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렴 2

장은경20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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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렴 2

12월의 어느 날

며칠 후.

"위이잉~ 위이잉~ "

내 휴대전화가 진동을 울리며 책상 위에서 흔들린다.

'041이면. 천안인데 혹시?'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장은경씨 핸드폰이죠?"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넘어 들려온다.

"네 맞는데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네 저는 …….천안신안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 근무 중인 유병* 라고 합니다, 편지 보내셨죠?"

"네. 보냈는데,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내 가슴은 갑자기 난타를 치듯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시어머님께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쓴 편지, 그 편지에 대한 답변인 셈이 아닌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에서 우러났고 내 손으로 자필 편지를 키보드를 두드리며 썼고, 그 약속을 실천 하려 했다.

"어? 이상하네요. 제가 분명히 메일 보냈는데 못 받으셨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메일 확인을 해 봤는데 안 왔던데요?"

"장은경님 메일 주소가 영어소문자 제이, 이, 케이. 오, 숫자 일 이 공 공 이 야후(jek012002@yahoo) 아닌가요?"

"아……. 아니고요 영어 소문자 제이, 이, 케이, 숫자 공 일 이천이번 야후)(jek012002@yahoo) 이거든요."

수화기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편지 받자마자 메일 보냈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저도 얼마나 연락 기다렸는지 몰라요 혹시라도 제 뜻이 왜곡 되게 느끼셨을 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초조의 나날을 보냈다고요"

메일을 계속 기다렸다.

내 뜻을 오해해서 받아들이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기 때문에 계속 긴장을 했었다.

"아하하 사실은 제가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면서 이렇게 편지를 받는 게 사실 처음이라서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어? 그래요? 저는 그렇게 해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요?"

의외였다. 그런 사람이 나 하나 밖에 없다니.

이 세상에 존재 하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갑자기 들면서 왠지 모를 허탈감마저 밀려 왔다.

"하하 글쎄요. 지금도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요. 어쨌든 좋은 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제가 메일로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혹시 거래하시거나 자주 가시는 은행이 어디신가요?"

"농협이요"

"그럼 농협으로 알려 드리면 되겠네요."

"아. 네 그래 주시겠어요?"

"나이도 많지 않으신 거 같은데 정말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님 말씀대로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천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릴게요."

"아유 별 말씀을요 금액이 적어서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렵죠."

속상했다.

내 한계가 그것 밖에 안 되서 저액으로 도와주는 게 미안했다. 남편의 빚만 없었어도.

"그 분들은 금액으로 좌우 하지 않고 도와주시는 분께 언제나 항상 마음으로 감사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나 행복하세요."

"네 그럼 자동이체로 하는 방법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네 그럼 ."


안녕하세요. 장은경님

저는 사회복지과에 근무 중인 유*호라고 합니다.

보내주신 편지 정말 잘 읽어 보았어요

솔직히 당황되어서 앉은 자리에서 3번이나 읽어 보았답니다.

그렇게 편지가 온 경우도 처음이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님의 조심스러운 마음에 찐하게 감동을 받고, 도우려는 마음에 찐한 감동의 물결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언제나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요즘 실정에 늘어나는 국민에 비하면 공무원 수는 적어서 업무량 과다와 함께 연말과 감사로 인해 다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편지를 읽고선 정말이지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절로 났던 거 아시는지요?

우선은 농협 **** 이고요 이름은 김**이라는 여자 아이예요

복자 여자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 두고 지금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동생은 두 명이 있고요

농협에 가셔서 자동이체 신청을 하시면 되는데요.

수수료는 안 들고요 님께서 지정하시는 날짜에 한달에 한번씩 자동이체로 빠져 나가게 되는 거지요.

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인해 언제나 따뜻한 일만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행복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내가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도움을 주는 아이, 그 아이는 김희경이란 예쁜 이름을 가졌다.

물론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분명 이름처럼 예쁜 아이 이리라.

내가 그 아이에게 매달 도움을 주는 금액은 정말 미미하다. 하지만 난 뿌듯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래도 뭔가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어준 것 같은 느낌에 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 할 것이다.

그 행복에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보편화 되고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전

중학교 때 복자 여중을 나왔는데 그 곳은 수녀님이 몇몇 과목을 가르치셨다.

학년마다 다르지만 1학년 때인가 어쨌든 국어는 수녀님이 가르치셨었다.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수업을 하다가 자기 어렸을 때는 연필이 새끼손가락 보다 짧을 때까지 썼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낭비가 심하다고 하셨다

그 때 내 짝꿍이 나를 가르치며

“선생님 제 짝꿍도 새끼손가락보다 짧은 연필 써요"

“그래? 어디 봐봐?”

하여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건 그냥 새끼손가락보다 짧은 연필이 아니라, 거기에 모나미 볼펜을 끼워 만든 연필이었다.

