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MAGAZINE

이주연2006.11.22
조회80
V MAGAZINE


 

Cover Story
김.래.원
필모그래피를 꿈꾸다

제법 이름 있는 배우와 함께 하는 작업은
감성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해 내는 것처럼
어렵고도 오묘한 일이다.


촬영전은 물론, 촬영중에도
끊임없이 배우를 관찰하며
그의 성격과 순간적인 감정을 간파해 낼 수 있어야 하고
시선하나 손동작 하나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한치의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런 전제하에 김래원을 만났다.


그 스스로가 말한 것 처럼

배우로서 제2의 도약 선에 위치한 상태다.
단언컨대, 김래원 최고의 모습들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V MAGAZINE


 

금새라도 눈물이 쏟아질듯한 서글픈 눈망을,
강단과 고집스러움이 베어 있는 콧날.
꾸밈없이 웃다가도

걸러내지 않은 거친 한숨을 내뱉을 줄 아는 김래원.
정반대의 느낌이 하나의 얼굴에 녹아있는 그의 모습은
천상배우의 그것이다.

 

아직 일상으로 귀환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들어
감정의 수위조절이 힘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것도 영화 <해바라기>에서의 태식처럼
낮게 가라앉은 베이스톤의 목소리로 말이다.

 

실제 귀찮은듯 얼굴을 찡그릴때도,
매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물때도
그는 내내 슬퍼보였다.

 

V MAGAZINE


 

발리 현지에서 무려 12명의 스태프가 그를 둘러쌌다.
그가 만들어내는 눈짓, 몸짓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몇시간동안 쉴틈없이 진행되던 촬영을 잠시 접고,
철저히 독립된 최고급 리조트 마스터 룸에서 솔직담백한
1대1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에디터는 그에 대한 이런저런 입소문을 익히 들은바 있다.
어떤 이들은 그가 굉장히 냉정하고 까다로운 배우라 했고,
어떤 이들은 털털하고 소탈한 배우라고 했다.

발리에서 근 일주일가량

그와 동고동락 해야하는 운명을 짊어진 에디터로서
참 어렵고 부담스러운 평이었지만
결국 그와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맞다.
앞뒤 잴 것 무엇있겠는가?
단도직입적으로 첫 질문을 던졌다.
인간 김래원에 대해!

 

"솔직히 말할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굉장히 자상하고 따뜻하지만
어떨때는 주위사람들이 귀찮아

쳐다보기 조차 싫을때도 있거든요.
간극이 큰 성격인 것 같아요.
여느 배우들처럼 팬들 앞에서까지
완벽히 내 자신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팬이란
내가 연기한 극중 인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김래원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포장된 인형같은 작위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기 싫다는 것은
어찌보면 배우로서 낙제점을 받을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V MAGAZINE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 탓에
김래원이라는 인간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시선들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V MAGAZINE


 

발리로 떠나오기 직전 영화 <해바라기> 촬영을 마친 김래원.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과 가족을 위한 소박한 행복을 찾아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태식 역을 맡았다.

영화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특유의 낮고 느린 중저음으로 스토리를 열심히 설명해 나갔다.
촬영을 하는 동안

자신이 분했던 태식에게 '빙의'된 것 같다는 표현으로
현재 감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아직도

태식의 삶에서 완벽히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밝은 캐릭터를 맡을때는 평소 행동도 밝아지지만
어둡고 거친 배역을 맡으면 말이 없어지는 편이에요.
<소크라테스>때도 그랬지만 이번은 특히 더 심한 것 같네요.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요.
참 이상한 놈이죠(웃음)?"


 

아직 많은 사람들은 김래원 하면
TV속 트랜디 드라마의 주인공쯤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학창시절부터 쭉 연기를 해 왔으니,
근 10년이 넘게 브라운관에서의 그를 봐온것이다.

 

하지만 영화배우 김래원은 아직 신인일 수 밖에 없다.
한편의 영화를 찍고 난 직후가 돼야
조금씩 영화배우로서 성장해나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쉬운 것은 결코 아니죠.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수행해 온 일종의 학습결과라고 할까요?
아니면 드라마에 대한 호흡이 익숙한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스스로를 욕심이 많다고 표현하는 그인만큼
새로운 도전이 가져다주는 승부욕과 묘한 흥분감이
김래원을 이끄는 근본적 에너지라 하겠다.

 

어찌보면 드라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데 반해,
철저하게 관객의 선별된 선택을 받아야 하는 영화의 경우는
배우를 평가하는 경중의 잣대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 김래원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곳이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굳이 상관할 것 없이
그가 가장 잘 해 낼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 자체가 가장 큰 축복이 아닐는지.

 

오히려 캐릭터 자체가 배우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 역이 김래원에겐 그런 존재다.

 

"최근 케이블 드라마 채널에서

재방영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웃음).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이로 산 몇개월동안 사실 얼떨떨했죠.
모두가 경민에게 눈을 맞췄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저를 경민처럼 대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기분 좋았죠.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로

한동안 그런 배역만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 고정된 캐릭터가 배우에게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정된 캐릭터로 굳혀진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죠.
결국 배우는 철저하게 밸런스를 맞춰 활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V MAGAZINE


 

틀린말이 아니다.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은 그에게 '약'인 동시에 '독'이기도 했다.

 

잠시 분위기를 돌려 가벼운 질문을 던져봤다.
26살 청년 김래원의 여가생활 즐기기에 대해.

 

"주위에서 저를 보고 그러더라구요.
큰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시끄럽게 노는 것도 싫어하는 편이고,
술이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한데 영화 촬영때문에 줄였죠.
시간 날때면

아버지와 낚시 가는 것 정도가 제가 즐기는 여가랍니다."

 

여자, 사랑, 연애관에 대해 묻지 않을 수구 없다, 라고 질문했다.
말을 돌리며 뒤로 뺼줄 알았는데, 왠걸?
주저하지 않고 단박에 대답한다.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랑인 것 같아요.
잘 아시죠?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상대 여배우와 스캔들이 터지는
스캔들 전문 배우가 바로 저라는 거(웃음).
나만 아니면 됐지, 라는 생각에 수수방관 했어요.
오히려 매니져들이 안달 났죠."

 

V MAGAZINE


 

결혼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계획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김래원.
밤낮없이 일하고 사생활마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대중에 노출된 연기자의 어쩔수 없는 대가임을
잘 아는 까닭에서리라.

 

인터뷰 내내 김래원은 <해바라기>의 태식처럼
낮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고 무척이나 진중했다.

아마도 제2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본인 스스로가 충분히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족 같지만 김래원은

상대방을 미소짓게 만드는 크고 맑은 눈을 지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희로애락의 감성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치 경력 10년차의 연기내공과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지가
그를 진정한 연기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래원의 앞날에 진정한 필모그래피가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정슬기 포토그래퍼 보리(STUDIO BOREE)

스타일리스트 이애련
헤어 & 메이크업 권선영, 현미(아름다운 규니영)

장소협찬 FOUR SEASON RESORTS 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