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기러기 엄마, 아빠들에 대한 나의 소고♨

김영종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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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기러기 엄마, 아빠들에 대한 나의 소고♨ 

 

 

나처럼 이렇게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반 고국의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이 곳의 생활상이나 아님 여기서 살고 있는 교포들의 이모 저모가 아닐까 한다.  요즘은 특히나 '기러기 엄마, 아빠'가 사회의 이슈가 되어있기에 유학생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캐나다에도 역시 많은 기러기 엄마들의 사연이 있다.

 

아이들의 아빠들은 한국에서 열심히 일 해서 돈을 보내고 여기선 엄마가 아이들 돌보며 지내

고 있는데 가깝게 내 친정 동생만 해도 기러기 엄마로 아이들 학비 좀 아끼려고 본인이 공부

하고 있다.  엄마 본인이 공부하면 아이들 불어 학교는 무료로 교육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생 뿐만 아니라 이렇게 늦깍이 공부 하시는 분들이 몇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늘어나 더 이상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를 들어 본인이 공부하면 아이들이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아이들 유학을 시키게 되면 명수에 비례하여 수업료를 지불하기에 용기 있는(?) 일부 엄마들이 이 정책을 선호했는데 그게 넘 오버였나 보다. ㅎ
 
다 늦어 공부를 시작하려니 힘든 일이 많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그게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데 내 동생도 공부를 손 놓은 지 어느 덧 20년이 되어가니 아주 죽을 맛으로, 더군다나 어학 코스로 제대로 밟지 않고 완전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죽자살자 하며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일념으로 아직까진 꿋꿋이 공부하고 있다.

 

대신 영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일부 엄마들은 부담이 되더라도 아이들을 이곳 학교에 유학 시키고 본인은 따로 어학 공부를 하던지 아님 가사를 돌보던지 하고 있는데 이 얘기 시작하니 조금 불쾌했던 기억 하나가 떠 오른다.   이민 초기 우리 아이들 피아노 수업을 받기 위해 시내에 있는 학원을 갔을 때 알게된 엄마인데 친근하게 대하고 사교성이 좋아 나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도 자주 건네면서 어느 날은 아들아이 영어과외를 부탁했다.  그 엄마는 아이 둘을 영어 사립에 보내고 자기는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었고.

 

내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걸 어떻게 알게되어 자기는 비용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내게 부탁을 했는데 사실 나는 과외에 대해서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또 남편이 자기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없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첨에는 고사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청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아이를 맡기로 했던 거였다.  남편과의 일 때문에 한번 시간을 변경하게 되었고 시간을 다시 잡아 그 집(아파트였다)에 도착하였는데 바깥에서 벨을 눌러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나는 좀 황당스러웠다.

 

혹시 장을 보러 나갔나?  그래도 아이들이라도 있을텐데 했지만 그냥 가기가 뭐해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어언 30 분 넘게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뭔 연락이 있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연락이 안 와서 할 수 없이 내가 전화를 해 보았더니 떡허니 그녀가 전화를 받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 오셨었어요?  우리 애들 아빠가 와서 여행 다녀왔어요." 하는 거다.  나는 좀 많이 황당해서 "아니 그러면 전화라도 미리 좀 주시지 그랬어요?" 했더니 그녀의 말이 여행을 떠나다가 생각이 났는데 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아 연락을 못 했고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다녀오셔라도 연락을 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했더니 대뜸 "아니~ 지금 그래서 나한테 따지려고 전화 하신 거에요?" 란다.  그 말에 기가 딱 막히면서 더 이상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냥 한 마디 "죄송합니다." 하면 될 것을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경우가 없어도 너무 없는 듯 해서 워낙 불쾌한 얘기를 남과 나누길 좋아하지 않는 나도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사람이 경우가 없기로 그렇게 앞, 뒤 분간을 못하는 얘길 하는 게 아니지요." 하고 몇 마디 더 하다가 그래도 잘못 없다고 꿋꿋히 핏대를 세우는 그녀를 상대하기가 힘겨워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동생에게 이 말을 전해주었더니 흥분을 하면서 "글쎄... 내가 첨에 볼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설쳐대고 자기네 한달 생활비로 남편이 7, 8 백을 보내준다고 할 때부터....  경망스럽고 경박한 느낌이 그대로였구만~"한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첨에 자기네 생활비로 7, 8 백을 쓰고 있다고 했을 때 어리버리했던 나는 '어머 그걸로 생활이 될까?  아파트 렌트비가 얼만데?' 했던 기억이 떠 올랐고 내가 아파트 렌트비를 물어보자 눈치를 채린 그녀가 곧 이어 "어머!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아휴~  한국 돈으로 7, 8 백만원 말이에요." 말해 주었었다.

