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난감했다. 사내는 그 길을 가야했다. 사내는 혹시 돌아서 갈 길이 없나 사폈다. 사내는 폭력이 싫었다. 싸우면 질지 이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내는 승패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하나, 저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때 사내의 뒤로 누군가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 친구가 말했다.
“왜? 안 가고 뭐하나?”
사내가 친구에게 눈짓으로 말했다. 친구가 거인을 보았고, 그는 모든 사태를 짐작했다. 친구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친구도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길은 없었다. 친구가 먼저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봐 길을 비키라니까,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거인이 말했다.
“글쎄. 싫다니까.”
다시 친구가 말했다.
“이봐 길을 비키지 않으면 힘을 쓸 수밖에 없어.”
거인이 말했다.
“어쭈구리? 폭력을 쓰시려고. 이거 참. 아직도 폭력 운운하는 놈들이 다 있네. 그래 니들 싸움 잘하나 본데 어디 한번 휘둘러보시지.”
거인은 꿈쩍 않은 채 온 몸에서 전의를 뿜어냈다. 거인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났다. 친구는 위옷을 벗어 제쳤다.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남의 길을 막아놓고선 폭력이 어쩌고 어째?”
사내가 말렸다.
“왜 이러나 이 사람아. 우선 말로 해봐야지.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 내가 어떻게 해볼테니. 어디 돌아갈 길이라도 있을지 모르잖아.”
사내의 만류가 하도 간곡해서 친구는 다시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거인에게 다가갔다.
“왜 길을 막는 거요?”
거인은 사내의 행동이 흡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가 먼저 왔으니까. 내 맘이지 뭐. 먼저 온 사람이 임자 아냐?”
사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것 보시오. 먼저 온 것은 뭐고, 임자는 또 뭐요. 여기는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을 뿐이요. 임자가 어디 있단 말이요.”
거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봐, 무릇 모든 것엔 주인이 있는 법. 먼저 온 내가 당연히 당신들보다는 많은 권리가 있어야지. 안 그래? 세상의 이치가 그렇잖아. 이것들이 순 도둑놈 심보들 아냐. 순 거저먹으려고 그러는 구먼. 내가 먼저 왔으니 여기는 내 거야. 알겠어?”
좀 떨어진 곳에서 거인이 하는 수작을 보던 친구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달려왔다.
“뭐 어쩌고 어째. 이런 무도한 놈 같으니.....”
사내가 놀라며 말렸다.
“이 사람아, 자네는 그게 문제야. 왜 쓸데없이 싸우려고 하나, 좀 기다리라니까.....”
친구는 어이가 없다며 사내에게 말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저놈 하는 수작 좀 보라고. 우린 바쁘다고. 빨리 길을 가야지..... 자네 겁나나? 걱정하지 말게. 자네하고 나하고 힘을 합하면 쉽게 이길 수 있어. 얼른 처리하고 가자고.”
친구의 기세는 당당했다.
사내가 갑자기 정색을 했다.
“이런 사람하고는..... 우리가 이 길을 가자는 게 바로 그런 것을 없애려고 하는 거잖아. 그래, 저 친구를 때려눕히고 이 길을 가도 괜찮은 건가? 왜 쓸데없이 사람을 상하게 하나? 안 돼. 돌아가는 길이 있을 거야. 내 물어보지. 그러고 나서 생각해봄세. 잠시만 참아. 그 성질 좀 죽이라고, 알겠나?”
친구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사내는 다시 거인을 향해 돌아섰다. 해가 벌써 중천을 지나 서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봐요. 그러면 혹시 돌아가는 길이라도 있소?”
거인이 턱도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듯 한마디를 씹어 뱉었다.
“알면 내 친구나 동생이나 다른 사람을 그리로 보내지 왜 당신들에게 알려줘. 이건 순 도둑놈들이라니까. 왜 남의 것을 돈도 안 주고 가로채려고 그래. 안 돼. 몰라, 알아서 해. 난 여기서 못 비키니까. 알았어?”
