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cars..

강동근200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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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것 없이 사흘 동안 비 내렸다 

 

빗길 그 사이에 점자처럼 도드라져 있는 파릇한 상처를 밀어 올리며  

 

당신 꽃피었다 

 

숲과 나무가 천천히 스미듯 땅과 비가 천천히 스미듯 

 

젖는 일이란 제 속의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었다 

 

제 속으로 새 마디를 하나 새겨 넣는 일이었다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신경숙 

 

 

 

당신이 내게 소리 없이 스미어왔던 것처럼 

 

내게 스미어 내가 모르게 된 것처럼 

 

천천히 스미기 직전의  

 

수만 떨림의 촉수를 뻗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도 있었음을 알겠다 

 

가슴 속 상처가 스민 그 자리에서 길을 더디게 걷는 일처럼 

 

소리도 없이 서로 스미려고 

 

그 얼마나 많은 비 내리고 바람 불었는지 

 

몇 날 비에 젖고 있는 창 밖의 풍경처럼 

 

적조하고 단조로운 음절도 때론 사무친다는 것 

 

어느 사랑이 비의 경전에 귀기울이며 젖는 일에  

 

저토록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 

 

창 밖의 풍경은 또 훌쩍 키가 자라고 

 

마디진 길을 배회하던 기다림은 더 푸르러지려니 

 

당신을 새겨 넣은 내 푸른 상처는  

 

또 얼마나 오래도록 파닥이며 반짝이겠는가, 

 

빗물 다 스민 자리에서 나무는 또 

 

푸른 물기 스민 잎을 햇빛 속에 가득 새겨 놓는다 

 

 

강미정 - 상처가 스민다는 것 

 

 



about scars.. ♬ Y - 코요테


첫 번째 글은 아라베스크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