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여행 (부산편)

이희성200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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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심란한 마음을 다독거리고 있을 즈음 마침 핸드폰이 징징댔다.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은건 그로부터 한시간 후였으며 차창밖으로는 달콤한 밤하늘에 한해의 끝자락이 나폴거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자유스러워 진 걸까. 언제부터인가 변하는것에 대한 막막함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는 따위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낯선것에 대한 향수에 나는 쉬이 손을 내밀고 있었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었고 마침내 타협점을 터뜨렸다.

 

짠내나는 바닷바람이 코를 간질인다. 어느샌가 저 먼 수평선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불덩어리는 식어가는 나를 다시 한번 달구었고 발밑에서는 푸르러진 파도가 바위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신선하게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움직임에 감상을 적시고 있던 중에 안타까운 소식이 둔탁한 소리를 울리며 양 귀를 메아리친다. 오랜만에 대한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5미터 아래로 추락사 해버린 카메라가 나를 쓸쓸이 올려다보고 있었고 더이상은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마치 시뻘건 초장과 함께 뱃속으로 꾸역꾸역 쑤셔넣은 광어가 그물 안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것과 비슷하였다.(바라 봤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후에는 해운대에서 기본료면 간다는 벡스코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가는데 다리가 통증을 호소한다, 기본료 거리라며 거창하게 쫑알대던 부산 사투리의 택시 기사가 생각났고, 넌 욕먹어도 되 씨발 이라며 중얼 거렸다. 아무 행사가 없던 그곳에 도착 해서는 이런게 세세한 계획없는 급여행의 한계지 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벤치 위에서 낮잠을 청했다.

하늘은 먹물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나는 찡찡거리는 다리를 끌고 은행동삘 나는 서면과 남포동의 북적대던 거리를 방황했다. 

 

딱히 다른 건 느낄 수 없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해안가의 커다란 빌딩들이라던지, 갈매기 대신 돼둘기들이 잠식해 버린 해안가 라던지, 하늘이 거뭇거뭇해질 즈음에야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광안대교의 야경이라던지, 상대적으로 외제차가 많다던지, 쉴새없이 다니는 그 많은 양의 버스 라던지. 혹은 화장이 어설픈 여꼬마들과 통넓은 교복바지를 입는 남학생들 이라던지.

이리 잡다하게 늘어놓고도 별다른게 없다니. 익숙치 않은 타지의 어색한 냄새를 어거지로 부정하는 것이 아예 내가 걸어다니던 그곳의 기억을 밀어내려 하는것 같아 피식 하고 입꼬리를 올려본다.

 

오래동안 익숙한 이곳 공기를 깊게 들이 쉬며 시계를 바라본다.

24시간 만의 짧고도 길었던 급'부산 여행,

모든 것들을 경험의 저쪽 모퉁이에 차곡차곡 쌓으며

나는,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뜨거운 욕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