드디어 친구가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사내는 머뭇거렸다. 사내는 피가 싫었다. 이렇게까지 싸우면서, 이렇게까지 악다구니 쓰면서 이 길을 가야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그때 사내의 옆에 친구의 잘려진 모가지가 떨어졌다. 붉은 선혈이 햇볕을 가렸다.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다. 사내가 거인을 돌아보았다. 거인은 친구의 몸뚱이를 들고 하늘을 향해 웃고 있었다.
“하하하..... 어딜 감히, 여긴 내 자리야. 그리고 내가 먼저 왔고. 나도 여기 차지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달려왔는지 알아? 물론 더 가고 싶었지. 하지만 여기가 좋아. 여기는 내 거니까. 내거면 돼. 자네들 저 멀리 무지개를 잡으려고 왔나? 무지개는 없으니까 돌아가. 이렇게 피곤죽 되기 전에 말야. 알아들었어?”
사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친구의 죽음에 사내는 정신이 나갔다. 정신 나간 사람은 언제나 놀라운 투혼을 보이는 법이다. 단 한 걸음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거인의 발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후, 해가 서쪽으로 거의 다가갔을 즈음 거인은 이미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는 이미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내가 싸우는 이유는 거인이 자신의 친구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거인이 무지개로 통하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내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거인을 공격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속에서의 전투는 사내를 더욱더 용맹하게 만들었다. 사내는 그 소나기가 죽은 친구의 원통한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사내는 온갖 죄의식에 물들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웠다.
소나기가 그쳤다. 저 멀리 길이 끝나는 지점에 두둥실 무지개가 떠올랐다. 모든 사람에게 이리 오라며 아름답게 손짓했다. 그러나 사내의 눈엔 그 아름다운 무지개가 들어오지 않았다. 사내의 목표는 오직 하나, 거인의 모가지였다. 사내의 날쌘 손아귀가 드디어 거인의 목줄기를 움켜잡았다. 사내는 단호한 표정으로 비틀었고, 거인은 자신의 거대한 몸뚱이를 땅에 뉘였다.
해가 완전히 졌고, 무지개는 사라졌다. 사내는 눈물을 뿌리며 친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거인의 시신도 묻어줬다. 그리고 사내는 그 길에 오두막을 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쉬어 가게 했다. 가끔 사람들이 그 사내의 집에 찾아 들면 사내는 말했다. 이 길을 가다보면 거인이 있고, 그 거인과 싸우다 보면 한평생이 다 가는 것이라고. 무지개는 환상이라고, 자기도 무지개가 있다는 전설은 들었고, 그 전설을 따라 평생 길을 걸었지만 결국 무지개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증오와, 용서하지 못해 결국 사람을 죽인 자신에 대한 증오뿐이라고.....
많은 사람이 발길을 돌렸다. 무지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위대한 대선배의 충고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
이제 그 길에는 난폭한 거인은 없다. 다만, 거인을 때려눕혀 유명해진 왜소한 체구의 사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길을 넘어서지 못했다. 거인의 무기는 폭력이었지만 사내의 무기는 절망이었다. 단 한 번도 무지개를 본 적이 없다는 절망적인 증언.
“세상에 대해 말하지 마라. 왜 나에게 쇠사슬을 씌웠느냐고. 단지 당신이 당신의 쇠사슬을 벗으면 된다. 그뿐이다. 혹시 당신이 스스로 쇠사슬을 벗으려고 하는데 세상이 그것을 거부한다면 그때 세상에 대해 말하라. 나에겐 이 쇠사슬이 필요 없다고. 그리고 그때 싸워라. 반드시 그 반대는 아니다. 쇠사슬을 벗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것이지,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쇠사슬을 벗는 것은 아니니까.”
왜 우리가 용서와 화해를 입에 담아야 할까? 우리가 남을 미워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냥 우리 길을 가려고 한 것뿐인데, 길을 막기에 옆으로 비키라고 한 것뿐인데, 옆으로 비키지 않기에 싸운 것뿐인데.....
세상에 절망만큼 사악한 것은 없다.
원한과 양심의 가책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의를 제가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증오는 그리고 양심의 가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잃게 만든다.
세상에절망만큼사악한것은없다
한 사내가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거인이 나타났다. 사내가 말했다.
