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명물 과메기!! ★

이철균2006.11.21
조회122
차가운 겨울, 매서운 바람의 맛을 봐야 더욱 맛있는 음식이 있다.
얼른 진부령 황태가 떠오르겠지만 그 보다 더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과메기가 바로 그것이다.

계절 별미예찬, 굴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포항의 명물 과메기의 리마리오보다 더 기름진 맛!
그 짜릿한 맛에 한번 녹아들어 볼까요?


자! 그럼 어디 한번 푹 빠져 봅싯!!! (웃찾사 안어벙버전 ^^)



포항은 예부터 장생포 고래 고기로 유명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구룡포 과메기가
포항을 알리는 맏딸 노릇을 야무지게 하고 있다.
(정정: 포항 장생포가 아니고 고래고기로 유명한 장생포는 울산이랍니다^^)
이맘때쯤 각종 매스컴에서는 연일 과메기의 맛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열혈 매니아들은 이를 먹기 위해 먼 길 마다않고 포항으로 달려간다.


과메기의 어원을 두고 여러 설이 있는데 최근 접한 특이한 설은 관목어 즉, 꿸관 눈목 고기魚라 하여 눈을 꿰어 만든 생선이라는 일본식
표기라 한다.
눈을 관통하여 만든다..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든다. ㅡㅡ;;
과메기의 원산지는 명태로 유명한 함경북도 명천지방이라 하는데, 과메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과메기의 최고 권위자 포항공대 이승희 교수님의 자료를 찾아보면 좋겠다.


과메기는 청어를 내장 째 차가운 바닷바람에 말려 먹는 생선이다.
과거에는 청어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흔한 꽁치로 대신하고 있다.
임금님 진상품으로 쓰였을 정도라는데 과연 청어로 만든 과메기는 어떤 맛이 날까?
먹어본 이의 말로는 좀더 기름지고 맛이 진하다 하는데 잘하면 2월에 맛 볼 기회가 있을지도 ...^^


나는 이 글을 통해 지금까지 과메기 먹는 방법이 얼마나 엉터리였고,(다분히 주관적이지만..)
과메기 맛도 모르면서 과메기의 맛을 예찬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에 대해
반성하기로 한다.


★ 포항명물 과메기!! ★


일반 막회 집에서 나오는 과메기 한 접시 2만원~25,000원


우선, 시중에서 과메기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몇 있는데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나온다.
짜개비(미리 반으로 갈라 말린 것)를 세 등분해서 곁들여 먹을 야채들과 함께 내어 주는 것.


★ 포항명물 과메기!! ★


식성에 따라 곁들여 먹을 야채와 함께 나온다.


★ 포항명물 과메기!! ★


과메기 기름 리마리오와 맞짱뜨다.^^


윤기 좔좔 흐르는 과메기는 손으로 슬쩍 문질러도 기름이 가득 묻어 날 지경인데
사실 과거대로 구룡포 돌개바람을 맞고 열흘도 넘게 잘 말려진 과메기라면 이렇게 기름이 많지 않을 것이다.
기름이 많다는 건 살 속에 스며들거나 산화되어야 할 기름이 겉돈다는 얘기.
유난히도 기름이 많다면 과메기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엔 부족할 것이다.


★ 포항명물 과메기!! ★


열흘 이상 말려 기름이 살 속에 은근히 스며들어 고소함을 더하고 살에선 은은한 바닷내가 감돈다. 보기만해도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의 맛이
느껴지지 않나..


★ 포항명물 과메기!! ★


미역의 일종인 곰피


과메기를 그냥 먹기 보다는 이렇게 물 좋은 곰피나,


★ 포항명물 과메기!! ★


돌김


씹는 질감과 김의 향을 풍부히 느낄 수 있는 김에 싸 먹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 파나 미나리, 양파, 마늘 ,등을 곁들여 먹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 포항명물 과메기!! ★


미역위에 파와 마늘 막장을 얹고


★ 포항명물 과메기!! ★


돌돌 말아 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줄기차게 먹었던 과메기 먹는 방법이다.
이는 과거 구룡포에서 제대로 말린 과메기와는 달리 울진, 영덕, 강구 등지에서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덜 말려 비린내가 심한 과메기의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보인다.
과메기 열풍이 불 즈음 이렇게 먹는 방식도 함께 알려졌는데 나 역시도 이리 먹고
나름대로의 과메기 맛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막회집에서 과메기를 먹고는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름 번질번질, 뻐덕한 과메기에 이것저것 얹어 먹는다... 도무지 뭔 맛인지..
하는 찰라 번뜩 떠오르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두어 번 갔던 곳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곳.


★ 포항명물 과메기!! ★


과메기 골목 어귀의 자그마한 간판


광교 조흥은행 뒷골목에 위치한 작고도 허름한 집 포항과메기, 일명 광교 과메기집.

02)720-6075

★ 포항명물 과메기!! ★


과메기 집 골목에서 본 입구


인쇄소 골목과 청계로 사이의 좁다란 길에 식당이 몇 있는데 이제 이 라인에는 이 집 하나만 남았다.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작년만 해도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가게 안이 썰렁하다.
쥔아저씨 한 숨 소리에 이 나라 경제의 심각성이 묻어나는 듯...
“우리 집처럼 싸게 파는 곳도 이런데 다른 곳은 오죽하겠어....”


