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무레.

이은파200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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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 신新 디자인 료칸, 쿠라무레 |

자료출처ㅣdesign house

 

 

쿠라무레.

목욕물을 데워주고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아침에 은은하고 따듯한 녹차를 배달해 주는 오카미 상이 이곳엔 없다. 손님이 들고 날 때 90도로 인사하는 ‘친절한 아가씨’도 없으며 개천 옆에 자리한 노천탕도 없다. 없는 것투성이인데 숙박료는 하루에 7만 엔이 넘는다.

쿠라무레.
굳이 언어로 분류하자면 쿠라무레는 ‘디자인 료칸’에 가깝다.철저하게 세련되고 단순하게 디자인된 서구식 옷을 입었으되 그 안을 구성하는 것은 전통 료칸에 있는 장식물보다 더 전통적이고 화려한 ‘일본 것’이다.

‘무기 창고’인 줄 알았다. 웅장하고 투박한 멋은 있지만 일본 전통 료칸의 외관이 풍기는 복사꽃 같은 단정함과 아기자기함은 없었다. 큼지막한 돌 무더기를 굵은 철사로 고정해 만든 ㄱ자의 담장을 지나자 99칸 조선시대 전통 양반 가옥에서나 봤음직한 크고 육중한 나무 문이 미끄러지듯 사뿐하게 열린다. 자동이다. 취재 일행을 환대하기 위해 나온 사람은 패션 피플이라 하기에도 모자람이 없을 감각과 외모와 분위기를 아우라처럼 두른, ‘남자’ 사장 도시유키 사나다 Toshiyuki Sanada.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기모노를 입은 오카미 상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와 나와 사진가가 앉은 곳은 다다미방이 아닌 단순하고 심플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소파였다. 말끔한 차림의 청년이 마실 것을 내온다. 카푸치노! 그렇게 오타루와 인접해 있는 이 신개념의 료칸, 쿠라무레는 ‘료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통렬하게 깨부순다.

굳이 언어로 분류하자면 쿠라무레는 ‘디자인 료칸’에 가깝다. 그곳의 첫인상이 무릎 연골을 치면 다리가 올라가듯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전통 료칸의 그것과는 지나치게 다른 탓에 언뜻 디자인적 요소에 치우쳐 설계된 듯 보이지만 흰 화선지의 직선처럼 단순하고 미니멀하며 깔끔한 공간 분할에는 일본 료칸의 혼과 소품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이를테면 카푸치노가 담긴 컵은 옹기 잔이고, 응접실의 소파 옆에는 거칠고도 투박한 전등 모양의 일본 석상이 세워져 있으며, 전체 통유리의 3분의 1쯤 해당될, 아랫부분의 투명 유리 너머로는 사무라이의 혼이 느껴지는 절제된 디자인의 조형물이 보인다. 쿠라무레의 모든 구조와 인테리어는 이런 식이다. 철저하게 세련되고 단순하게 디자인된 서구식 옷을 입었으되 그 안을 구성하는 것은 전통 료칸에 있는 장식물보다 더 전통적이고 화려한 일본 것이다.

쿠라무레.
좌 쿠라무레의 객실 디자인은 극도로 단순하다. 유럽 스타일이 군데군데 가미되었지만 그 단순함 속에 일본 전통 료칸의 기운은 날카롭게 숨쉰다. 우 염원했던 ‘독창적 료칸’을 구현한 쿠라무레의 사장, 도시유키 사나다.

쿠라무레.
무기 창고를 방불케 하는 저 단단함 속에 최고급 료칸의 속살이 숨어 있다.

모던과 앤티크의 모자이크 같은 조합
홋카이도를 깜짝 놀라게 한, 독창적이고도 파격적인 료칸을 기획한 사장, 도시유키 사나다의 이력은 이채롭다. 인테리어나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메이지 대학에서의 농업 전공. 하지만 인테리어에 대한 열망은 불씨처럼 남아 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전공과 관련된 진로를 포기하고 수년간 쌓인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대한 욕구를 분출할 대상으로 ‘료칸’을 선택했다. ‘이왕 하는 것, 독창적으로 한다’는 고집이 발동했고, 홋카이도의 유명 디자이너 마코토 나카야마 Makoto Nakayama의 도움으로 쿠라무레를 완성했다.

큰 디자인의 틀은 전문가에게 맡겼으되 모든 공간을 독창적이로 꾸미고자 한 주인의 의도는 료칸의 모든 시설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19개에 이르는 객실은 다다미 스타일(다다미방이라는 표현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과 침대 스타일로 나뉘며, 모든 객실에는 숙박객의 편의를 위해 컴퓨터와 안락의자(이 역시 철저하게 디자인적이다)를 들여놓았다. 사람의 손길이 배제된 호텔식을 떠올릴지 모르나 객실에도 일본 료칸의 기운은 진하게 배어 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작은 응접실의 미닫이 창문을 열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에 등장했음직한, 숨막힐 듯 가지런한 일본식 정원이 펼쳐진다. 늦은 밤 창문을 열면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이 밖에도 쿠라무레에는 1960~70년대의 디스크로 가득찬 음악 감상실과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분위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온천 시설, 프라이버시를 위해 2인 전용실로 디자인된 레스토랑과 눈 내린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웨스턴 바가 들어서 있다. 이곳의 손님은 구찌 가방을 메고 버버리 코트를 입는, 그러나 료칸의 편안함과 분위기, 호사스러움을 좋아하는 세계의 부호들이다.
Kuramure, 685, 2 Chome, Asarigawa Onsen, Otaru-shi.
문의 (81)134-51-5151, www.kuramure.com, 토모투어 (02)2236-1122

쿠라무레.
좌 하 모든 객실은 창을 열면 숨 막힐 듯 가지런한 일본식 정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우 쿠라무레의 로비와 일부 객실의 마감재는 다다미가 아닌, 대리석이다.
쿠라무레.



쿠라무레는 홋가이도 오타루시에 있는 료칸입니다.

정말 좋은곳이기에..이곳에 보냈습니다.

전에 도베란 잡지에 소개 된 료칸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