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김병재200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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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스TV의 시리즈 ‘24’가 지난 28일(한국시간) 열린 제5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은 온당한 판정이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상, 드라마 연출상, 그리고 키퍼 서덜랜드(40)가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24’는 2001년 시즌1이 시작돼 TV액션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올해 상을 받은 방영분은 5번째 시즌. 그 긴박감 넘치는 재미는 물론이고 현 부시 정권을 정면 비판하는 정치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다수 미국인들의 공감을 샀지만 지난 5년간 후보에만 올랐을 뿐 수상에는 실패했었다.



#부시 정면 비판한 액션시리즈로 ‘스타덤’

‘24’는 테러 세력에 맞서는 LA 대테러전담반 요원 잭 바우어의 하루 24시간을 24편의 실시간 에피소드로 그린 액션드라마. 그 중독성으로 치자면 심지에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를 앞에 두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비견될 정도의 박진감을 24편 동안 이어가며, 한국 내에서도 수많은 ‘다운로드족’들을 ‘폐인’으로 만든 시리즈다.

올해 5월까지 미국에 방영된 시즌5는 미국내 원활한 석유공급을 위해 테러세력과 결탁하는 대통령 비서관의 이야기에서 출발, ‘애국’을 빌미로 테러를 획책하는 백악관 내 참모들과 무능하고 줏대없는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어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미국 내 테러 위기를 놓고 공공연히 떠도는 ‘음모론’을 화면에 구현했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벌이기 한해 전부터 방영된 시즌2에서는 테러를 자행한 혐의가 짙은 중동지역 국가와 전쟁을 벌이려는 정부 내 세력과, 리더십과 합리적 판단력을 겸비한 이상적인 대통령을 설정한 뒤 근거 없는 중동전쟁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비열한 전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잭 바우어 역의 키퍼 서덜랜드에게 시청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던 것은 시민들의 생명을 위하는 길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포함한 ‘사소한’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테러와 권력에 맞서는 용맹스러운 모습을 일관되게 연기해내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제도나 규율 따위는 아랑곳 없이 오직 대의를 위해 봉사하는 잭 바우어는 9·11 이후 정신적 공황이 남아있는 미국인들에겐 믿음 그 자체였다. 가족과 테러 사이에서 24시간 동안 3중, 4중의 헌신적인 활약을 펼쳐야 하는 그가 절박한 상황에서 고개를 떨구는 특유의 동작과 함께 얕은 한숨을 내뱉을 때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두 손에 땀을 흘렸다.



#‘센티넬’에서도 신뢰감 있는 정부 요원으로

런던 태생으로 최근 ‘오만과 편견’에도 출연한 배우인 아버지 도널드 서덜랜드의 영향으로 17살 나이에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맥스 듀건’(Max Dugan Returns·1983)으로 스크린 데뷔한 이래 청춘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영화 60여편에서 주·조연을 오갔지만 한국 관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을 만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 ‘유혹의 선’(Flatlners·1990)에서 함께 한 줄리아 로버츠와 결혼까지 약속했다가 줄리아가 결혼 3일 전 일방적으로 파혼을 선언한 일화는 유명하다. ‘타임 투 킬’(A Time to Kill·1996), ‘다크 시티’(Dark City·1998), ‘폰 부스’(Phone Booth·2002) 등 한국에서도 제법 관객을 모은 영화에서 그는 주로 악역이나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런 그에게 ‘24’는 제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은혜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내년 1월 ‘24’의 시즌6 방영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현재 이 시리즈의 시즌7까지 사전 출연계약을 마친 상태. ‘24’에서의 이미지를 계승해 캐스팅된 영화 ‘센티넬’에선 대통령 살해음모 혐의를 받는 미 국가안보국 요원 피트(마이클 더글라스)의 후배 요원으로 등장한다. 누구보다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내부의 ‘완벽한 적’과 맞서 싸우는 그의 활약은 9월7일 한국 개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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