★ 포항명물 과메기!! ★


포항에서 공수해 온 과메기를 서울의 찬 바람에 다시 말리고 있다.


입구에 걸린 과메기를 보는 순간 포항에라도 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낀다.
일부러 코를 킁킁 들이대고 바다 냄새를 맡고 싶을 정도..ㅋㅋ


예순아홉의 나이 지긋하신 쥔아저씨는 92년 이 곳에 처음 문을 연 이래, 고래고기, 과메기만 팔고 계신다. 과메기에 대한 열정이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데,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이 없어 틈만 나면 손수 알려 주시려 애쓰는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



★ 포항명물 과메기!! ★


밖에 못다 건 과메기는 이렇게 실내에도 주렁주렁 걸어 놨다.


시중의 과메기는 일주일도 안 말린 대량생산 과메기인 반면 이 곳의 과메기는
열흘이상 말린 것이라 겉만 번들거리는 여느 곳의 과메기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직접 손으로 만져보니 파삭한 껍질 속에 물컹~ 살집이 ㅡㅡ;;;


★ 포항명물 과메기!! ★


해체 직전 과메기 한 마리


눈을 꿰어 말린다지만 지금은 새끼줄로 배를 엮어 줄줄이 매달았다가 어느 정도 마르면
하나씩 떼어 손질하는데, 제대로 된 과메기의 속살은 적빛 도는 발그스레한 색이다.


★ 포항명물 과메기!! ★


쥔아저씨 과메기 해체 작업 중. 과메기 기름이 피부에 좋은지 일흔 가까운 노인의 손등이 마치 20대 여인의 손등 같다.^^;


시간이 없어 미리 준비해 두지만 원하면 이렇게 직접 껍질을 벗기는 시연도 마다 않으신다. 신문지를 깔고 가위로 이리저리 자르고 껍질을
벗기는데 기름이 뚝뚝~ ^^;;
비위 안 좋은 사람은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이 맛은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다시가면 신문지 달라 해서 내가 직접 갈라 먹어야지...^^


★ 포항명물 과메기!! ★


해체된 후 과메기는 오천 원짜리 한 접시에 두 마리 반이 오른다.


껍질을 막 벗긴 과메기는 일반적인 과메기 보다 무르다.
꾸덕꾸덕 씹히는 맛에 약간의 화학적인 냄새가 나는 시중의 과메기와 달리
말캉하기도 하고 바다생선 특유의 단 비린내가 난다.


★ 포항명물 과메기!! ★


과메기 제대로 먹기


금방 해체된 과메기는 내장까지 녹아내려 그 기름이 살 속에 베어, 첫맛은 쌉싸름하고
끝 맛은 고소한데 이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꼬리, 배, 가슴부분을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꼬리의 꾸덕함과 중간 부분의 말캉함, 가슴부분의 진득한 고소함이 입에서 요동을 친다.
여기에 술 한 모금 들어가면 술과 교합되는 부분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에서는 흐음~!!!!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시중의 과메기는 꾸덕함을 지나 뻐덕한 느낌이 드는데 억지로 말려서 그런가...)



이 집의 과메기는 한 접시에 오천 원이다. 언제 적 가격인지는 몰라도
소주 이천 원에 과메기 한 접시면, 힘든 시름 잠시 잊고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지 않겠나?
도심 속에 숨겨진 작은 보물이라도 되는 양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일부러 쫓아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기분 좋은 과메기 탐험이 되었다.


종로 영일식당, 영덕막회, 성산동 해궁막회 등 과메기로 이미 알려진 곳도 있지만
과메기의 참맛이 뭔지 궁금하다면 광교의 과메기 집을 권하고 싶다.


미역으로 싸든 김으로 싸든 죄다 한꺼번에 싸 먹든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나 과메기가 갖고 있는 맛을 온전히 느껴보고 다른 맛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후줄근한 입구의 모습 그대로 내부도 낡아빠진 테이블이 서넛, 굼뜬 쥔아저씨의
느릿한 움직임... 무엇을 기대하는가 ^^
그저 막걸리 한 사발이면 좋고, 소주 한 잔에 과메기 한 점이면 좋고,
마주 앉은 친구와의 속 깊은 얘기가 있으면 그만이지...


회색빛 도시의 번듯한 건물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둥 마는 둥..
이 식당의 모습대로 나도 그렇게 있는 둥 마는 둥...
이보다 편한 선술집을 아직 난 보질 못했다.
내가 있어도 내가 없는 선술집.. 그래서 더 편한 곳..



포항의 살가운 바람을 상상하며, 잘 말린 과메기 한 점 씹어 먹는 맛..
이 곳에선 잠시 시간을 접어 두어도 좋을 듯싶다.



1월 27일 포항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열린다.
이제는 포항 어디서나, 심지어는 과일가게에서도 과메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지천으로 깔려있을 과메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 두름 사다 집에서 벗겨 먹고 싶어진다.^^


구룡포 바다 바람을 맞으며 먹는 포항 과메기의 맛이 혹,
공기 맑은 산 정상의 눈(雪) 맛이 아닐까?


눈 내리는 차가운 겨울 과메기의 고소한 기름에 흠뻑 빠져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