“길을 비켜주시오.”
거인이 말했다.
“싫은데.....”
사내는 난감했다. 사내는 그 길을 가야했다. 사내는 혹시 돌아서 갈 길이 없나 사폈다. 사내는 폭력이 싫었다. 싸우면 질지 이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내는 승패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하나, 저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때 사내의 뒤로 누군가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 친구가 말했다.
“왜? 안 가고 뭐하나?”
사내가 친구에게 눈짓으로 말했다. 친구가 거인을 보았고, 그는 모든 사태를 짐작했다. 친구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친구도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길은 없었다. 친구가 먼저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봐 길을 비키라니까,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거인이 말했다.
“글쎄. 싫다니까.”
다시 친구가 말했다.
“이봐 길을 비키지 않으면 힘을 쓸 수밖에 없어.”
거인이 말했다.
“어쭈구리? 폭력을 쓰시려고. 이거 참. 아직도 폭력 운운하는 놈들이 다 있네. 그래 니들 싸움 잘하나 본데 어디 한번 휘둘러보시지.”
거인은 꿈쩍 않은 채 온 몸에서 전의를 뿜어냈다. 거인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났다. 친구는 위옷을 벗어 제쳤다.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남의 길을 막아놓고선 폭력이 어쩌고 어째?”
사내가 말렸다.
“왜 이러나 이 사람아. 우선 말로 해봐야지.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 내가 어떻게 해볼테니. 어디 돌아갈 길이라도 있을지 모르잖아.”
사내의 만류가 하도 간곡해서 친구는 다시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거인에게 다가갔다.
“왜 길을 막는 거요?”
거인은 사내의 행동이 흡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가 먼저 왔으니까. 내 맘이지 뭐. 먼저 온 사람이 임자 아냐?”
사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것 보시오. 먼저 온 것은 뭐고, 임자는 또 뭐요. 여기는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을 뿐이요. 임자가 어디 있단 말이요.”
거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봐, 무릇 모든 것엔 주인이 있는 법. 먼저 온 내가 당연히 당신들보다는 많은 권리가 있어야지. 안 그래? 세상의 이치가 그렇잖아. 이것들이 순 도둑놈 심보들 아냐. 순 거저먹으려고 그러는 구먼. 내가 먼저 왔으니 여기는 내 거야. 알겠어?”
좀 떨어진 곳에서 거인이 하는 수작을 보던 친구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달려왔다.
“뭐 어쩌고 어째. 이런 무도한 놈 같으니.....”
사내가 놀라며 말렸다.
“이 사람아, 자네는 그게 문제야. 왜 쓸데없이 싸우려고 하나, 좀 기다리라니까.....”
친구는 어이가 없다며 사내에게 말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저놈 하는 수작 좀 보라고. 우린 바쁘다고. 빨리 길을 가야지..... 자네 겁나나? 걱정하지 말게. 자네하고 나하고 힘을 합하면 쉽게 이길 수 있어. 얼른 처리하고 가자고.”
친구의 기세는 당당했다.
사내가 갑자기 정색을 했다.
“이런 사람하고는..... 우리가 이 길을 가자는 게 바로 그런 것을 없애려고 하는 거잖아. 그래, 저 친구를 때려눕히고 이 길을 가도 괜찮은 건가? 왜 쓸데없이 사람을 상하게 하나? 안 돼. 돌아가는 길이 있을 거야. 내 물어보지. 그러고 나서 생각해봄세. 잠시만 참아. 그 성질 좀 죽이라고, 알겠나?”
친구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사내는 다시 거인을 향해 돌아섰다. 해가 벌써 중천을 지나 서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봐요. 그러면 혹시 돌아가는 길이라도 있소?”
거인이 턱도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듯 한마디를 씹어 뱉었다.
“알면 내 친구나 동생이나 다른 사람을 그리로 보내지 왜 당신들에게 알려줘. 이건 순 도둑놈들이라니까. 왜 남의 것을 돈도 안 주고 가로채려고 그래. 안 돼. 몰라, 알아서 해. 난 여기서 못 비키니까. 알았어?”
