼 들어앉았다. 밤에는 별들이 유난히 커 보이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새벽이면 340년 묵은 목조 대문을 젖히고 물안개가 파고 든다. “높은 대청마루에 앉으니 고향집 생각이 절로 나네요.” 안동의 지례예술촌에서 하룻밤을 묵은 고영수(34)씨의 말이다.
이름난 가문의 오래된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전통 민속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른바 ‘고가(古家) 스테이’가 인기다. 경북 안동에서는 농암종택, 임청각 등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고택들을 만날 수 있다.
지례예술촌은 의성 김씨 지촌공파 종택(宗宅)이다. 1663년 조선 숙종 때 대사성(성균관장)을 지낸 지촌 김방걸이 지었다. 종손인 김원길(62)씨가 지난 1988년 임하댐 건설로 집이 물에 잠기게 되자 원래 있던 자리에서 300여m 뒤로 물려 지금의 산기슭으로 옮겼다. 안동 시내에서 34번 국도를 따라 영덕 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임하호가 나오고, 여기서 산허리를 돌아 굽이굽이 숲 길을 20분 정도 더 달리면 예술촌이다. 중간중간 비좁은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휴대전화는 불통이 된다. 운전하기에 다소 위험한 산길이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김씨는 처음엔 예술촌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로 문인들에게 이곳을 개방했다. 구상, 한수산, 유안진씨 등이 이곳에 머물며 시와 소설을 썼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도 찾기 시작했다. 숙박료는 한 사람당 2만~2만5000원.
▲ 안동의 고가옥 숙박 체험지지례예술촌에서 가까운 수애당(水涯堂)도 임하호를 끼고 있다. 1939년에 수애 유진걸(납북 정치인) 선생이 지은 집이다. 지금은 그 후손이 전통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궁이에 직접 장작을 지펴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먹을 수 있고, 마당에서는 투호·널뛰기·굴렁쇠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1박 가격은 2인 기준에 4만원, 4인이 잘 수 있는 방은 6만~9만원이다.
낙동강변에 자리잡은 농암종택(聾巖宗宅)은 조선 중기 ‘어부사’를 지은 시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가다. 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낙동강변의 하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서원과 온혜리·지경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농암유적지 팻말이 나온다. 청량산도 가깝다.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6만~10만원.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군자마을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져 전통 가옥 체험장으로 문을 열었다. 어린이 서당 체험과 함께 한복 제대로 입기, 큰절하기 예절도 가르친다.
안동 법흥동의 임청각(臨淸閣)도 최근 전통체험장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이 집은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바 있는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조선 중기에 99칸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70여칸이 남았다. 시내에서 가깝다는 것이 장점이다. 1박에 2인 기준으로 4만원, 4인은 7만~8만원.
고가 숙박시 주의할 점은 식사다. 집 자체가 오래된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집안에서의 개별취사는 허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집마다 다르지만 한 끼에 5000~6000원 정도를 내면 관리소측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청송, 물안개·백옥바위·水木…'별천지'
대청에 앉아 먼 산 보니 세상 시름 다 잊혀지네
글=여행작가 유연태 kotour@empal.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입력 : 2005.06.09 15:40 48' / 수정 : 2005.06.09 17:07 08'
▲ 물안개 핀 주산지(注山池)경북 청송(靑松)군.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이 고장에서는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달기약수를 만날 수 있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주왕의 전설이, 물을 찾아나서면 새벽 안개나 백옥바위 같은 신비스런 자태가 눈을 홀린다. 120년을 넘은 옛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 어느새 ‘어험’하는 양반기침이 터져 나올 것 같다. 1박2일 동안 ‘청산에 살리라’를 읊으며 청송의 산길, 숲길, 물길을 돌아본다.
●기암과 폭포 '주왕산 절경'
청송에는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다. 1976년 3월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국내여행지’ 100군데 중에서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것이 분명한 명소이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인다’면, ‘깊이 들어가면 진하게 보이는 법’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닌 일반 여행객들은 상의매표소에서 제1폭포를 거쳐 제3폭포까지 트레킹을 즐기고 되돌아 나오도록 한다. 왕복 7㎞에 3시간이 소요된다. 제2폭포까지 감상한다면 그 거리는 7.4㎞로,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는 이른 아침에 떠났다 하더라도 주왕산 입구에는 얼추 점심 무렵에나 도착하게 된다. 트레킹에 나서기 전 식사를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 주왕산 기암(旗岩)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대전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고개를 들면 절집 지붕 위에 우람한 자태로 기암이 솟아 있다. 주왕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바위,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던 바위이다.
