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과..

다임클럽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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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못 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굳이 그 남자가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주었다.

저렇게 고집스러운 취향을 가진 남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여자를 찾으려면

전 세계를 일주하며 꼼꼼하게 뒤져보아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그에겐,  그만한 여유도, 시간도 없다. 

 

 

그에게 애인이 없는 것은,  그와 취미가 맞는 여자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들이 그의 까다로운 취향에 질색했기 때문일까?

엄밀히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취향이 유별났던 건 틀림없다.

그는 남들 다 하는 연애를 하는 대신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겼는데, 

그런 싱글생활이 길었던 탓에, 어느 분야에서든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러니 일단 그와 대화가 통하려면, 

고전문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했고,

클래식 음악은 레코드별로 그 차이를 음미할 줄 알아야 했다.

그는 마치 별자리를 믿듯, 

자기와 비슷한 문학적, 음악적 취향을 가진 여자가

자기의 짝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 여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18세기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아는 여자는 남자만큼이나 흔치 않았고, 

그는 방에 틀어박혀 더 많은 책과 더 많은 레코드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그렇게 내동댕이치고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어느 날 기적적으로, 문학과 음악에 조예가 깊은, 

더구나 그 취향마저 비슷한 여자가 나타났고,

그들은 몇 번 데이트를 하다가 금세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데이트에 대해서 이런 상상을 했다. 

이 심각한 두 연인은 지금쯤

아블레시모프의 희곡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하루 종일 쇤베르크의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앉아있겠지, 하는 식으로.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그런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그 남자는 최신 유행가를 듣기 시작했고,

그 통속적인 가사를 연인과 함께 음미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오랜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과..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소망은 

덧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사랑은 우리의 취향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