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우리 쫄면

김은하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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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쫄면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쫄면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집에서 밥 먹지 웬 쫄면 하시겠죠?

오늘 아파트 물 안나오는 날 입니다. 일년에 2번 있는 물탱크 청소 날이 바로 오늘 입니다.

그러므로 설거지 거리 줄이려는 꼼수도 있고 안그래도 메슥거리는 위 관련 질환으로

뭔가 화끈한게 땡기는 날이기도 했거니와....

한 달에 적어도 6번 정도는 쫄면을 찾아서 먹나 봅니다.

사실,쫄면의 밀가루 성분은 과연 어떻길래 하고 의구심을 가져보긴 합니다.

그리고 씹으면 씹을 수록 면 자체는 아무 맛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쫄면은 상당히 매력적 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만물을 다 통틀어) 근성이 느껴지는 것들이 좋습니다.

쫄면, 정말 그 근성이 느껴지게 질깁니다.

우리 동네엔 다행히도 내 입맛에 꼭 맞게 쫄면을 만들어 내는 분식집이 있습니다.

신호등 한개만 건너면 김밥**이란 분식집이 있단 말입니다.

거기에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여러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모두들 식사하시느라 열중들을 하고 계시죠.

대부분 혼자들 오셔서 잡숫는데 간혹 2~3명씩 와서 식사하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을 좀 비켜간다는 것이 딱 점심시간을 맞춰가버린 것이

오늘 인생 얘기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겠습니다.

책 한 권 들고 쫄면을 기다리는 동안에 사실 눈만 책에 있지 곁에 앉은 남모를 사람들의

사는 얘기가 더 흥미롭습니다.이런 이유로 혼자 식당 가는 일이 두렵진 않습니다.

그리고 옆 사람의 메뉴에 이끌리어 "오늘 저거 먹을 껄 했나?" 하기도 하구요.

제 옆자리에서 두분의 여성이 마침 식사를 하러 들어와 앉으시더군요.

한분이 직장에서 아무래도 못마땅하고 밉살맞게 구는 남자 직원 땜에 맘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다른 한분이 계속 "맘 비워라" 하시더라구요.

드디어 내가  주문한 쫄면이 나오고 쫄면을 비비자

두 여성분들 메뉴를 취소하고 쫄면으로 바꿔서 다시 주문 하더라구요.

역시 누굴 씹어야 겠단 생각이 들면 쫄면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쫄면"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쫄면이 아니라

누구나 다 비슷하게 고민을 하고 누구나 다 고만한 일로 맘고생을 치르고

누구나 다 밥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누구나 다 옆 사람의 메뉴에 관심이 있다는 뭐 이런 말입니다.

별 다를 거 없는 게 인생사네요.

쫄면을 곰곰이 씹으며 옆 사람의 얘기는 자연스레 제 귓속을 파고 들고

알지도 못하는 여인의 푸념에 깊이 공감하며 단무지도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식당 안을 돌아다 보니

사회 속에서 한자리에서 식사할 일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셈이었어요.

경찰 아저씨가 혼자서 식사, 칼 가는 할아버지도 식사중, 마트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정신 없이 식사중,

아직은 어린 아기와 함께 김밥을 들던 젊은 엄마, 간호사 복장의 여인,그리고 외국어 강사로 보이는 외국인들....

쫄면처럼 인생은 길고 질깁니다.

가져간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들어보렴.

 세상은   별밤 하늘과 같단다.

 우리도 저마다 다르지.누구 하나 똑같지가 않단다.

 서로 다른 우리가 밝게 빛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거야"

 

그렇군요.이제 어른이라고 세상을 다 아는 것 처럼 큰소리를 뻥 치고 살았는데 어울려 산다는 것은

잊고 살았습니다.

아~ 쫄면 얘기하다 밤 하늘의 별 까지

언제나 내 얘기는 제 정신을 차릴 지...

기운 없고 속상하면 언제부턴가 쫄면을 찾아서 먹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쫄면은 계속 먹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속상하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저 쫄면 한 그릇 먹으면서 주의 사람들의 사는 얘기를 가만히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쫄면 속에 콩나물과 양배추와 오이와 당근의 환상적인 조합,

게다가 삶은 계란의 그 부드러움,알싸한 양념장과 질긴 면발의 매혹은

어쩜 그리 우리 인생과 아니 나의 인생과

닮았다고 막막 우기고 싶습니다.

참 별 얘기도 아닌 얘기를...이렇게도 왁자하게 떠들다니.

어쨌거나 오늘 쫄면 얘기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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