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박태선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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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패션에 대해서 젬병인 글쓴이는 어느 날 희안한 제목의 영화를 

 

접하게 된다. 명품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거부감을 표시하던 글쓴이는

 

제목에서부터 온 몸에 욕창이 돋아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네?

 

 거기서 그녀는 백발에다가 아주 스따일리쉬하고 매우 깐깐하며

 

성격 더러운 여자처럼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글쓴이의 신경질적인

 

손가락이 리모컨 건반 누르기를 멈추었다. 영화&비디오 소개 프로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글쓴이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왜 있지 않은가,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그들만의 기술~

 

다 보여줄 것처럼, 다 보여줄 듯, 다 보여주지 않는 그거....

 

맛보기로 입맛만 쩝쩝 다실 수 있게 사람 애간장 다 녹이는

 

"극장가서 봐라 필살기" 말이다... -_-;;;; 

 

어찌됐든 그 필살기는 끊임없는 욕망의 소유자인 글쓴이의 옆구리를 하도

 

찔러 골반이 돌아가게 했고 결국 빼딱한 걸음걸이로 똥고 발랄하게

 

극장까지 입성하는데 성공한다.

 

고백컨데, 예고편만으로 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뒤 끝 -

 

 그냥 "보고 싶다"로 그칠 것인지 한 단계 더 나아가 귀찮은 몸뚱이를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 것인지가 관건!! 물론 이 영화는 후자 쪽에

 

속한다. 영화 속 에피소드에도 흥미를 느꼈지만 무엇보다도 치열한

 

프로정신이 내 안의 뜨거운 무언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프리슬리"라는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

 

난 주인공 "앤디"보다 "미란다"에게 더 끌렸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앤디가 일취월장 발전해가는 패션 초짜라면

 

미란다는 벌써 그 정점에서 세계를 아우르고 다음 시즌의 유행을 선도해

 

나갈 만큼 패션계의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성격이 괴팍

 

하고, 얼음의 여왕이며, 일 중독자라고 해도 이해가 된다. 아니,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비록 인격면에선 그리 훌륭하지 못해도

 

미란다에게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누구보다도 강한

 

프로 의식, 장인정신, 완벽주의자적 기질이 숨어있다. 런웨이가 셰계

 

최고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는 그런 그녀가 부럽고, 존경스럽다.

 

무엇보다 미란다는 목표와 일에 대한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그녀는 얼마만큼의 희생을 치뤄야 했을까?

 

겉모습으로만 본다면야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겉모습일 뿐이다. 강하고 못된 사람일수록 되려 속이 더

 

여린 법- 미란다의 말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한 가지를 선택하는 대가로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하거나 멀어지게

 

된다는 원리를 자신의 경험으로써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쌍둥이 딸들을 목숨처럼 사랑하지만 일도 사랑하기 때문에

 

딸들에게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고, 가정을 지키고 싶지만 일 때문에

 

번번이 이혼의 고배를 들이켜야 했던 미란다의 삶은 화려함 뒤에

 

가려진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파리 패션쇼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미란다를 기다리는건 남편의 이혼통보...

 

색색의 아이쉐도우와 립스틱을 지운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초췌해보였다

 

(화장발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 때 잠깐 비치는 그녀의 눈물은

 

자기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서러움이 혼합된 복합체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녀의 눈물은 피 이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은

 

그녀를 냉혈안 취급을 할지 몰라도 나만은 그녀의 편이다. 그녀만큼 삶에

 

충실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매 순간 자기 발전에 매진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적어도 그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 때문에

 

가정엔 허술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예 놓아버리진 않았다.

 

비서에게 아이들을 위한 서핑보드나 다음 시즌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해줄

 

만큼 그녀는 자상한 엄마이다. 이혼이라는 시련 앞에 자기 자신보다는

 

딸들의 상처를 더 염려했던 미란다는 사랑해서 결혼했다기 보다

 

아이들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결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이 아빠를 잃은 실망감을 더 걱정했었음)

 

그러므로 미란다와 앤디를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로 선&악으로 구분짓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일러두고 싶다.

 

 

66사이즈에 할머니 걸 물려받은 듯한 목 늘어진 니트, 체크 무늬 치마,

 

검정 스타킹에 굽 있는 단화 스타일을 고수하던 앤디가 이무기에서 용이

 

되어가듯 나날이 멋쟁이로 변신하는 과정은 분명 눈길이 가는 장면이었

 

다. 촌스런 여자 주인공이 세계적인 패션잡지 "런웨이"에 입사하면

 

서부터 그것은 정해진 수순이기도 했지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명품들로

 

치장한 그녀의 모습은 "간지난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그 동안 명품 중독의 여대생이나 직장 여성들을 보면서 골빈 년들이라고

 

욕하고, 그것마저도 없으면 짝퉁이라도 메고 다니는 여자들을 한심하다고

 

조롱했지만 이걸 보면서 왜 다들 명품명품~ 노래를 부르는지 알 것도

 

같았다. 혹시 명품 구매를 권장하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의심했을 정도니까. 어쨌든 이 영화가 세계 최고의 패션 잡지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패션과는 전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음모론은 오바라고 치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패션을 실용성만으로 따져선 안 된다. 실용성을 넘어선 예술이다"

 

악마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였다.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던 나....

