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CD며 MP3 등의 음악파일이 판을 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절에 우리들이 듣던 카세트 테이프나 LP판에는 양쪽의 면이 있었다. 그 시절 Side A와 Side B는 때때로 너무나 다르곤 했다. 하지만 한 템포 끊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걸 주기도 했다. 천 곡이든 이천 곡이든 끊임없이 한번도 겹치지 않고 계속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시절이었다.
Side A의 세상과 Side B의 세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기도 했다. 흑과 백, 좌의 진영과 우의 진영,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이라는 이분법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너무나 분명한 법칙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Side A와 Side B의 구분은 사라졌고,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접할 수 없었던 동전의 다른 면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고, 자신의 세상을 유지하고 격리하기 위한 커다란 비밀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삶에는 사라지지 않는 비밀들이 있고, 알 수 없는 동전의 다른 면 혹은 테이프의 반대편 쪽이 존재한다. 커다란 비밀들에 가려져 있던 우리들 생활의 사적인 비밀들은 여전하다. 그러한 비밀들에 천착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사소설, 그러니 일본에서 이러한 컨셉북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삶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삶을 카세트의 서로 다른 면처럼 보여주는 것, 열두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비밀』이라는 소설집이 지향하는 바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진도 4의 비밀 - 남자 / 진도 4의 비밀 - 여자」.
결혼을 앞둔 데루키는 여자에게는 오사카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채 사실은 나고야에 와있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옛 여자를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나오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때 TV에서 오사카의 지진 소식이 나온다. 데루키는 거짓으로 지진의 진동을 느낀 것처럼 꾸민다. / 데루키의 전화를 받고 데루키의 서툰 거짓말을 느끼고 있는 나오야말로 지금 도쿄를 떠나 교토에 와있다. 그녀도 데루키와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데루키가 거짓 진동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야말로 관서지방에 있는 바람에 진동을 느꼈다.
요시다 슈이치 「부재전표 - OUT SIDE / 부재전표 - IN SIDE」.
이제 곧 아이의 아버지가 될 택배 기사인 나는 며칠 째 헛수고를 하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아이의 장난감으로 생각되는 물건을 주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 물건을 전달받은 남자는 그러나 이상한 표정이다. 실은 며칠 전 그 물건의 주인이 되어야 할 그의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그의 무심함 속에서... 그렇게 허탈해하며 문을 닫았을 때, 문밖에서는 택배 기사가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는 통화 내용이 들리고 있다.
모리 에토 「그녀의 남자의 특별한 날 / 그의 여자의 특별한 날」.
옛날 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바에 들른 여자는 피곤하다. 그런데 옆자리의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귀찮아하다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이미 결혼한 옛 애인의 전화번호를 달라는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긴다. / 할머니의 49제를 끝내고 허탈해 있던 나는 할머니를 닮은 여자를 발견한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지만 그녀는 냉소적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넘겨주는 대신 자신의 옛 애인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사토 쇼고 「부추 계란말이 A / 부추 계란말이 B」.
상사의 명령에 따라 항상 야근을 하는 날이면 전화로 부추 계란말이를 시키는 남자... 어느날 부추 계란말이를 시키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통해 울려오는 그 여자의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듣고는 떨어져 있는 아내를 떠올린다. / 전화를 받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여자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픽업을 부탁한다. 얼마 전 일이 바빠 그만 딸의 픽업을 놓치는 바람에 남편에게 혼이 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가와 요코 「전화 아티스트의 조카 / 전화 아티스트의 연인」.
전화 아티스트였던(전화를 하면서 한 메모, 혹은 전화를 받으면서 꼬은 전화 코드를 이용한 예술, 이라는데, 이런 게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고모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고모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전화 메모 작품 32장을 발견하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건 자신의 할아버지를 향한 것 같다고 한다. / 할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나는 오래전 자신이 봤던 할아버지의 전화 장면을 떠올린다.
