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통일부 장관, 과연 누구를 탓할 것인가!

최용일200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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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청문회에 나선 이재정 후보자를 보면서 이런 자가 바로 말로만 듣던 빨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빨갱이, 빨갱이 말들은 많이 하지만 무엇이 빨갱이 인지 몰라 서로 빨갱이라면서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빨갱이 전범을 보여준 것이며, 왜 노무현 정권이 좌파정권인지를 말해주는 쾌거(?)였다.


그동안 햇볕정책이 어떠니 포용정책이 어떠니 하면서 386 빨갱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빨갱이를 찾아낼 기준은 사실상 없었다. 운동권은 다 빨갱이고, 386세대는 운동권이니 빨갱이라는 삼단논법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에도 4.19세대니, 6.3세대니 하는 식으로 어떤 시대를 넘어서는 변혁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 시대를 산 세대를 상징적으로 부른 단어였지만 그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운동을 주도한 일부였다. 그런 면에서 386세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전국민이 참여하다시피한 6.29를 기점으로 60년대 출생한 30대 연령층에 80년대 학번을 통칭하는 용어가 된 것이 4.19세대니 6.3세대니 하는 말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은 다 운동권이 아니다. 그럼에도 쉽게 386세대 간첩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몰아치는 삼단논법은 누구를 때리는 것인가? 그렇게 다 386세대가 빨갱이라면 자기 맘에 안들면 다 빨갱이인 것이다. 전후좌우에 다 빨갱이요, 너도 빨갱이고 나도 빨갱이가 되면 빨갱이 아닌 게 더 이상하잖은가?


그건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빨갱이를 정의한 기준이 없어 생긴 코미디였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은 어떤가? 6.25는 남침이라는 역사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는 주장,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는 다른 잣대를 대는 행위,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공공연히 말할 수 있는 소신, 그리고 북한 핵이 민족의 핵우산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미몽... 이 중에 하나만 적용할 수 있다면 빨갱이 아닌가? 이 중 한 가지만 적용할 때는 ‘이오십보백보’라며 빠져나가려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좌파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이 모든 기준에 다 걸린 인간을 빨갱이라 한다 해서 누구를 수구꼴통이라 할 것인가?

 

빨갱이 통일부 장관, 과연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 기준에 아주 딱인 인간이 통일부 장관이 되려고 한다. 남한의 군사정권을 통일의 장애물이라 비판했는데 북한 군사정권은 비판하지 않느냐고 하니 북한은 통일을 함께 할 상대라느니 내부 체제를 비판하는 것과 북한을 비판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간첩단 사건, 불법달러 위조, 마약거래 등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북한의 고문, 공개처형, 여성인권 침해, 외국인 납치에 대해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고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화된 나라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라고도 했다. 역사학자의 일반적인 견해라면 북한의 역사학자를 말하는 것이겠지? “6.25를 남침이라고 규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마지못해 “남침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2002년 대선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식이었고 부시는 북한 체제붕괴 정책을 포기해야 된다고 한 자신의 민주평통 강연 내용은 진의가 잘못됐다고 피해갈 줄 안다.


지금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지 북한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발언들이다. 북한의 체제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태세를 묻자 국방부나 다른 부처가 할 일이지 통일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도 했다. 남북핫라인을 추진하고 쌀비료의 지원을 국회에 요구했고, 금강산관광재개는 민간사업이므로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장이 되겠다는 속내는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북한의 직파간첩이 아닐 것이다. 자생적으로 탄생한 것이라는데, 현대사의 질곡 중 하나인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민주투사의 이름을 쓰고 나타난 자율적 세작이라는데 우리의 아픔이 있다. 자생간첩이 된 것은 어쨌든 소신이라고 치더라도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인간성은 또 어쩐단 말인가? 장관이나 부총리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책임의식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또한 특징이다. 게다가 종교인, 그것도 그냥 신자가 아니라 성공회 신부라는 성직자다. 공산주의와 종교는 양립할 수 없다고 배운 내 지식이 잘못된 것인지 몰라도 북한에도 장로교가 있고 천주교가 교회를 짓고 하는 것을 보니 하느님의 역사가 이뤄진다고 한다. 성직자로서의 기본이 없어 보인다.


아무한테나 빨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그것은 진짜 빨갱이를 찾아낼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빨갱이를 찾아낼 수 있는 엄격한 지침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우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4.19세대를, 6.3세대를, 386세대를 빨갱이라 하는 것이 위험한 3단논법이듯 꼴통, 개혁, 노동운동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여 수구로 몰아붙이거나 심지어는 좌파라고 하다가는 자신이 수구로 몰릴 것이다. 개 풀뜯어 먹는 소리라고 해도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파 지도자의 자격요건으로 한겨레 신문을 보지 않고 FTA를 반대하지 않으며 이라크 파병에 찬성해야 되고 박정희를 알아야 한다고 해서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것이다. 이미 그런 용어 몇 개, 자의적인 기준 몇 개로 수구를 말하거나 좌우를 구분할 수 있는 시대가 한 참 지나버렸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들어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뒤 따라 오는 택시가 혹시 설 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지금 이른바 보수우익은 그런 기준으로 사람들을 재단하고 있는 지 모른다. 마치 쇠침대에 사람을 맞춰 남으면 자르고 모자라면 뽑아내는 프로크루테스처럼... 만에 하나 그렇게 발목이든 머리든 잘리거나 뽑힌 피해자를 두고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됐다고 하려면 그런 우익은 그만두기를 바란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제 우파도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자를 가져야 한다. 리트머스 시험지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기와 뜻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좌파, 좌빨이라 몰아붙이는 새 정권은 좌파가 되고 빨갱이가 통일부 장관에다 국가안보위의장을 맡으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연 이재정같은 빨갱이에다 무책임하고 비겁하기까지 한 정치인이, 통일부장관을 하도록 놔둬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