여기서 제1폭포까지 1.8㎞ 거리. 아들바위, 촛대봉,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같은 기암들을 중간에서 만난다. 협곡 사이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밟으면 물소리가 들려온다. 제1폭포에 닿은 것이다. 낙차는 크지 않으나 주변을 에워싼 검고 거대한 바위들이 공명 장치 구실을 하고 있어 물소리가 제법 크다. 나무 계단이 끝나갈 즈음에는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거인같은, 웅장한 바위들의 성채가 여행자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제3폭포에 닿기 200m 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2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끼 몇 마리 지나갈 정도로 좁은 오솔길 끝자락에서 물소리를 내는 제2폭포는 표주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복숭아처럼 미끈하게 생긴 골 속으로 줄기차게 흐른다.
드디어 발길이 머무는 제3폭포. 매표소에서 여기까지 3.5㎞다. 2단으로 청정수가 떨어진다. 안전한 감상을 위해 윗단과 아랫단 물가에는 난간을 두른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수영금지 표지판과 붉은색 튜브 하나가 물가에 놓여있지만 않았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물가에 발이라도 담갔을지 모른다.
▲ 저 육중한 바위들을 보라. 이 人生 초라하고, 말 없는 저 산이 부럽다. - 주왕산 제1폭포 입구●영화 촬영 소문난 주산지
주왕산 트레킹과 대전사 답사를 마친 다음에는 청송민속박물관(054-870-6094)도 관람해보고 청송군 남쪽에 자리한 안덕면 고와리의 백석탄이라는 비경지대도 다녀본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하얀 바위들이 길안천 상류인 고와리계곡 여울에 자유자재로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여기서 피라미도 잡고 다슬기도 줍는다.
▲ 달기폭포둘째날에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좀 떨어보자. 일교차가 큰 청송 땅에서 물안개가 드리워진 주산지의 신비로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조선 숙종 대에 이공이라는 인물이 인공으로 만든 이 저수지는 왕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 속에서 자라는 기이한 곳이라 사진작가들에게 입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곳. 그러다가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지난 6월 초 연휴에는 동트기 전부터 주차장이 북적거리기도 했다.
주산지에서 운좋게 새벽 안개를 만났다면, 달기약수탕에서 철분이 함유된 약수로 스스로에게 상을 내리자. 물론 약수로 만든 닭백숙과 닭죽도 반드시 먹어봐야 청송 여행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달기폭포 물줄기도 감상하고 청송 땅을 떠나기 전 일정이 좀 여유롭다면, 진보면 신촌리의 군립 청송 야송미술관(054-870-6535)에 들른다. 폐교를 활용한 이 미술관은 지난 4월 말에 문을 열었다. 청송 출신 한국화가인 이원좌(68) 화백의 작품과 기증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무료.
●아흔아홉칸짜리 옛 집에서의 하룻밤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장작불로 달궈진 온돌방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다음날이면 장닭의 울음소리에 단잠이 깨는 집. 아흔아홉칸짜리 송소고택(파천면 덕천리·경북 민속자료 제63호)에서는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 고와리 백석탄(위)-송소고택(중간)-야송미술관(아래)애초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이었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들어와서 1880년에 지은 집이다. 2003년 7월 박경진(47)씨가 심씨 집안 후손과 직장 동료인 인연으로 가옥 전체를 임대, 고택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의 건물과 디딜방앗간, 곳간, 헛간, 우물, 장독대 등이 1500평 대지 안에 들어서 있다. 손님이 잠을 자는 방은 11개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안방에만 보일러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방들은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다.