시노다 세쓰코 「별장의 개 - A side / 별장의 개 - B side」.
시골집에 내려와 있다 우연하게 한 마리 개를 발견한 나는 개의 주인을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동네에 돌린다. 하지만 내가 도쿄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왔음에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나는 그 개를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주인을 자처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는 여자는 작년에 죽은 미카와 비슷하게 생긴 개를 찾는 전단지를 발견한다. 남편과 이혼 후 그녀는 미카가 간혹 보고싶고는 했다. 그리고 결국 용기를 내어 전단지 속의 개를 자신의 것이라고 해보기로 한다.
유이카와 케이 「유키 / 히로코」.
아름다운 용모의 유키는 어느 날 동창인 히로코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는 순간 못생기 히로코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악몽을 떠올린다. 굉장한 못난이가 되는 꿈을 매번 꾸고 있는 것이다. / 확실히 유키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못생긴 측에 속하는 히로코는 요즘 행복하기 그지없다. 자고 있는 동안 히로코는 매번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만약 열두시간 이상을 잘 수 있다면 그녀는 어쨌든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는 셈이다.
호리에 도시유키 「검정 전화 - A / 검정 전화 - B」.
손자는 다이얼 전화기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장난감 조차 없다. 그는 얼마 전 그만둔 회사에 들러 창고에서 오래전 아날로그 방식의 실제 전화기를 구하기로 한다. / 시아버지가 들고온 옛날 전화기를 두고 다에코는 고민한다. 그 전화기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화국에 이야기해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 전화기는 받을 수는 있지만 걸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바꾸는 것은 귀찮지만 그 옛날 방식의 아날로그 전화기를 통해 듣던 자연스러운 상대방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기타무라 가오루 「유리코 히메 / 괴팍한 입담의 여자」.
학생회에서 일하고 있는 미치오는 단정하기 이를 데 없는 3학년 선배인 유리코에게 마음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코가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를 사는 것을 발견한 후, 같은 반인 유리코의 동생 겐에게 전화를 건다. / 겐은 누나를 ‘괴팍한 입담의 여자’라고 부르고 있다.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누나는 집안에서는 TV를 보면서 끊임없이 험담을 늘어놓고, 자신을 향해서도 함부로 단어를 내뱉는 괴팍한 입담의 여자일 뿐이다.
이사카 고타로 「라이프, 시스템 엔지니어 편 / 라이프, 미드필더 편」.
시스템 엔지니어인 나는 축구 선수인 엣날 친구가 자신의 동네에 원정 경기를 오는 날임에도 결국 일이 생겨 축구장을 찾지 못한다. 경기가 끝난 시간 친구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그날 승리했음과 사실 몰래 공에 손을 댔음을 알린다. / 축구 선수로 은퇴할 나이에 다다른 나는 아슬아슬하게 원정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결국 경기에 이겼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사인을 부탁한다.
미우라 시온 「에도의 불타는 꽃 / 달링은 연기파」.
젊은 연기자인 스기하라는 여자 친구와 떨어져 사극을 찍는 중이다. 사극이라 핸드폰까지 압수당한 그는 (어제가 생일이었던) 여자 친구와 어떻게 해서든 전화를 하기 위해 찻집에 들어간다. /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은 나는 어처구니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아베 가즈시게 「감시자/나 / 피감시자/나」.
나는 반년 동안 그녀를 감시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를 잡기 위한 부서의 명령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고, 나는 딸뻘인 그녀가 현재 어떤 남자와의 결혼에 주저하고 있음에 안타까와 하고 있다. / 나는 그녀에게 3주전에 구혼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6일만에 만난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 그녀가 12년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마음의 힘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책에 실린 소설들은 꽁트에 가깝다. 컨셉북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유명한 작가들을 동원한 것치고는 조금 허술해 보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전은 작가들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작가의 숫자를 줄였더라도 좀더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직 플레이되지 않은 Side B에서는 무슨 일이... <비밀>
지금이야 CD며 MP3 등의 음악파일이 판을 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절에 우리들이 듣던 카세트 테이프나 LP판에는 양쪽의 면이 있었다. 그 시절 Side A와 Side B는 때때로 너무나 다르곤 했다. 하지만 한 템포 끊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걸 주기도 했다. 천 곡이든 이천 곡이든 끊임없이 한번도 겹치지 않고 계속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시절이었다.
