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열전 (2편 백수 진입..6개월째 ㅡㅡ")

정의광20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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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어젯밤에 동네를 안돈 덕에 새벽에서야 잠이 든 나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거기서 거기지만 낮 열두시를 넘긴다는건 아무래도 건강에 좋을것 같지않다. 다음부터는 꼭 12시는 넘기지 말아야 겠다. 하여간 일어나 보니 아무 도 없었다. 내 방에 딸랑 쪽지만 남겨두고 엄마는 어딜 가셨나부다. 퇴직한 이후로(울엄마도 초딩샘이었다) 어딜 쏘다니시는지 집에 잘 안계신다. 제발 주부 도박단에는 끼시지 말아야 할텐데... 쪽지에는 살벌함이 느껴졌다. '엄마 절에 갔다올테니까 집 잘지켜! 숟가락 하나라도 도둑맞으면 뒤지게 맞고 밥도 없을 줄 알어.' '절에 가셨구나. 다행이다. 치 밥이나 주고 그러면... 그래도 나 백수 면하게 빌러 가셨을텐데... 이해하지 뭐.' 물론 밥을 차려 놓았을리 없었다. 요즘들어 내 요리솜씨가 부쩍 는거 같다. 장가가면 색시한테 사랑받을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침에 식구들이 먹다 남은 걸루 비빔밥이다 복음밥이다 만들기만 하면 예술이다. 오늘도 우리 작은딸은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많이 남겼다. 이럴때는 우리작 은딸이 이뻐보인다. 하여간 이거저것 넣어 밥을 복았다. 계란도 하나 풀었다. 무심결에 냉동실을 열어보니 이게 왠걸 쇠고기 갈아놓은게 있다. 이것도 넣어 말어..? 뒷일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일은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신념에 따라 조금만 넣었다. 진짜 조금만 넣었다. 고기를 싸았던 비닐봉지는 남겼으니까.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을수가.. 다음에 취직안되면 백수많은 동네에다 IMF 복음밥집이나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오늘 오만찬은 오랜만에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 있었다. 물론 뒷일이 있었다. 저녁 울 작은 누나가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뭘 찾는다. "여기 갈아놓은 고기 어디갔어? " '당연히 내 뱃속에 있쥐. 저거 다이어트 한다더니 순전히 뻥이구먼. 밤마다 저거 복아 먹은거 아녀?' 물론 시선은 나에게로 올게 뻔하다. 이럴때는 빨리 자수하는게 낫다. "그래 내가 먹었다." " 아이 몰라 엄마. 도끼가 요즘 밥을 안먹어 밥에다 섞어 줄려고 사놓은 고기를 엄마 백수 아들이 다먹었어." 비참해따.. 도끼는 우리집 개새끼 이름이다. 진짜 내가 개새끼만도 못하단 말인가... 앞에 이쁘다고 한말 취소다. 오늘부터 하늘에 빌거다. 우리집 작은 딸 30살 안에는 시집가게 하지 마옵소서. 노처녀로 팍팍 늙게하옵소서.라고 눈물을 훔치며 딸딸이를 신었다. 저 개새끼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 보고 꼬리를 흔든다. 복날만 되라. 서러븐 마음으로 하늘 보고 동네 한바퀴 돌았다. 퇴교하던 여고생이 날 보더니 도망을 갔다. 내일 우리 작은딸 다니는 학교벽에다 . [이현* 샘 동생은 백수다]라고 크게 써놓아야 겠다. 졸라 쪽팔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풀렸다. 6월 10일 점점 날씨가 더워 온다. 아 잠자는데도 지쳤다. 상반기 공채인원 0 학교 교수만나 특채원서 온거있나 확인하니... "자넨가? 뭐 내 잠시 알아봐 주겠네." "감사합니다." 교수님이 전화를 걸었다. "안교수야? 나 노교순데... 혹시 일자리 원서 들온거 있나?" 뭔가 될 듯 싶었으나 교수님 왈 "없다는데!" 그래도 작년에 졸업앨범찍을려고 산 양복을 입고 외출을 하니 마음은 상쾌했다. 근데 버릇이 되어 깜박 딸딸이를 신고 나와 버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꾸 쳐다 본다. 좀 쪽팔렸다. 하지만 오랜만의 외출은 즐거웠다. 6월 11일 오늘 왠일로 울 아버지가 차를 안가지고 나가셨다. 차열쇠 복사한걸로 드라이버를 했다. 물론 이일이 들키면 며칠정도 집에 못들어 오겠지만... 무사히 동네 몇바퀴를 돌고 차를 차고에 넣었다. 치지직.. 뭔가 섬찟 한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고 백미러도 봤지만 분명히 벽하고 차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또 후진을 했다. 