드디어 친구가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사내는 머뭇거렸다. 사내는 피가 싫었다. 이렇게까지 싸우면서, 이렇게까지 악다구니 쓰면서 이 길을 가야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그때 사내의 옆에 친구의 잘려진 모가지가 떨어졌다. 붉은 선혈이 햇볕을 가렸다.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다. 사내가 거인을 돌아보았다. 거인은 친구의 몸뚱이를 들고 하늘을 향해 웃고 있었다.
“하하하..... 어딜 감히, 여긴 내 자리야. 그리고 내가 먼저 왔고. 나도 여기 차지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달려왔는지 알아? 물론 더 가고 싶었지. 하지만 여기가 좋아. 여기는 내 거니까. 내거면 돼. 자네들 저 멀리 무지개를 잡으려고 왔나? 무지개는 없으니까 돌아가. 이렇게 피곤죽 되기 전에 말야. 알아들었어?”
사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친구의 죽음에 사내는 정신이 나갔다. 정신 나간 사람은 언제나 놀라운 투혼을 보이는 법이다. 단 한 걸음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거인의 발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후, 해가 서쪽으로 거의 다가갔을 즈음 거인은 이미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는 이미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내가 싸우는 이유는 거인이 자신의 친구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거인이 무지개로 통하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내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거인을 공격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속에서의 전투는 사내를 더욱더 용맹하게 만들었다. 사내는 그 소나기가 죽은 친구의 원통한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사내는 온갖 죄의식에 물들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웠다.
소나기가 그쳤다. 저 멀리 길이 끝나는 지점에 두둥실 무지개가 떠올랐다. 모든 사람에게 이리 오라며 아름답게 손짓했다. 그러나 사내의 눈엔 그 아름다운 무지개가 들어오지 않았다. 사내의 목표는 오직 하나, 거인의 모가지였다. 사내의 날쌘 손아귀가 드디어 거인의 목줄기를 움켜잡았다. 사내는 단호한 표정으로 비틀었고, 거인은 자신의 거대한 몸뚱이를 땅에 뉘였다.
해가 완전히 졌고, 무지개는 사라졌다. 사내는 눈물을 뿌리며 친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거인의 시신도 묻어줬다. 그리고 사내는 그 길에 오두막을 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쉬어 가게 했다. 가끔 사람들이 그 사내의 집에 찾아 들면 사내는 말했다. 이 길을 가다보면 거인이 있고, 그 거인과 싸우다 보면 한평생이 다 가는 것이라고. 무지개는 환상이라고, 자기도 무지개가 있다는 전설은 들었고, 그 전설을 따라 평생 길을 걸었지만 결국 무지개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증오와, 용서하지 못해 결국 사람을 죽인 자신에 대한 증오뿐이라고.....
많은 사람이 발길을 돌렸다. 무지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위대한 대선배의 충고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
이제 그 길에는 난폭한 거인은 없다. 다만, 거인을 때려눕혀 유명해진 왜소한 체구의 사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길을 넘어서지 못했다. 거인의 무기는 폭력이었지만 사내의 무기는 절망이었다. 단 한 번도 무지개를 본 적이 없다는 절망적인 증언.
“세상에 대해 말하지 마라. 왜 나에게 쇠사슬을 씌웠느냐고. 단지 당신이 당신의 쇠사슬을 벗으면 된다. 그뿐이다. 혹시 당신이 스스로 쇠사슬을 벗으려고 하는데 세상이 그것을 거부한다면 그때 세상에 대해 말하라. 나에겐 이 쇠사슬이 필요 없다고. 그리고 그때 싸워라. 반드시 그 반대는 아니다. 쇠사슬을 벗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것이지,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쇠사슬을 벗는 것은 아니니까.”
왜 우리가 용서와 화해를 입에 담아야 할까? 우리가 남을 미워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냥 우리 길을 가려고 한 것뿐인데, 길을 막기에 옆으로 비키라고 한 것뿐인데, 옆으로 비키지 않기에 싸운 것뿐인데.....
세상에 절망만큼 사악한 것은 없다.
원한과 양심의 가책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의를 제가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증오는 그리고 양심의 가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