“우리는 인절미만들기, 황토염색, 도자기굽기, 윷놀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청에서 낮잠자기, 툇마루에서 책읽기, 먼 산 바라보기, 그것도 심심하면 마당 쓸기, 모깃불 피우고 감자구워먹기 정도만 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하기, 정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고택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껴보기가 우리 집 손님들이 하실 일입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해 ‘민속놀이 5종경기’라는 것을 후원에서 즐기게끔 했다. 제기차기, 새총쏘기, 투호, 칠교, 굴렁쇠(또는 고무신 과녁에 넣기) 등이 대표 종목. 댓 마리의 삽사리를 키우는 사람답게 박경진씨의 머리 모양 역시 삽사리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송소고택에서 고택연주회를 갖는다. 올해는 예외지만 2003년부터 여러 차례의 국악 연주회, 외국단체 초청 연주회 등이 열렸으며 내년 10월에는 스위스 음악학교 초청 고택공연이 예정돼 있다.
>> 불편해서 더 인간적인 '고택 체험'
TV도 없고 컴퓨터, 에어컨도 없는 고택체험에는 약간의 불편이 뒤따른다. 개별취사를 할 수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실도 공용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창호지를 건너온 옆 방 손님의 코골이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쯤 양반 집안의 귀한 손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면 까짓 불편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송소고택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거리, 주산지와 절골계곡은 30분 거리, 달기약수탕은 5분 거리이며 대중교통 이용 고객들은 승합차가 청송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나간다. 2인 기준 하루 숙박료는 5만~7만원선. 진보면 방면에서 내려갈 경우 청송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파천초등학교 방음벽을 따라 우회전, 다리를 건넌 뒤 덕천마을, 송소고택 안내판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다. 예약 문의 054-873-0234, 홈페이지 www.songso.co.kr
선조들의 체취 속으로
'선비촌' -'소수서원'서 옛 전통의 멋 체험
안양루서 바라본 소백산 자락 석양 운치 스포츠조선 영주=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 : 2005.09.15 12:41 04' / 수정 : 2005.09.15 12:52 27'
추석을 앞둔 청명한 가을날 경북 영주로 떠나는 여행은 내면과 외양을 한꺼번에 살찌울 수 있는 여정으로 가득하다. 소백산자락에 둘러싸인 '영주'는 국내 불교, 유교 문화의 대표적 집결지. 부석사, 소수서원 등 곳곳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가 하면 선비촌 등 옛 문화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는 '문화기행'의 적지이다.
특히 명찰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가을 햇살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밭이 줄지어 늘어서 탐스런 가을의 느낌과 향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 불어오는 들녘에 나서 잘 익은 사과 한입 베어 물고, 부석사 종루로 내려앉는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운치 있다. 거기에 풀벌레 울음소리 들려오는 가을밤 전통 한옥마을에서의 하룻밤이란 그야말로 몸과 마음까지 풍성하게 하는 가을여행이 된다.
▲ 숙박 등 전통체험이 가능한 선비촌은 가을날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추색 완연한 한옥마을 '선비촌'=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소수서원 옆에 자리한 '선비촌'은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의 생활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선비촌은 1만7400여평의 터에 영주 지역에 흩어진 고택과 정자, 성황당 등을 이건하거나 본떠 7년여에 걸쳐 조선시대의 자연부락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부터 아담한 초가에 이르기까지 12채의 숙박동이 있으며, 그밖에도 강학당과 정자, 누각, 원두막, 곳집(상엿집), 저잣거리 등 40여 채의 옛 건물이 들어서 있다.
관광객이 묵을 집들은 영주의 대표적인 옛 가옥을 고증과 실측을 통해 똑같이 지은 것들이다. 집 안팎에는 사람이 살기라도 하는 듯 실물 옛 가구들과 도자기, 문방사우를 비롯해, 지게, 멍석 등속을 옛 모습 그대로 들여 놓아 선인들의 생활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글 읽는 선비, 가야금 뜯는 선비, 자수 놓는 규수 등 양반가의 생활 모습도 인형으로 재현해뒀다. '선비'만 빼고 옛 선인들의 삶의 도구가 다 있는 셈이다.
선비촌의 대표적 건축물은 해우당 고택. 해우당은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ㅁ'자형 가옥으로 고종 16년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낙풍 선생이 1875년에 지었다. 툇마루로 통하는 문을 열면 소백산의 국망봉과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운치 있는 공간이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이 창틀에 걸려 있는 우금촌 두암고택, 소박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중류층 김상진 가옥, 그리고 담장 너머로 환한 웃음 짓는 해바라기와 지붕 위의 박이 멋스러운 초가도 하룻밤 묵어보고 싶은 집들이다.
