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따라잡기](4)야외의 빛

권혁철200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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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라.”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말이다.
[디카따라잡기](4)야외의 빛 전남 무안의 백련지에서 찍은사진입니다.그때 가져갔던 장비들은 LINHOF TECHNORAMA 612,MAMIYA 7,모두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비싼카메라입니다.뛰어난 화질을 보여주지만 기동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죠.바로 이때 빛을 발한게 서브로 들고다니던 디카.동틀무렵의 멋진구름이 유지되고있는시간 불과 2-3분,하늘과 연꽃의 과도한 노출차이,디카에 붙어있는 플래시를 사용하여 연꽃에 노출을 준후 하늘은 짧은 셔터스피드로 끊어 어둡게 처리했습니다. 필름넣고,삼각대 펴고,노출재고, 아무튼 비싼 카메라로는 놓쳤을 상황을 디카로 잡았습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셨듯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지난번에 언급한 실내의 빛 말고도 많은 빛이 있다. 정오의 내리쬐는 땡볕, 흐린 날의 우중충한 빛, 해질녘의 어슴푸레한 빛, 깊은 숲속의 나무 사이로 부서지듯 쏟아지는 빛 등.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빛은 동틀 무렵과 해질녘이다. 낮은 해의 위치로 길게 뻗은 그림자가 피사체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며 색온도가 낮아 사진을 따뜻한 톤으로 만들어준다. 실제로 일전에 워크숍 관계로 만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들은 한낮엔 사진을 안 찍고 장소 헌팅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패션사진을 찍다보니 새벽이나 저녁 무렵보다 구름 낀 흐린 날을 선호하게 되었다. 너무 드라마틱한 광선이 작품의 디테일을 앗아가버리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일반적인 아마추어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시간대인 정오의 내리쬐는 빛을 피한다. 이유가 뭘까? 인물사진일 경우 강한 햇빛으로 인상을 쓰기 십상이고 풍경사진일 경우 전체적으로 고른 햇빛으로 사진이 평평해진다.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을 이용해서 멋진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해를 정면으로 보고 피사체를 등지게 하면 피사체의 주변에 하얀 하이라이트선이 생기게 된다. 인물사진에 많이 쓰이는 역광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햇빛이 렌즈에 맺히지 않게 하는 후드와 그림자 속의 인물을 밝혀줄 반사판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똑딱이 디카들은 후드를 장착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할 시점, 지름신이 왕림하기 전에 똑딱이로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을 더 연구하자. 비나 눈이 오는 날도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빗방울이 맺힌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맑은 날의 그것보다 더 서정적이고 눈발 날리는 거리의 아이들은 눈이 그친 후의 아이들보다 더 신이나 보일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위에 언급한 것 모두 보급형 디카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사진들이다.

우스갯소리 하나, 나사(NASA)가 인간을 달에 보낼 때 쓰던 컴퓨터의 처리속도가 1초당 3백만개 정도의 명령어를 처리하는 슈퍼컴퓨터였답니다. 그럼 지금 우리들 집집마다 있는 컴퓨터의 속도는? 그 당시 나사의 슈퍼컴퓨터보다 대략 1,000배 정도 빠른 것이라더군요. 결국 기계는 기계일 뿐 사진은 사람이 찍는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