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품 안에서 형질변경되는 폭력의 에너지... <열혈남아>

백혁현200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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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 안에서 형질변경되는 폭력의 에너지... <열혈남아>

 

  부모를 살해하는 후레자식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현대 사회, 그러나 대명천지 된지 오래인 현대 사회에서도 그늘지고 후미진 곳에서 거의 봉건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건달, 그렇게 건달이라는 레떼르만으로도 후레자식으로서의 여건을 충분히 갖춘 그들, 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조폭 영화에서 보여지던 조폭들간의 수평적이고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를 약화시킨 자리에 조폭의 세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하기야 얼마전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에서도 그처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폭의 부모가 무참히 살해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매우 이질적인 존재인 어머니가 위치하게 됨으로써 영화는 나름의 변이를 거친다.

 

  그러니까, 건달에게도 엄마가 있었다. 점심이라는 이름으로 나문희가 열연한 조폭 대식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둔, 전남 벌교의 허름한 길가에서 국박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이다. (그러고보니 배우 나문희는 늙어버린 나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다.) 원양어선을 타고 먼 바다에 나갔다 실종자가 된 작은 아들을 위해 (반성될 수밖에 없는) 선물 꾸러미를 보내며 마음의 위안을 받고, 조폭 생활을 하는 아들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재문(설경구 분)에게 필연적인 애정을 품게 되는 어머니가 그 자리에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엄마는 건달인 아들을 두기도 한다. 독고다이로 움직이며 청부살해를 하던 재문과 민재는 어느 날 의뢰받은 일을 처리하다 실수를 하게 되고, (점심의 아들 대식은 결국) 민재를 살해함으로써 복수를 한다. 그리고 이제 재문은 이제 막 건달 세계에 입문한 치국과 함께 대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대식의 고향인 벌교에 잠입하여 그의 주변에 거미줄을 치고 그를 기다린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그렇게 자신의 아들에게 닥친 위협을 알아채는 어머니는 아들을 살해하려는 재문에게, 아들을 대신하여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다. 하지만 철없는 자식은 언제나처럼 부모를 거역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조그마한 해피 엔딩이라도 기대하였지만, 이런 기대는 악과 깡으로도 쇠락함을 감추기 힘든 건달의 마지막 칼침 앞에서 무력할 따름이다.

 

  사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조금 실망스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거 헸던가, 사람 냄새나는 조폭 영화 운운하지만 탕아와 같은 자식과 눈이 짓무른 엄마가 나오는데 사람 냄새야 당연히 따라오는 패키지 같은 것 아니겠는가. 설경구와 나문희의 연기가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언제고 허물어질 수도 있었을 부실한 영화라고나 할까... 어떤 영화에서든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캐릭터가 무엇이든 자신만의 에너지를 120% 부여해버리는) 설경구의 오묘한 연기, 달큰한 어머니의 품과도 같고 심장이 얼얼하도록 아픈 어머니의 눈물과도 같은 나문희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더 큰 낭패를 보았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가슴 묵직한 눈물이 하염없을 것이라는 엄포에도 불구하고 (물론 영화 관람내내 뒷좌석의 한 여인의 오버는 무시무시했다. 잠잠한 객석에서 아무도 웃지 않을 때 키득거리를 쉬지 않고, 사람들이 조용히 웃을 때 포복절도를 하고, 사람들이 울지 않을 때 느린 경운기처럼 쿨쩍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영화의 연출은 (배우들의 열연에도) 관객의 몰입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날 가장 슬프게 했던 것은 나문희가 자신의 실종된 아들에게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여 그 사실이 드러나지만) 소포를 붙이고 돌아오며 심수봉의 를 흥얼거리는 순간...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애달픈 엄마의 감정선은 심수봉의 노릇노릇한 트롯 선율과 절묘하게 겹치면서 보는 나의 감정선까지 덩달아 애닯게 만들었다. 연출자에 대한 실망감은 그렇게 영화를 보는 동안 조금씩만 상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