선비촌 나들이의 최고 묘미는 다양한 전통체험에 있다. 고가옥 토담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농삿일을 체험하고 전통예절과 선비정신, 한문 등 옛 선비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또 상설프로그램으로 투호와 널뛰기 등 민속놀이는 물론 새끼 꼬기, 연 만들기 등 옛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옛날 시장의 모습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둔 저잣거리에서는 실제 난장과 토속음식점, 특산품점 등이 운영된다.
국보인 회헌 안향의 영정 등 2만여 점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소수박물관도 볼거리. 소수서원과 함께 대단위 전통문화학습단지를 이루고 있다.
추석 연휴(17∼19일)에 민속놀이와 전통생활 체험행사를 갖는데 이어 다음달 1∼5일에는 개촌 기념으로 전통혼례, 가야금 병창, 한시 백일장 등 선비문화대축제를 연다.
▲ 탐스런 사과가 매달린 사과밭에 들어서면 저절로 풍성한 가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가을이 익어가는 '사과밭'=영주는 이름난 사과의 고장이다. 전국 사과생산량의 15%가 영주에서 날 정도이다. 일교차 심한 소백산자락의 지형적 특성과 독특한 점토질 토양이 맛과 향이 뛰어난 사과 생산의 비결이다.
'풍기~부석사'를 오가는 931번 지방도로와 '영주~부석사'간 935번 지방도로변에는 사과밭이 많다. 야트막한 구릉에는 어김없이 빨간 사과들이 탐스럽게 영근 사과밭이 줄지어 있다.
차창을 열면 새콤 달콤 사과향이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밀려 들어와 향기를 좇아 상큼한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풍기읍 전구2리 경일농원은 영주의 대표적 사과밭. 농장주 명달호씨의 조부가 60년 전 정감록을 보고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와 일군 곳이다. 조각구름 띄운 쪽빛 하늘 아래 영글어 가는 8000평 규모의 빨간 사과밭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고목이 돼 길게 늘어뜨린 가지에 주렁주렁 걸린 탐스런 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산물. 전국 최초의 GAP(우수농산물 관리제도) 사과 재배지로 선정된 풍기농협의 '사과향기 풍기는'이란 브랜드로 시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중이다. 특히 풍기농협에서는 직원들이 사과를 씻는 물만 마시게 돼 있을 정도로 청결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은 부사와 껍질째 먹는 홍로가 나고, 11월까지 만생종이 출하된다.
▲ 해질녁 부석사 안양루에서 스님이 힘차게 법고를 치고 있다.▶운치 있는 부석사의 해질녘=영주의 또다른 이름처럼 불리는 '부석사'는 해질녘 석양도 근사하다. 무량수전 왼편 뜰에 서서 안양루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게 일반적 감상 포인트. 소백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부드러운 실루엣이 사찰의 고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운치를 더한다. 특히 오후 6시 안양루에서 법고를 치는 의식은 그 소리며 광경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 18호)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등의 국보도 즐비해 볼거리도 쏠쏠 하다. 늦은 가을에 찾으면 일주문~천왕문 앞 당간지주까지 500여m 노란 은행나무 길이 펼쳐져 만추의 서정을 느낄 수 있다.
▶즐길 거리
◇풍기온천=불소가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수가 용출되는 소백산풍기온천(054-639-6911)에서 여독을 풀 수 있다.
▶영주의 맛
◇인삼의 고장 영주의 미각을 느끼려거든 풍기IC 인근 '약선당'(054-638-2728)을 찾으면 된다. 이 집은 경북 내륙 반가의 손맛이 담긴 푸짐한 상차림에 갖은 인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능이버섯 약초생채무침, 인삼한우갈비, 약초장아찌, 인삼튀김 등이 상에 오르는 약선당 특정식 2만5000원, 인삼정식 1만5000원, 인삼뷔페 9000원(1인 기준).
◇사과=껍질째 먹는 친환경 사과를 풍기농협 백신지소(054-636-3209), 경일농원(054-636-3678)에서 택배 등으로 구할 수 있다.
▶묵을 곳=선비촌(054-638-5831)의 하루 숙박료는 2인1실 2만∼4만원, 4인1실 5만원으로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 등을 갖춰 재래 한옥의 불편함을 덜었다.
