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 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이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외수 / 비에 관한 명상수첩 에서
세속의 시간은...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 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이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외수 / 비에 관한 명상수첩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