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남자 외전 1

박윤후20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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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막에는 꽃이 없다.

익숙하지 않은 건조한 공기에 숨이 막혀왔다. 한 낮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냉방기를 틀지 않는 실내는 잠시나마 흘러들었던 냉기를 숨기려는 듯 더욱 탁한 공기를 내뱉고 있었다. 그는 조그만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아이 어머니는 영국에 있습니다.”

조용히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서재의 문틀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사막의 공기처럼 건조하고 탁한 목소리였다. 앤드류는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떠남에 얼마나 크게 상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내게 맡기겠다는 것이냐? 너는 그 여자를 찾아 영국으로 가겠다고?”
“아심이 있으니 아이도 금방 이곳에 적응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바닥을 세게 구르는 소리가 울렸다.

“이 놈이! 제 새끼를 버리고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가겠다는 것이냐!”
“그녀 없이는 못 삽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건조했다. 그러나 앤드류는 그의 목소리에서 오아시스처럼 숨어있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진 건 일주일 전 파리에서였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으로 파리를 갔던 날 당일 아침 일찍 사라진 그녀의 어머니는 앤드류의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앤드류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는 낯선 사막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앤드류는 아버지에게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영국인의 피를 받은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의연해야했다. 불과 여덟 살밖에 안 되었다 하더라도 그는 사막의 무식하고 잔인한 종족과는 다른 피를 이어받았다는 자부심을 어머니에게서 주입받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비켜.”

앤드류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낮고 거친 음성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자신보다 2, 3 센티미터 더 커 보이는 거무잡잡한 피부의 사내아이가 서 있었다.

“귀가 먹었어? 비켜.”

앤드류는 똑바로 자신을 노려보는 검은 눈동자에 슬그머니 서재의 문 앞에서 비켜섰다. 그러자 사내아이는 거침없이 서재 문을 열어 재끼고 당차게 들어갔다.

“아심. 무슨 일이냐?”

저 아이가 아심이구나...
앤드류는 꼿꼿하게 등을 펴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아심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를 받아들이세요.”
“네 놈이 지금 나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

앤드류는 크게 호통을 치는 할아버지 아부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러나 아심은 키득거리며 웃더니 왼 손을 뻗고 오른손을 허리에 대고 상체를 깊게 구부리며 빈정거렸다.

“설마요. 전 일종의 계약을 하자고 제안 드리는 겁니다.”
“계약? 네 놈이 뭘 가졌길래 나에게 계약을 하자는 것이냐?”

앤드류는 아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앤드류는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제압하는 아부 앞에서 당돌하게 빈정거리는 아심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왕위 계승권입니다.”
“뭐라구?”

아부는 펄쩍 뛰었다. 그의 몸이 들썩하며 의자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허공으로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제 왕위 계승권을 저 아이에게 주겠습니다.”
“니 놈이 뭔데 그런 짓을!”
“후계자입니다.”

앤드류는 씨익하고 웃는 아심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더욱 검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앤드류는 아심을 적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 왕권을 이어받지 않을 겁니다. 그 대신 저 아이에게 주십시요. 그 냉랭하기만 한 샤를르도 저 애에게 주십시요. 할아버님도 뜨거운 여자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아부는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신음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화를 참지 못하고 씨근덕 거리는 아부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앤드류의 아버지를 놔두고 아심은 앤드류를 지나쳐 서재를 나갔다.

“저.. 저놈이!”

앤드류는 서둘러 아심의 뒤를 따랐다.

“아심! 아심!”

앤드류는 대리석 바닥을 차고 달려서 아심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었다.

“왜?”
“난 왕권을 받고 싶지 않아. 난 영국으로 갈 거야.”

앤드류는 아심의 기세에 죽지 않으려고 두 눈에 힘을 주면서 한번에 말을 토해냈다. 그런 앤드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심은 키득거리며 웃더니 그의 어깨에 한 팔을 둘렀다.

“좋아. 캐러밴에 같이 가자.”
“야! 이거 놔! 야!”
“넌 나랑 같이 사막으로 나갈 거고 사막에서 생을 마감할 거야. 그리고 사막에서 결혼을 할 거고, 이 나라를 이어 받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너와 난 둘도 없는 형제이고 친구다.”

높은 천장이 있는 건물에서 앤드류는 아심에게 끌려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거친 사막에 내동댕이쳐졌다. 앤드류는 아심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