▶축제=영주시는 10월1∼5일 풍기읍 남원천변에서 풍기인삼축제를 개최한다. 인삼 캐기, 인삼 깎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인삼요리 경연대회 등 풍기인삼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639-6062).
▶여행상품=우리테마투어는 영주 선비촌을 둘러보고 사과 따기 체험행사를 곁들인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18일부터 10월30일까지 매주 수, 토, 일요일에 출발한다. 4만원. (02)733-0882
▶가는 길=◇승용차: 중앙고속도로 풍기IC~풍기 소재지~순흥 방향 931번 도로~순흥~소수서원/ 선비촌
◇대중교통: 열차(서울 청량리역에서 풍기-영주행 무궁화-새마을열차 하루 9회 운행). 버스(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30회 운행.)
http://www.chosun.com/se/news/200509/200509150239.html
340년 된 대문·높은 대청마루… 선조들의 체취 속으로 안동=글·황대진기자 djhwang@chosun.com안동 전통 古宅 체험 "선조들의 체취 속으로"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입력 : 2004.09.16 10:56 24'
▲ 안동 임하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례예술촌은 구상, 한수산 등 이름난 문인들이 며칠씩 묵으며 글을 썼던 곳으로 유명하다.임하호(臨河湖)가 마치 집 마당의 연못처럼 들어앉았다. 밤에는 별들이 유난히 커 보이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새벽이면 340년 묵은 목조 대문을 젖히고 물안개가 파고 든다. “높은 대청마루에 앉으니 고향집 생각이 절로 나네요.” 안동의 지례예술촌에서 하룻밤을 묵은 고영수(34)씨의 말이다.
이름난 가문의 오래된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전통 민속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른바 ‘고가(古家) 스테이’가 인기다. 경북 안동에서는 농암종택, 임청각 등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고택들을 만날 수 있다.
지례예술촌은 의성 김씨 지촌공파 종택(宗宅)이다. 1663년 조선 숙종 때 대사성(성균관장)을 지낸 지촌 김방걸이 지었다. 종손인 김원길(62)씨가 지난 1988년 임하댐 건설로 집이 물에 잠기게 되자 원래 있던 자리에서 300여m 뒤로 물려 지금의 산기슭으로 옮겼다. 안동 시내에서 34번 국도를 따라 영덕 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임하호가 나오고, 여기서 산허리를 돌아 굽이굽이 숲 길을 20분 정도 더 달리면 예술촌이다. 중간중간 비좁은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휴대전화는 불통이 된다. 운전하기에 다소 위험한 산길이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김씨는 처음엔 예술촌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로 문인들에게 이곳을 개방했다. 구상, 한수산, 유안진씨 등이 이곳에 머물며 시와 소설을 썼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도 찾기 시작했다. 숙박료는 한 사람당 2만~2만5000원.
▲ 안동의 고가옥 숙박 체험지지례예술촌에서 가까운 수애당(水涯堂)도 임하호를 끼고 있다. 1939년에 수애 유진걸(납북 정치인) 선생이 지은 집이다. 지금은 그 후손이 전통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궁이에 직접 장작을 지펴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먹을 수 있고, 마당에서는 투호·널뛰기·굴렁쇠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1박 가격은 2인 기준에 4만원, 4인이 잘 수 있는 방은 6만~9만원이다.
낙동강변에 자리잡은 농암종택(聾巖宗宅)은 조선 중기 ‘어부사’를 지은 시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가다. 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낙동강변의 하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서원과 온혜리·지경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농암유적지 팻말이 나온다. 청량산도 가깝다.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6만~10만원.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군자마을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져 전통 가옥 체험장으로 문을 열었다. 어린이 서당 체험과 함께 한복 제대로 입기, 큰절하기 예절도 가르친다.
안동 법흥동의 임청각(臨淸閣)도 최근 전통체험장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이 집은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바 있는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조선 중기에 99칸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70여칸이 남았다. 시내에서 가깝다는 것이 장점이다. 1박에 2인 기준으로 4만원, 4인은 7만~8만원.