Side A의 세상과 Side B의 세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기도 했다. 흑과 백, 좌의 진영과 우의 진영,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이라는 이분법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너무나 분명한 법칙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Side A와 Side B의 구분은 사라졌고,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접할 수 없었던 동전의 다른 면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고, 자신의 세상을 유지하고 격리하기 위한 커다란 비밀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삶에는 사라지지 않는 비밀들이 있고, 알 수 없는 동전의 다른 면 혹은 테이프의 반대편 쪽이 존재한다. 커다란 비밀들에 가려져 있던 우리들 생활의 사적인 비밀들은 여전하다. 그러한 비밀들에 천착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사소설, 그러니 일본에서 이러한 컨셉북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삶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삶을 카세트의 서로 다른 면처럼 보여주는 것, 열두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비밀』이라는 소설집이 지향하는 바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진도 4의 비밀 - 남자 / 진도 4의 비밀 - 여자」.
결혼을 앞둔 데루키는 여자에게는 오사카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채 사실은 나고야에 와있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옛 여자를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나오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때 TV에서 오사카의 지진 소식이 나온다. 데루키는 거짓으로 지진의 진동을 느낀 것처럼 꾸민다. / 데루키의 전화를 받고 데루키의 서툰 거짓말을 느끼고 있는 나오야말로 지금 도쿄를 떠나 교토에 와있다. 그녀도 데루키와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데루키가 거짓 진동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야말로 관서지방에 있는 바람에 진동을 느꼈다.
요시다 슈이치 「부재전표 - OUT SIDE / 부재전표 - IN SIDE」.
이제 곧 아이의 아버지가 될 택배 기사인 나는 며칠 째 헛수고를 하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아이의 장난감으로 생각되는 물건을 주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 물건을 전달받은 남자는 그러나 이상한 표정이다. 실은 며칠 전 그 물건의 주인이 되어야 할 그의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그의 무심함 속에서... 그렇게 허탈해하며 문을 닫았을 때, 문밖에서는 택배 기사가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는 통화 내용이 들리고 있다.
모리 에토 「그녀의 남자의 특별한 날 / 그의 여자의 특별한 날」.
옛날 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바에 들른 여자는 피곤하다. 그런데 옆자리의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귀찮아하다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이미 결혼한 옛 애인의 전화번호를 달라는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긴다. / 할머니의 49제를 끝내고 허탈해 있던 나는 할머니를 닮은 여자를 발견한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지만 그녀는 냉소적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넘겨주는 대신 자신의 옛 애인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사토 쇼고 「부추 계란말이 A / 부추 계란말이 B」.
상사의 명령에 따라 항상 야근을 하는 날이면 전화로 부추 계란말이를 시키는 남자... 어느날 부추 계란말이를 시키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통해 울려오는 그 여자의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듣고는 떨어져 있는 아내를 떠올린다. / 전화를 받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여자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픽업을 부탁한다. 얼마 전 일이 바빠 그만 딸의 픽업을 놓치는 바람에 남편에게 혼이 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가와 요코 「전화 아티스트의 조카 / 전화 아티스트의 연인」.
전화 아티스트였던(전화를 하면서 한 메모, 혹은 전화를 받으면서 꼬은 전화 코드를 이용한 예술, 이라는데, 이런 게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고모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고모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전화 메모 작품 32장을 발견하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건 자신의 할아버지를 향한 것 같다고 한다. / 할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나는 오래전 자신이 봤던 할아버지의 전화 장면을 떠올린다.