취지직! '이상하네 분명히 긁힌데는 없는데...' 차를 완전히 차고에 넣고 엔진을 껐다. [끼이잉...!] 내려서 확인해보니 안테나가 기억자로 꺽여 있었다. 오랜만에 차를 몰아서 그런지 레디오를 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까 그소리는 안테나와 차고 천정과의 키스소리였던것이었다. 안테나하나에 4만원이고 내가 하루에 만원씩 축낸다 치고 (방값하고 밥값을 계산하니 그렇게 나왔다.) 재떨이 두번정도는 맞을 각오는 되있으니까. 한 이틀 집에 못들어 갈것 같다. [차안 재떨이에 아버지 죽을각오는 되 있사오나... 죄송합니다.] 라는 쪽지를 부쳐두고. 바로 그백수 녀석 집으로 갔다. 근데 신창원이 잡으러 간다는 말만 주인한테 남겨두고 녀석이 방을 자물쇠로 꼬옥 잠구어 놓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거 제정신이여? 나는 어쩌라고... 흑흑. 밤에 몰래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내방에 있으면 아마 들킬테니까. 작은딸 방에 불도 못켜고 숨어 있었다. 오늘따라 작은딸이 밤11시 가까이 되도록 오지 않아서 오늘은 무사할 것 같다. '띵동!'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큰누나는 바빠서 병원에서 못올게 뻔하고 분명히 둘째딸일텐데... "다녀왔습니다." 분명히 걔목소리다. 얘가 들어와서 안말 안할 애가 아니다. [엄마 철이 여기 있어.] 분명 이렇게 소리칠게 확실하다. 그래서 문뒤에 숨었다. 그리고 작은딸이 들어와서 불을 켤려는 순간 뒤에서 덮쳤다. 한손으론 누나 의 입을 막고... 순간 누나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떠는걸 느낄수 있었다. 내가 다 겁이 날 정도로.. 몇초간 누나는 뭘 생각했을까. 궁금하다. 손을 떼고는 귀에다 속삭였다. "내다 내. 놀랬나?" 그날 밤 우리집 작은딸한테 베개가 터지도록 베개로 맞았다. 누나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거 같다. 그렇게 놀랐을 줄이야...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다음부터 이런장난은 삼가해야겠다. 가족은 가족인가부다. 그래도 아부지 한테는 안들켜 다음날 낮을 무사히 맞이할수 있었다. 6월14일 마음을 졸이던 울나라 월드컵 본선 첫경기 제발 날위해 이겨라. 울나라 16강 진출하면 일주일 더 할일이 생긴다. 새벽에 울나라 한골 넣었을때는 미친듯 열광을 했었고 그 이상한 하얀 빤스 입은 밥맛없는 멕시코 뭐 에르난데슨가 하는 녀석이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을 때 딸딸이로 땅을 쳐야 했다. 울나라 졌다. 아 울나라 예선전 끝나면 또 무슨낙으로 사나.. 6월 22일 울나라가 네덜런드한테 5대 빵으로 졌다. 분해서 경기가 끝난 해가 트는 새벽에 엄마 빨간 내복입고 동네 한바퀴 돌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집에 있는 울 누나가 아끼는 마르치스 개새끼를 한대 쥐박았다. 아침도 못 먹고 바로 쫓겨났다. 아. 과연 호떡하나도 안사들고 찾아온 나를 그 백수 친구가 반겨 줄까.. 역시 그녀석이 빈손으로 온 나를 보고 냉대했다. 새벽부터 찾아왔다고 졸라리 지랄했다. 할수 없이 그 곰팡이 핀 밤꽃냄새나는 휴지가 즐비한 그방을 청소해주고나 서야 잘수 있었다.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다. 대낮에 낯선 동네를 한바퀴 돌수도 없었다. 내 자신이 개만도 못한 호떡만도 못한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리고 여자빨간내복입고있다고 이녀석이 변태라고 놀렸다. 복수해야겠다. 6월23일 아침일찍 10시에 그가 잠깨지 않았을때 나는 그방을 나왔다. 그가 가지고 있던 200그람 상당의 쌀과 남아있던 라면3개와 함께.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김치국물은 그 유일한 외출복인 노란 츄리닝바지에다 부어버렸다. 씻고 말리고 할려면 한 이틀 못나올것이고 식량도 없으니 굶을것이다. 나를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준것이 틀림 없다. 개한대 쥐어박은게 이렇게 사태가 클줄이야.. 아버진 어디서 구해왔는지 플라스틱재털이 열개를 열심히 닦고 계셨다. 들어가다 바로 도망을 쳤다. 열심히 연습을 했건만 역시 딸딸이 신고 달리는건 힘들다. 쫓아오는 아버지가 던지신 3개의 재떨이중 하나를 맞고 나서야 난 딸딸이와 훔쳐 들고온 라면3개 그리고 쌀봉지를 버리고 도망을 갔다. 애구 배 고파라. 오늘은 놀이터 벤취밑에서 자야겄다. 날씨도 따뜻한데 뭘... 저녁 무렵 어렴풋이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어떤녀석을 보았다. 흠찟놀라 숨었는데. 역시 딸딸이에 빨갛게 물든 노란추리닝 저거 냄새도 심할텐데.. 그녀석이었다.. 