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

임종윤2006.11.15
조회42

나는 술주정이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술취한 아버지는 무서웠고.

더 무서운건 술취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운다는것이 내 어릴적

기억속을 뒤져보면 제일 무서운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술취한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

친한 친구가 됐든 그 누가됐든..

술취한 인간하곤 상종도 하기 싫다.

 

고등학생이었던 어느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든 밭일을 혼자 하고 돌아온 어머니가

힘겨움과 외로움에 눈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날이었다.

 

안그래도 힘든 밭일을

아버지 없이 혼자 하는 설움

아버지가 아프셔서 혼자 일하실때야..

집에 가면 아픈 몸이라도 아버지가

반겨 주었지만..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오니

덩그란히 텅빈 방안을 차지 해야

했던 엄마는 매일 매일을 울고

울고 울고 또 울고 또 울고 또 울고 또 울고....

또 울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누군가가 여자가 울면

가슴이 미어져 온다 전혀 상관도 없고 아는 여자도

아니라도 일단 여자가 울면 가슴 아파온다. 그래서

여자가 우는건 못들어준다.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잔득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다. 나는 덜컹 겁이 났다...

 

그 후로도 이따 금씩 술에 취한 엄마를

보면 술 좀 마시지 말라고 다그치곤 했다.

 

유일한 안식처인 엄마가 술에 취하면

나는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그 후로 술이라면

정말 이가 갈리고 술 냄세 풍기며

술 취한 인간은 길바닥에 내팽겨 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내 열일곱살

초여름에 아직 철이 덜든 나는

한달 후 친구들과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장난으로 마신 소주가 그만 취하게 마셔버렸는데..

어느 순간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그래서 완전하게 필름이 끊어질때까지 마셔버렸다.

 

술마실땐 한 낮이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자

밤이었다. 그 중간에 있었던 일이 까마득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최초이며 마지막으로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마신 술이었다.

 

그 후로..

단언컨데 단 한번도 취하도록 술마셔본적이없다.

취하고 싶었던 때는 많았다.

그래서 취한척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취하기 싫었다.

그래서 열일곱살 한여름에 마신 그 술 이후로는

한번도 취한적이 없었다.

 

서른이 코앞인 바로 지금까지도..

 

취하는 것도 싫고

취한 인간도 더더욱 싫다.

 

빌어먹을 놈의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