시노다 세쓰코 「별장의 개 - A side / 별장의 개 - B side」.
시골집에 내려와 있다 우연하게 한 마리 개를 발견한 나는 개의 주인을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동네에 돌린다. 하지만 내가 도쿄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왔음에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나는 그 개를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주인을 자처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는 여자는 작년에 죽은 미카와 비슷하게 생긴 개를 찾는 전단지를 발견한다. 남편과 이혼 후 그녀는 미카가 간혹 보고싶고는 했다. 그리고 결국 용기를 내어 전단지 속의 개를 자신의 것이라고 해보기로 한다.
유이카와 케이 「유키 / 히로코」.
아름다운 용모의 유키는 어느 날 동창인 히로코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는 순간 못생기 히로코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악몽을 떠올린다. 굉장한 못난이가 되는 꿈을 매번 꾸고 있는 것이다. / 확실히 유키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못생긴 측에 속하는 히로코는 요즘 행복하기 그지없다. 자고 있는 동안 히로코는 매번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만약 열두시간 이상을 잘 수 있다면 그녀는 어쨌든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는 셈이다.
호리에 도시유키 「검정 전화 - A / 검정 전화 - B」.
손자는 다이얼 전화기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장난감 조차 없다. 그는 얼마 전 그만둔 회사에 들러 창고에서 오래전 아날로그 방식의 실제 전화기를 구하기로 한다. / 시아버지가 들고온 옛날 전화기를 두고 다에코는 고민한다. 그 전화기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화국에 이야기해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 전화기는 받을 수는 있지만 걸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바꾸는 것은 귀찮지만 그 옛날 방식의 아날로그 전화기를 통해 듣던 자연스러운 상대방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기타무라 가오루 「유리코 히메 / 괴팍한 입담의 여자」.
학생회에서 일하고 있는 미치오는 단정하기 이를 데 없는 3학년 선배인 유리코에게 마음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코가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를 사는 것을 발견한 후, 같은 반인 유리코의 동생 겐에게 전화를 건다. / 겐은 누나를 ‘괴팍한 입담의 여자’라고 부르고 있다.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누나는 집안에서는 TV를 보면서 끊임없이 험담을 늘어놓고, 자신을 향해서도 함부로 단어를 내뱉는 괴팍한 입담의 여자일 뿐이다.
이사카 고타로 「라이프, 시스템 엔지니어 편 / 라이프, 미드필더 편」.
시스템 엔지니어인 나는 축구 선수인 엣날 친구가 자신의 동네에 원정 경기를 오는 날임에도 결국 일이 생겨 축구장을 찾지 못한다. 경기가 끝난 시간 친구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그날 승리했음과 사실 몰래 공에 손을 댔음을 알린다. / 축구 선수로 은퇴할 나이에 다다른 나는 아슬아슬하게 원정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결국 경기에 이겼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사인을 부탁한다.
미우라 시온 「에도의 불타는 꽃 / 달링은 연기파」.
젊은 연기자인 스기하라는 여자 친구와 떨어져 사극을 찍는 중이다. 사극이라 핸드폰까지 압수당한 그는 (어제가 생일이었던) 여자 친구와 어떻게 해서든 전화를 하기 위해 찻집에 들어간다. /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은 나는 어처구니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아베 가즈시게 「감시자/나 / 피감시자/나」.
나는 반년 동안 그녀를 감시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를 잡기 위한 부서의 명령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고, 나는 딸뻘인 그녀가 현재 어떤 남자와의 결혼에 주저하고 있음에 안타까와 하고 있다. / 나는 그녀에게 3주전에 구혼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6일만에 만난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 그녀가 12년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마음의 힘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책에 실린 소설들은 꽁트에 가깝다. 컨셉북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유명한 작가들을 동원한 것치고는 조금 허술해 보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전은 작가들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작가의 숫자를 줄였더라도 좀더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