지사는데서 예까지 올려면 적어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 많은 쪽팔림을 견뎌냈다는건... 저 새끼는 인간이 아니다. 날 잡으러 온게 틀림 없는데... 우리집쪽으로 씩씩거리며 가는게... 에구 그나저나 울아버지가 저녀석을 만나게 될거고 내일도 집에 못들어가겠다. 맨발로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나.. 함부로 개는 절대로 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너무 어이없이 져버린 우리축구대표팀이 야속했다. 6월 24일 어제 진짜로 놀이터 벤취에서 잤다. 사람들이 왜 신문지를 덮고 자는지 이제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완전히 이슬에 축 젖어 있었다. 어제 재떨이 하나더 맞더라도 라면만은 챙겼어야 했는데... 호주머니에는 디스한갑과 750원이 있었다. 아침은 먹어 본지 오래지만 그건 자면서 시간을 보낼때의 일이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굶는건 고스톱 치면서 세번연속 굶는거보다 더 속쓰리다. 어제저녁도 굶었으니... 이돈으로 빵이나 하나 사먹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딩들이 퇴교 만 하면 이돈은 금방 만화방에서 짜장면 시켜먹어도 될 정도의 돈으로 불어 난다. 나에겐 짤짤이라는 무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꾹 참았다. 아침은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면서 그렇게 보냈다. 드디어 초딩들이 하나둘 퇴교를 하기 시작했다. 멤버들 몇명이 보였다. 손에 동전을 쥐고서 걔네들한테 흔들어 보였다. 맨날 꼴아 바치면서도 도박의 유혹은 컸나부다. 놀이터 철봉밑에서 짤짤이를 했다. 코흘리게 돈을 따먹는다는게 마음이 아팠다. 애들은 손이 작아서 몇개를 졌는지 훤히 보이기 때문에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지만 당장 닥친 생계문제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애들 돈이 거의 사라 져 갈 무렵... 귀야븐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빠 돈따먹기하면 엄마한테 혼나." 여기 멤버중 한녀석의 여동생인가 부다. "애들은 가라." 순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너무 예뻣다. 한 예닐곱살 정도로 보였는데 나의 가슴에 '뿅'이라는 못을 박아버렸다. 그래서 생계문제도 잊고 그애의 오빠한테 돈을 다몰아 잃어 주었다. 그녀석은 입이 함지박만해져서 집으로 갔다. 물론 자기동생을 데리고 말이다. 멀리서 그녀석과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잘가 처남. 내일봐.' 내마음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나이 몇인가? 만으로 25살아닌가. 잊어야지... 오늘밤 놀이터 벤취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은하수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아니지 서울엔 은하수가 안보이지. 오렌쥐주스에 먹물탄 듯이 뿌연 수은등하늘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아련히 떠오른다. '안돼 잊어야해...' 그녀를 잊기위해 난 맨발인것도 잊은채 쓰린배를 부여잡고 찡그린 얼굴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그때 그 고딩인것 같은 소녀가 또 놀라 도망을 갔다. 언젠가 한번 붙잡아서 절대 치한은 아니고 단지 백수일 뿐이라고 알려주어야 겠다. 6월 25일 도저히 그녀를 잊을 수 없다. 20살 나이차이는 별개 아니라고 점점 생각이 굳어져 간다. 정말 내가 왜 73년도에 태어나 이런 시련을 갖게 된걸까? 18년만 젊었어도... 내가 백수가 아니될수 있었고. 그녀와의 사랑 때문에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또 그녀를 못잊어 동네를 한바퀴 뛰었다. 그녀 생각하다 만화방 보조간판과 정면 충돌했다. 졸라 아팠다. 단골집 만 아니었어도... 25살 백수의 시련은 너무도 컸다. 도저히 이 짝사랑을 못견뎌 그녀 집 벽에다 락카로 **는 내꺼. 찝적되거나 껄덕되는놈 죽어. -이현*- 이렇게 큼지막하게 낙서를 했다. 6월26일 울나라와 벨기에전을 틈타 나흘만에 집에 들어갔다. 이슬맞고 굶주리고 나는 더이상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다행히 울나라가 동점골을 넣어 별탈없이 잠자리에 들수 있었다. 일본도 지고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