고가 숙박시 주의할 점은 식사다. 집 자체가 오래된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집안에서의 개별취사는 허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집마다 다르지만 한 끼에 5000~6000원 정도를 내면 관리소측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대청에 앉아 먼 산 보니 세상 시름 다 잊혀지네 글=여행작가 유연태 kotour@empal.com청송, 물안개·백옥바위·水木…'별천지'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입력 : 2005.06.09 15:40 48' / 수정 : 2005.06.09 17:07 08'
▲ 물안개 핀 주산지(注山池)경북 청송(靑松)군.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이 고장에서는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달기약수를 만날 수 있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주왕의 전설이, 물을 찾아나서면 새벽 안개나 백옥바위 같은 신비스런 자태가 눈을 홀린다. 120년을 넘은 옛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 어느새 ‘어험’하는 양반기침이 터져 나올 것 같다. 1박2일 동안 ‘청산에 살리라’를 읊으며 청송의 산길, 숲길, 물길을 돌아본다.
●기암과 폭포 '주왕산 절경'
청송에는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다. 1976년 3월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국내여행지’ 100군데 중에서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것이 분명한 명소이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인다’면, ‘깊이 들어가면 진하게 보이는 법’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닌 일반 여행객들은 상의매표소에서 제1폭포를 거쳐 제3폭포까지 트레킹을 즐기고 되돌아 나오도록 한다. 왕복 7㎞에 3시간이 소요된다. 제2폭포까지 감상한다면 그 거리는 7.4㎞로,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는 이른 아침에 떠났다 하더라도 주왕산 입구에는 얼추 점심 무렵에나 도착하게 된다. 트레킹에 나서기 전 식사를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 주왕산 기암(旗岩)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대전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고개를 들면 절집 지붕 위에 우람한 자태로 기암이 솟아 있다. 주왕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바위,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던 바위이다.
여기서 제1폭포까지 1.8㎞ 거리. 아들바위, 촛대봉,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같은 기암들을 중간에서 만난다. 협곡 사이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밟으면 물소리가 들려온다. 제1폭포에 닿은 것이다. 낙차는 크지 않으나 주변을 에워싼 검고 거대한 바위들이 공명 장치 구실을 하고 있어 물소리가 제법 크다. 나무 계단이 끝나갈 즈음에는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거인같은, 웅장한 바위들의 성채가 여행자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제3폭포에 닿기 200m 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2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끼 몇 마리 지나갈 정도로 좁은 오솔길 끝자락에서 물소리를 내는 제2폭포는 표주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복숭아처럼 미끈하게 생긴 골 속으로 줄기차게 흐른다.
드디어 발길이 머무는 제3폭포. 매표소에서 여기까지 3.5㎞다. 2단으로 청정수가 떨어진다. 안전한 감상을 위해 윗단과 아랫단 물가에는 난간을 두른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수영금지 표지판과 붉은색 튜브 하나가 물가에 놓여있지만 않았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물가에 발이라도 담갔을지 모른다.
▲ 저 육중한 바위들을 보라. 이 人生 초라하고, 말 없는 저 산이 부럽다. - 주왕산 제1폭포 입구●영화 촬영 소문난 주산지
주왕산 트레킹과 대전사 답사를 마친 다음에는 청송민속박물관(054-870-6094)도 관람해보고 청송군 남쪽에 자리한 안덕면 고와리의 백석탄이라는 비경지대도 다녀본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하얀 바위들이 길안천 상류인 고와리계곡 여울에 자유자재로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여기서 피라미도 잡고 다슬기도 줍는다.
▲ 달기폭포둘째날에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좀 떨어보자. 일교차가 큰 청송 땅에서 물안개가 드리워진 주산지의 신비로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조선 숙종 대에 이공이라는 인물이 인공으로 만든 이 저수지는 왕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 속에서 자라는 기이한 곳이라 사진작가들에게 입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곳. 그러다가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지난 6월 초 연휴에는 동트기 전부터 주차장이 북적거리기도 했다.
주산지에서 운좋게 새벽 안개를 만났다면, 달기약수탕에서 철분이 함유된 약수로 스스로에게 상을 내리자. 물론 약수로 만든 닭백숙과 닭죽도 반드시 먹어봐야 청송 여행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달기폭포 물줄기도 감상하고 청송 땅을 떠나기 전 일정이 좀 여유롭다면, 진보면 신촌리의 군립 청송 야송미술관(054-870-6535)에 들른다. 폐교를 활용한 이 미술관은 지난 4월 말에 문을 열었다. 청송 출신 한국화가인 이원좌(68) 화백의 작품과 기증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무료.
