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중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아니, 그녀가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이 중학교 시절이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거의 몰랐고,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먼저 졸업해버렸다. 졸업식 전날, 그녀를 비롯한 2학년들은 운동장에 의자를 정렬하는 일을 맡았고, 그녀는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 그가 앉을 자리로 가서 10분쯤, 그 위에 손을 얹고있었다. 10년 전의 2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추웠다. 그리고 10년 뒤, 그들은 다시 만났다. 동창이라는 이유로 금세 가까워졌지만, 10년 전의 짝사랑이 어쩐지 부끄러웠던 그녀는 사춘기시절 그녀를 괴롭혔던 여드름의 흔적을 옅은 화장으로 은폐했듯이 그녀의 짝사랑도 그렇게 은폐하기로 했다. 그렇게 과거를 숨긴 이 활달한 처녀는 스스럼없이 그 남자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놀릴 수 있을 만큼 담대하게 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속엔, 오래 전에 깨끗이 치워버리지 못한 감정의 마른 씨앗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곧 싹을 틔워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는,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어쩌면, 그냥 모른 척 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녀가 취한 척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을 때, 그도 그녀처럼 취한 척 하며 모른 척 했을 뿐이다. 그녀는, 그것이 가장 예의바른 거절인 줄도 모르고, 마음을 잡지 못했다. 세월은 10년 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고, 그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녀는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었다. 축의금을 낸 뒤, 그가 곧 서게 될 예단을 10분 정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식장을 빠져나왔을 뿐이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 결혼식장에서 눈물을 흘릴 권리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별이라는 것은, 그 이유나 과정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이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이별이라면, 그래도 그건 견뎌볼 만한 고통인 지도 모른다. 1
〃사랑은...〃이별이라는 것은...
그들은 중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아니,
그녀가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이 중학교 시절이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거의 몰랐고,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먼저 졸업해버렸다.
졸업식 전날,
그녀를 비롯한 2학년들은 운동장에 의자를 정렬하는 일을 맡았고,
그녀는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 그가 앉을 자리로 가서
10분쯤, 그 위에 손을 얹고있었다.
10년 전의 2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추웠다.
그리고 10년 뒤, 그들은 다시 만났다.
동창이라는 이유로 금세 가까워졌지만,
10년 전의 짝사랑이 어쩐지 부끄러웠던 그녀는
사춘기시절 그녀를 괴롭혔던 여드름의 흔적을 옅은 화장으로 은폐했듯이
그녀의 짝사랑도 그렇게 은폐하기로 했다.
그렇게 과거를 숨긴 이 활달한 처녀는
스스럼없이 그 남자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놀릴 수 있을 만큼 담대하게 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속엔, 오래 전에 깨끗이 치워버리지 못한
감정의 마른 씨앗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곧 싹을 틔워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는,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어쩌면, 그냥 모른 척 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녀가 취한 척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을 때,
그도 그녀처럼 취한 척 하며 모른 척 했을 뿐이다.
그녀는, 그것이 가장 예의바른 거절인 줄도 모르고, 마음을 잡지 못했다.
세월은 10년 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고,
그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녀는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었다.
축의금을 낸 뒤,
그가 곧 서게 될 예단을 10분 정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식장을 빠져나왔을 뿐이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 결혼식장에서 눈물을 흘릴 권리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별이라는 것은, 그 이유나 과정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이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이별이라면,
그래도 그건 견뎌볼 만한 고통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