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꽁(福貢)에서 쿤밍으로 가는 길

갈현욱200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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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1일 화요일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났다.

여섯시 반에 류쿠로 출발하는 첫차를 타기 위해서이다.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다.

체크 아웃을 하고 버스를 탄다. 버스 안은 나 홀로 앉아 있다. 이러다가 정시 출발 안할 것 같았는데 역시 운남성 버스는 정시 출발한다. 6시 30분 나 이번 누지앙 여행을 마무리하고 이제 쿤밍까지 450km을 달려 돌아가야 한다. 길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중국 국도는 가로등이 없다. 오로지 버스 불빛에 의존해서 달려야 하니 버스 속도가 시속 20-30km 수준으로 천천히 달린다. 이 누지앙 지역은 길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앞에서 차가 마주 오면 아슬아슬하게 비껴서서 지나가야한다. 너무 아찔해서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은 구간도 많았다.1시간을 그렇게 거북이 걸음으로 달리던 차도 해가 밝아오자 서서히 속도를 낸다. 강가에는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차츰 밝아오는 햇살에 더 선명해지는 누지앙

왜 노할 노자를 썼을까

이번 여행 중 화두같은 의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강은 그렇게 노한 강처럼 물결이 세거나 험한 지형은 아니었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말건 버스는 9시 45분 나를 류쿠에 내려놓는다. 시간 있으면 류쿠에서 놀고 싶었다. 바로 다리 앞에 시장이 서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푸꽁(福貢)에서 쿤밍으로 가는 길


 

10시 20분 샤관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놓고 짧은 시간이나마 시장에 가서 놀았다. 여기서 난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다. 류쿠와 샤관을 운행하는 버스가 고속 벗스가 있고 일반 버스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었다. 만일 류쿠에서 샤관까지 6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바오산으로 가서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그 것도 모르고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놀다가 버스를 탔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차장한테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았더니 6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난 내가 중국어를 잘못 알아들었는지 생각했다. 류쿠에서 3시간 걸리는 것은 샤관이 아니라 바오산 이었던 것을 여행정보를 적은 노트를 보고서야 내가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속 버스를 타도 기가 막힐 거리를 이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온갖 동네 방네 다 들리면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니

정말 우울했다. 게다가 이 버스는 무슨 고장이라도 났는지 시속 40km도 안되는 속도로 계속 버벅버걱 가는 것이다.내가 제대로 정보를 챙기지 못했던 것을 누구에게 탓을 하리

6시간 동안 마음 수양 하고 가리라 생각하고 정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혀를 말아 붙히고 턱을 당기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마음이 잘 뜨질 않는다.그래도 그렇지 6시간을 어떻게 이런담

오늘 최대한 쿤밍을 빨리 들어갈려고 했었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운남대 앞에 가서 놀려고 했었는데 모든 스케줄은 다 꾸겨졌고 난 벌 받는 심정으로 그렇게 앉아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지금까지 여행을 한 경력이 얼만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4시간 정도 지났을 때 기사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승객들이 내면 고속도로로 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일인당 4위앤을 내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급한가 보다. 돈도 아깝고 해서 다들 국도로 간다는 것이다. 내가 20위앤을 낸다고 했다. 그럼 1인당 2위앤이다. 근데도 궁시렁거리면서 한사람이 끝까지 반대를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데 국도로 가면 난 정말 우울해서 못 견딜 것이다.결국 내가 그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의 돈을 내서 고속도로 진입에 성공했다. 정말 여행을 하다 보면 별일 다 겪는다.

샤관에 도착하니 한낮이라 덥다. 하도 버스에 질려서 멀미가 날 정도다. 그래서 샤관에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갈려고 했더니 오늘 비행기 운행을 끝났다고 한다. 정말 우울하다.

4시 30분 샤관에서 쿤밍행 고속 버스를 118위앤에 끊었다. 버스 시간표에는 난야오 터미널 행으로 되어있었고 영덕씨가 난야오로 나오기로 했다. 지친다.터미널 옆에서 빵이랑 요구르트 사먹었다. 내일이면 여행 마지막 날인데

모든 시간이 다 소중한데 이 소중한 시간을 길에서 보내려니 맥이 빠진다.

4시 30분 버스는 내 여행의 마지막인 쿤밍으로 향한다. 내가 알기론 4시간인데 버스 차장이 자꾸 5시간이래서 신경에 쓰인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20분을 쉰다. 그냥 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20분이나 쉬다니

그것도 츄숑에서

헤이징에서 츄숑으로 나왔다가 샤관까지 가느라고 고생했던 곳이라서 별로 달갑지는 않았다.

푸꽁(福貢)에서 쿤밍으로 가는 길


그 덕으로 처음으로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구경할 수 있었으니 손해는 아니다.

제 여행은 항상 모진 고생을 섞어 주어야 진행이 되냐 보다.

분명 난야오 터미널이라고 써있었는데 버스는 9시에 시짠에 내린다. 이런 황당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사정해서 영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미 난야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덕씨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터미널로 오는지 버스 기사 맘이라고 꼭 물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 실수 두번 했다.

열흘 전 웬모행 버스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던 시짠에 다시 도착하니 기분이 묘하다.

시짠에 있는 지아통 빈관에 묶기로 했다. 다른 데 가기도 귀찮다.

200위앤이다. 갑자기 물가 적응이 안된다. 역시 국제 도시 쿤밍이다.

오늘이 시월 마지막 날인데

서울에 있었으면 아마 삼성동 오킴스 가서 옥토버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을텐데

하루종일 버스를 탄 피곤함과 시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내가 윈난에서 자는 마지막 날

뭐 이런 감정들이 복잡해서 맥주 마셨다.

그동안 찍은 비디오 보면서

사실 촬영만으로 평가하자면 그림은 그렇게 마음에 들게 따지는 못했다

비록 불방되긴 했지만 6월에 7박 8일 동안 갔다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제일 잘 찍고 좋은 그림이 많았다.그림이 좋으면 찍은면서도 행복함을 느낀다.

살면서 어떻게 다 만족하고 얻으면서 살 수 있겠는가

그렇게 위로하면서 시월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