●아흔아홉칸짜리 옛 집에서의 하룻밤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장작불로 달궈진 온돌방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다음날이면 장닭의 울음소리에 단잠이 깨는 집. 아흔아홉칸짜리 송소고택(파천면 덕천리·경북 민속자료 제63호)에서는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 고와리 백석탄(위)-송소고택(중간)-야송미술관(아래)애초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이었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들어와서 1880년에 지은 집이다. 2003년 7월 박경진(47)씨가 심씨 집안 후손과 직장 동료인 인연으로 가옥 전체를 임대, 고택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의 건물과 디딜방앗간, 곳간, 헛간, 우물, 장독대 등이 1500평 대지 안에 들어서 있다. 손님이 잠을 자는 방은 11개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안방에만 보일러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방들은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다.
“우리는 인절미만들기, 황토염색, 도자기굽기, 윷놀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청에서 낮잠자기, 툇마루에서 책읽기, 먼 산 바라보기, 그것도 심심하면 마당 쓸기, 모깃불 피우고 감자구워먹기 정도만 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하기, 정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고택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껴보기가 우리 집 손님들이 하실 일입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해 ‘민속놀이 5종경기’라는 것을 후원에서 즐기게끔 했다. 제기차기, 새총쏘기, 투호, 칠교, 굴렁쇠(또는 고무신 과녁에 넣기) 등이 대표 종목. 댓 마리의 삽사리를 키우는 사람답게 박경진씨의 머리 모양 역시 삽사리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송소고택에서 고택연주회를 갖는다. 올해는 예외지만 2003년부터 여러 차례의 국악 연주회, 외국단체 초청 연주회 등이 열렸으며 내년 10월에는 스위스 음악학교 초청 고택공연이 예정돼 있다.
>> 불편해서 더 인간적인 '고택 체험'
TV도 없고 컴퓨터, 에어컨도 없는 고택체험에는 약간의 불편이 뒤따른다. 개별취사를 할 수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실도 공용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창호지를 건너온 옆 방 손님의 코골이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쯤 양반 집안의 귀한 손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면 까짓 불편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송소고택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거리, 주산지와 절골계곡은 30분 거리, 달기약수탕은 5분 거리이며 대중교통 이용 고객들은 승합차가 청송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나간다. 2인 기준 하루 숙박료는 5만~7만원선. 진보면 방면에서 내려갈 경우 청송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파천초등학교 방음벽을 따라 우회전, 다리를 건넌 뒤 덕천마을, 송소고택 안내판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다. 예약 문의 054-873-0234, 홈페이지 www.songso.co.kr
●가는 길(서울 기준)
①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34번 국도→안동시내→청송군 진보면→31번 국도→청송터널→청운3거리→914번 지방도→주왕산국립공원 ②중앙고속도로 남안동나들목→안동시 일직면→의성 고운사 입구→79번 지방도→점곡면→안동시 길안면→914번 지방도→송소고택 입구→주왕산국립공원
●묵을 곳(지역번호 054): 청송읍내에 주왕산온천관광호텔(874-7000), 파라다이스모텔(873-5563), 주왕산 입구에 꿈의 궁전모텔(874-1611), 주왕산가든여관(874-0088), 진보면에 대동장모텔(872-2100), 뉴스장여관(873-9004) 등. 부남면에 청송자연휴양림(872-3163).
●먹을 곳(지역번호 054): 약수닭백숙, 산채정식, 도토리묵, 파전 등이 청송의 향토음식이다. 달기약수탕 주변에 부산식당(닭백숙, 873-2078), 예천식당(닭백숙, 873-2169), 신촌약수탕 주변에 신촌식당(닭날개구이, 872-2050), 가든세계평화(닭불고기, 874-0306) 등. 대전사 입구에 수달래식당(산채정식, 873-3052), 청송읍내에 고향식당(수타자장면, 873-3066) 등.
●각종연락처(지역번호 054):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870-6230, 청송시외버스터미널 873-2036, 주왕산국립공원(홈페이지 www.npa.or.kr/chuwang/) 873-0014, 주왕산탐방안내소 873-0018, 절골매표소 873-0019, 월외매표소 873-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