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별점

최임순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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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아메리카의 마야 사회에는 공식적이고 의무적인 점성술이 있었다.

마야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출생일에 따라서 장차 그 아이가 겪게 될 일을 예측해서 적은 작은 책력을 아이에게 주었다. 그 책력에는 언제 일거리를 찾게되고 결혼은 언제 하며 언제 무슨 사고를 당할 것이고 죽는 날은 언제라는 식으로 아이의 미래가 다 나와 있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들이 그것을 되풀이해서 읊어 주기 때문에, 아이도 그 내용을 외워 노래처럼 읊조리면서 자기 삶이 어떻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제도는 별문제 없이 원만하게 운용되었다. 마야의 점성술사들이 자기들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젊은이의 책력에 적힌 가사 중에 모년 모월 모일에 이러이러한 처녀를 만나게 되리라는 말이 있으면, 그 만남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 처녀의 별점 노래에도 그와 똑같은 구절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의 일치는 사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졌다. 예컨대, 어떤 사람의 노랫말에 언제 집을 사게 되리라는 구절이 있으면, 그 집을 팔 사람의 노래에는 그날 집을 꼭 팔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또 어느 날짜에 싸움이 벌어지리라는 예언이 있으면, 그 싸움에 가담할 사람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날짜를 알고 있는 터라 실제로 싸움이 벌어졌다.

그런 식으로 모든 게 아주 잘 돌아갔고, 그 제도는 저절로 공고해졌다.

전쟁조차 날짜가 예고되고 전투의 내역이 미리 숙지되었다. 사람들은 승리자가 누구라는 것도 싸움터에 부상자 몇 명 사망자 몇 명이 쓰러져 있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일 사망자 수가 예견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포로들을 희생시켜서라도 그 수를 맞추었다.

물론 그 별점 노래가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면도 있었다. 삶에 우연적인 요소가 개입될 요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점성술사들이 각각의 인생 경로를 분명히 제시해 놓았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삶뿐만 아니라 남들의 삶까지도 어디로 나아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야 인들의 별점은 세계의 종말이 오는 순간을 예언하는 데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세계의 종말은, 세계의 다른 한쪽에서 그리스도 기원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서력 기원의 열 번째 세기에 오기로 되어있었다. 마야의 점성술사들이 모두 똑같은 시간을 세계 종말의 정확한 시간으로 예언했다. 그 전날이 되자, 사람들은 그 재앙을 감수하기보다는 도시에 불을 지르고 가족을 제 손으로 죽인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 안 되는 생존자들만이 불길에 싸인 도시를 떠나 평원의 떠돌이가 되었다.

그 점을 들어 마야 문명을 고지식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마야 인들은 0 이라는 수와 바퀴를 알고 있었고 - 비록 그런 발견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는 못했다 해도 - , 도로를 건설하기도 했다. 18개월 체계로 이루어진 그들의 태양력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했다.

16세기에 스페인 인들이 유카탄 반도에 침입하였을 때, 그 들은 마야 문명을 멸망시키려고 그다지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그 문명이 스스로 파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스스로를 마야의 먼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인디오들이 남아있다. <라칸돈>이 바로 그들이다. 이상하게도 그 라칸돈의 아이들은 인생의 모든 사건들을 나열하는 옛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노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