 

촌스러운 앤디는 또다른 나와 다름없었다.

 

옷의 선택 기준을 신체의 보호라는 의복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다보니

 

멋이나 표현에 있어서 많이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그런 면으로도 눈을 돌려 "나도 이제 나이에 맞게 세련되고

 

예뻐지자고 노력하고 있는 찰나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인지도

 

모른다. 패션이 진화할수록 앤디의 자신감도 넘쳐났듯이 나도 그런

 

앤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옷을 잘 입는다고 해서 내면까지

 

커버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호감의 센스는 내면까지도 가려버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했다.

 

처음 앤디의 옷차림은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인상을 받는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뭔가 답답해보이고 꽉 막힌 성격일 것 같은 판단이 서게

 

하는 차림새였다. 머리는 치렁치렁한 미역줄기 같았고, 잘 정돈되지

 

않아서 당장이라도 빗질을 해주고 싶었다. 런웨이 잡지사를 설렁설렁

 

하게 보고 있었던 앤디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과 같다. 아무리

 

사회 초년생이라서 아직 촌티를 벗지 못했다고 해도 앤디는 자신의

 

외모를 변화시킬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런웨이에

 

취직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미란다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영원히

 

구제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여성들이 치장을 하는 것에 대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치부하면서 외모 가꾸기에 투자하는 것을 비능률적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미란다에게 앤디의 절친한

 

동료인 "나이젤"의 충고는 정신을 번쩍 들게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미란다의 얼토당토 않은 지시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는

 

앤디에게

 

- 너는 항상 어린애처럼 징징대기만 한다,

니가 미란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한 일이 대체 무엇이냐,

자신의 잘못은 뒤로한 채 남의 탓만 하고 있는게 지금의 네 모습이다,

그럴거라면 차라리 그만둬라,

비서 자리는 5분 안에 또 구할 수 있다 -고 모질게 말한다.

 

위로를 바라는 앤디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날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놀랍고, 반성도 되는 일침이었다. 언뜻 보면 나이젤이 독설을

 

퍼부운 것 같지만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앤디는 작게는 런웨이를,

 

크게는 사회를 우습고 만만하게 봤었고 나이젤은 그것을 정확히

 

짚어냈다. 비록 학교 다닐 때 우수한 성적과 이력을 가지고 있는

 

앤디였지만 그것이 사회에서도 통용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만이었던 것. 물론 그것들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만큼의 비율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이 착각이었다. 그런 그녀가 런웨이에 다니면서 예전의 오만함을

 

버리고 하나씩 깨우쳐나가는 모습은 점점 세련되어지는 그녀의 코디와

 

자기 관리를 통해서 보여진다.

 

 

미란다는 머리 전체가 백발이다. 그런데 그것이 나이 들어보이기는

 

커녕 굉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녀의 냉철함과 노련미를 잘

 

보여주는 일종의 이미지 아이템이다.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그녀만의 화법도 매치가 잘 되었는데 우아한 목소리로 사람 미치게

 

만드는 온갖 지시를 숨도 안 쉬고 내뱉을 때는 미워도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영화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며 미란다의 싸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That's all"이라는 대사는 상대방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조차 무너뜨린다. 그런 미란다 밑에서 일하기란 고될 수 밖에

 

없다. 차가운 그녀의 성격은 적자생존을 얘기할 때 배(倍)가 된다.

 

패션계라는 곳이 겉보기완 달리 치열한 바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미란다의 경우엔 훤씬 더 단호하다.

 

 이를 두고 혹자는 미란다를 무서운 여자라고 매도하겠지만 나의 생각은

 

정반대다. 남을 밟지 않으면 자기가 밟히게 된다는 것은 현실을 사실

 

대로 말한 것이지 절대로 권모술수에 능한 야심가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앤디는 미란다의 이러한 생각들에 반기를 들며

 

미련없이 그녀를 떠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착한여자 컴플렉스"에

 

지나지 않는다. 정의 수호를 위해 태어난 용사가 아닐 바에야 그 속에

 

담긴 진의(眞意)를 파악할 줄도 알아야 한다. 뒤쳐지기 싫으면

 

분발해야 하는 세태가 마음 여린 이들에게는 나쁜 마녀같은 인상을

 

남겼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은 너무

 

식상한 결말인 것 같다. 영화 시작 부분에 기자가 꿈이라는 앤디의

 

꿋꿋한 자기 소개로 봤을 때 미란다와는 인연이 없겠거니 짐작은

 

했었지만 너무 뻔한 거 아닌가... ㅡㅡ;;;;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진로를 바꿨다거나, 전공을 살려 다른 부서

 

쪽 일을 맡아도 좋았을텐데.... 단단히 삐친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그렇다.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서운하기도 하고 예전과

 

다르게 변해가는 그녀가 못마땅해도 꼭 헤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해줄 수도 있고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었으며, 앤디 역시 무조건 미란다에게 얽매이기보다는

 

근무 시간에 대해 협의를 하거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면 어땠을까?

 

타협이 끝까지 성사되지 않아서 그만두더라도 말이다.

 

미란다의 신뢰와 앤디에게 느끼던 우정으로 봤을 때 앤디의 조건을

 

충분히 수용했을 거라고 보는데 너무 단순한 결말을 낸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해피 엔딩 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결말을 맺었다면 확실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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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이만 That's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