난 지금도 연필이 짧으면 모나미 볼펜 껍데기에 끼워서 쓰곤 한다.

만드는 방법은 쉽다.

연필 뒷부분 한 일센지 정도를 얇게 다듬어서 볼펜 껍데기에 끼운 후 견출지로 말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근검절약을 강조하셨고, 직접 새끼손가락보다 짧은 연필을 나처럼 볼펜에 끼워 쓰셨었다. 심지어 풀을 사 달라면 밥풀로 붙이라 하셨고, 주스 먹고 싶다면 물을 먹으라 하셨다. 그런 아버지한테 난 또래 같지 않은 근검절약을 배웠고 내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몸에 베이게 했었다.


(퍼 옴-내 싸이월드에서)


2005년 4월 4일

신안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님께 내가 보낸 메일

토요일 3시 퇴근을 하고 터미널에서 내려 동아아파트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어요.

한 3시 40분쯤 됐을까요?

(4월 2일) 꽃샘바람으로 인해 매우 짜증이 났고 바람은 회오리바람으로 먼지가 무척 날렸지요

어느 할머니가 길에서 (터미널에서 갤러리아백화점 주차장을 지나 블록 2~3개 지나서 김밥나라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냉이와 상추를 팔고 계시더라고요

저보고 "천원어치만 사줘"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 지갑에 삼천 오십 원 있었거든요

제가 워낙 돈을 안 가지고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요.

"네 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이천 원어치 사면 더 좋고,"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전 월요일 회사 가는 710번 일반버스 값 950원은 남겨 놓아야 되서 멈칫 했죠

통근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월요일은 업무상 다른 날 보단 일찍 가야 하거든요

"네 이천 원 치 주세요,"

라고 말을 했지요.

봉지를 쥐어 달래면서 각질과 꽃샘바람으로 인해 얼어붙은 손으로 상추를 조심스레 정성껏 봉지에 넣어 주시더라고요

"할머니 추우신데 그냥 한 주먹만 주세요."

라며 말을 했지요.

"아녀 더 줄께 봉지 가까이 대봐"

그러더니 더 주시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

재빠르게 말하자 저를 보시며 멈칫 하시더라고요

“그것. 저 주지 마시고 그것도 파세요. 안녕히 계세요……”

더 주려고 하는 거 받지도 않고, 멍한 표정을 한 할머니를 뒤로 하고, 도망치듯 그 곳을 뛰어 나왔어요.

집에 오니 상추가 한 15개 정도가 있더라고요

그러더니 문뜩 생각났어요.

'3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에게 정말 용돈 한번 드린 적이 없구나.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님께 정말 용돈을 거의 드린 적이 없구나."

하고 말 이예요.

제가 저번에 남편이 빚이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 한 말 기억하시죠?

그래서 *경이라는 여자아이한테 한달에 *만원씩 기부 하는 거 아시죠?

남편이 빚이 있기 때문에 남편 월급에서 제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지만 제 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거 사실 기분 좋거든요.

그리고 1~2시간 후에 롯데마트를 갔어요.

롯데 과자를 5천 원 이상 사면 뽑기를 해서 당첨 되는 게 있었거든요.

저는 아들을 놀이방에 보내기 때문에 항상 과자를 가방에 넣어 주곤 해요.

마침 아기 생각이 나서 오천 원 이상치 사고 뽑기를 했더니 2등이 나온 거예요

2등의 선물은 롯데과자 만 원짜리 과자 선물세트거든요

그래서 만원 벌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아마 착한일 했다고 하늘에서 선물을 준거 같아요.

나중에 저나 남편이 갑자기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그래서 우리 아기 (강동현 2002년12월 10일생)만 혼자 남게 된다면 마음씨 착한 사람이 우리 아기를 조금만 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살아 있는 날 까지는 언제나 항상 지켜줄 것이지만.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제가 메일을 다시 보내는 이유는 독거노인에게(소년소녀가장 돕는 거 말고요) 더 기부할 생각에 보내는 거예요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혹시 읽으셨나요?

전 그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아마 그 책 때문에 용기 내어서 이 메일을 쓰는 원인이 한 7~80% 있을 거예요

그 책의 내용 중에서 "단돈 만원이면 1달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말 정말 가슴에 와 닿네요.

그리고 제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거든요

사이버 대학으로 학점을 수강해야 하기 때문에 2백만 원이 넘게 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꼭 그래야 하는지 아니면 대학이란 곳을 다시 다녀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님은 사회복지 사니까 아시죠?

제가 귀찮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빼앗았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업무방해를 했다면 죄송합니다.

전 다만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 그랬어요.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 책에 써 있더라고요

그 분도 행복하길 바랄 거예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05년 4월 9일

신안동사무소 사회복지과 님에게 온 답변 메일

길가의 목련이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봄의 향기도 느끼기도 전에 벌써 떠나려고 준비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