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기적소리만큼...

마성혁2006.11.03
조회52
한밤중의 기적소리만큼...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이 단칸방의 커텐 사이로 흘러든다. 쳇 베이커의 읊조리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가 오래된 오디오 사이로 흘러나오고, 얼마전 산 어항의 물줄기가 규칙적으로 흘러내리며 쳇의 목소리에 더없는 효과음을 내고 있다. 살짝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바람을 타고 그녀는 내게 묻는다. "나를 얼마나 좋아해?" 어항을 바라보던 난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한다. "한밤중의 기적소리만큼..." 그녀는 분명있을 다음 이유에 대해 가만히 기다린다. 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말한다. "문득 한밤중에 잠을 깬 적이 있었어...시간은 몇시쯤인지 잘 모르지만, 새벽 2~3시쯤 되었던 것 같애... 주변은 온통 새까맣고, 너무나 조용한 나머지 시계소리마저 멈춰버린 듯 했어.. 마치, 세상에서 격리된듯한 느낌..그런 기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내가 죽는다고 해도 누구하나 날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거야.. 상상해봐. 주위는 캄캄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소리라고는 아무것도 안 들려. 내가 그대로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모를거야. 그건 마치 두꺼운 철상자에 갇혀서,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야. 심장이 아파서, 그대로 찍하고 두 조각으로 갈라져버릴 것 같은..그런 느낌 알 수 있어?" 그녀는 끄덕인다.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을 계속한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괴로운 일 중의 하나일 거야. 정말이지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프고 괴로운 그런 느낌.. 그대로 내버려두면 상자 안의 공기가 희박해져서 정말로 죽어버릴 거야." 그녀는 다시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난 잠시 사이를 둔다. "그렇지만 그때 저 멀리에서 기적 소리가 들려. 그것은 정말로 정말로 먼 기적소리야. 도대체 어디에 철도 선로 같은 것이 있는지, 나도 몰라. 그만큼 멀리 들리거든. 들릴 듯 말 듯하다고나 할 소리야. 그렇지만 그것이 기차의 기적소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 틀림없어." "나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그리고 다시 한번, 그 기적 소리를 듣지. 그리고 나서 내 심장은 아파하기를 멈춰. 시계바늘은 움직이기 시작해. 철상자는 해면을 향해서 천천히 떠올라." "그것은 모두 그 작은 기적 소리 덕분이라고... 나는 그 기적 소리만큼..." "한밤중의 그 기적 소리만큼 너를 사랑해..." 난 그녀의 다음 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