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김은정2006.11.24
조회22

< 그 남자 >

 

 

 

아~ 헤어지기 싫다.

이렇게 저녁마다 헤어지기 싫어서라도

빨리 결혼해야겠다, 그치?

어, 윽! 나 죽을 것 같아!

너무 헤어지기 싫어서~캬캬!

 

그녀는

내 처절한 몸부림을 웃으면서 지켜보다가

살짝 이렇게 한마디를 해줍니다.

"나도~"

 

그 말에 기운이 솟아서

오늘은 씩씩하게 헤어집니다.

추운데, 언제까지 그녀를

문 앞에다 세워 놓을 수도 없고,

나도 장가도 가기 전에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들어가야죠.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난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걸어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우리의 결혼생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내가 곤히 자고 있으면

그녀가 날 부드러운 목소리로 깨워 주겠죠?

그녀가 손수 매 주는 넥타이에

그녀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마주 앉아서 아침 밥을 먹고

잘 다녀오라고, 집 앞까지 배웅 나와 주겠죠?

퇴근하고 돌아오면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고..

 

아~ 거기가 바로 천국 아니겠어요?

 

 

 

 

< 그 여자 >

 

 

 

집으로 들어가는 척하다가

다시 문틈으로

그 사람의 뒷모습을 훔쳐봅니다.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골목길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하며

걸어가고 있네요.

 

그 뒷모습을 보다가

혼자 배시시 웃게 됩니다.

'힛, 결혼? 결혼이라구?'

 

대문에 등을 기대고

잠깐, 행복한 상상에 빠져 봅니다.

 

우리가 결혼하면 그 사람은..

아침 잠이 많은 나를

커피 향기로 깨워 주겠죠?

여왕님은 부드러운 것만 마셔야 한다면서.

 

난 그렇게 침대 위에서

그 사람이 준비해 준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우린 나란히 출근하고

또 나란히 퇴근하고

 

가끔 그 사람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엔

늦어서 미안하다며

장미꽃 백 송이와 함께

애교스런 웃음을 보여 주고

그럼 난 못 이기는 척 용서해 주고..

 

우린.. 그렇게 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