 

그 때 또 나는 속으로 '아니 그렇게나 많은 돈을 부치면 남편의 월급이 얼마란 소리지?  와우!~
정말 수입이 좋으시나보네?' 했던 일, 대덕단지에 연구원이라는 남편이 파출부를 두고 살림하고 있단 소리에 정말 연구원이란 직업도 연봉이 높나보구나~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녀도 이 곳에서 차를 구입해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듯 보였기에 우리 동생과 비교했을 때 차도

없이 짠순이처럼 절약하며 살고 있는 동생이 순간 조금은 안되어 보인 적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돈을 펑펑 쓰는 듯 보이게 사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 기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딱 잘라 이건 과소비이고, 이건 적정이고 라고 말할 순 없다.  나름대로 자기 살림규모에 맞게 생활을 한다면 단지 외국에 나와 산다는 이유 만으로 욕 먹을 일은 아니라고도 본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라기 보다는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언행을 하지 않거나 겸손의 미덕으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진다.

 

아무튼 그렇게 어이없었던 기러기 엄마와의 기억이 하나 있었고 그 밖에 주위에서 이민을 왔다가 아빠만 한국으로 다시 나가 거기서 직장생활을 하고 생활비를 부쳐 주는 경우, 워킹 비자를 받아 이 곳에 와서 가족들이 어느 정도 혜택을 다 누리면서 생활하고 학교 다니고 또 아빠도 자주 이 곳을 찾는 경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마음까지 멀어진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다정하게 하루에 꼭 한번씩 전화를 해 준다는 남편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물론 아이들을 아빠 없이 엄마 혼자 돌보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들도 생길 수 있고 또 아무리 아이들 교육을 위해 왔다고 하더라도 아는 사람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지에서 외로움과 막막함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탈해서 뭔 일 났다는 그런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내가 워낙 남의 얘기에 귀가 어두워서일 수도 있고 아님 내 주위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 동생을 비롯 대부분의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들 돌보는 것에만 신경을 듬뿍 쓰고 성실히 생활하고 있다.

 

어디가 뭐를 싸게 팔고, 어디는 더 싱싱하면서도 값이 좋고 하면서 웬만한 이 곳 사정에 다들 도통하고 있고 귀찮다고 살림을 등한시 하거나 아무렇게나 해 먹는 게 아니고 김치도 꼭꼭 다 담가 먹고 음식 솜씨들도 다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이 얘기는 굳이 기러기 엄마들 얘기가 아니고 이 곳에 정착하시고 계시는 우리의 교민 가정의 안주인들을 아울러 말함이다.

 

나로 말할 것 같아도 별 맛은 없어도 김치는 언제부터인가 꼭 담가 먹고(그런데 자꾸 하다보니 가족들이 맛이 좋아졌다고 용기를 주었다.ㅎ) 여기 저기서 줏어들은 정보나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위 분들과 교환하면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음식 솜씨나 살림 솜씨가 늘은 것 같은 느낌이있다.  물론 아직도 구석구석을 걸레질하고 꼼꼼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엔 소질이 많이 없고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서두 말이다.

 

주부의 일이라는 게 여기든 한국이든 하려고 들면 한도 없고 끝도 없겠지만 남편 없이 아이들과 단촐하게 생활하다보면 한국에서 보단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무료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마땅히 풀만한 해소법이 없다보면 "내가 이게 뭔가?  아이들 인생이 내 인생은 아닌데....  내 인생은 어디있지?" 하며 한탄어린 넋두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기러기 엄마든 남편이 곁에 있는 이곳 현지에 정착한 교민이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성이지 싶다.  결국 사람의 차이고 모든 주부들이 느낄만함직한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 여겨진다.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기러기 엄마들은 향수병에 걸리거나 아님 성격이 변하거나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보다는 한국에서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히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이 전까지 몰랐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생겨 좋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또 아는 어떤 분은 분명 적응을 잘 하신 분이었지만 어느날 '이건 아니다. 나하고 내 남편의 삶도 중요한데...' 하시며 결단을 내리시어 아이들만 두고 한국으로 들어가신 분도 있다.  물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기에 가능한 얘기였긴 했지만.  

 

어디에선가 보았는데 미국에서 낮에 골프 치시는 대부분이 기러기 엄마, 아빠 라고 하던데 내가 아직 골프장 근처엔 가 본 적이 없어서인진 몰라도 여기에선 골프장 스토리(?)를 들은 적이 아직 없고 또 운동으로 하는 골프 자체를 다 색안경 쓰고 보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요, 왜곡되고 괜한 질투심의 발로라고 오해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뭐든 하나의 획일적인 시선으로 만사를 보고 판단하는 그 자체가 바로 우리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고 말이다.  사람 살아가는데 얼마나 무궁무진한 사연과 예외와 담론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가를 기억한다면 함부로 남의 이야기라고 해서 싸잡아 몰아치는 식의 '썰'을 자제할 수 있을 듯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까지 나와 아이들 교육을 시키는 게 과연 바람직하고 그만한 성과가 있는 일일까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다만 기러기 엄마나 기러기 아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몇 몇의 부분적인 얘기들을 가지고 전체를 폄하하고 속단하는 우려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전엔 그저 남의 얘기였지만 동생이 그런 입장에 있다 보니 이젠 나도 그런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심적으로나마  도움을 주고 알고 있는 정보나 여러가지 유용한 상식들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 함께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외로움, 힘든 현실에서 꿋꿋함을 견지해 나가는 많은 기러기 엄마, 아빠께 다시한번 건투를 빈다는 말을 남기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출처:다음 세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