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당신은 진정한 영웅” 美 전역 애도 물결

신동운20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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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속에 한 가족이 고립됐다. 두 딸과 아내를 살리기 위해 가장은 춥고 어두운 눈길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사무치는 부정(父情)만 남긴 채 가족의 품을 떠났다. 미국 서부 미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시스키유 국립공원 내 로그 강가에서 6일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지난 2일 가족과 헤어져 눈덮인 산속으로 나섰던 한국계 제임스 김씨(35)였다.

가족과 여행중이던 김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한 식당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고 다음 예정지인 골드비치로 향한 뒤 소식이 끊겼다. 실종 9일 만인 4일 경찰은 오리건주 남서부 5번 프리웨이 서쪽의 베어캠프 뷰포인트에서 차량에 고립돼 있던 김씨의 부인 케이티 김씨(30)와 4살, 7개월된 두 딸을 발견해 기적적으로 구조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틀 전인 2일 구조를 요청하겠다며 강추위와 야생동물이 우글거리는 산길을 떠난 뒤였다.

김씨에 대한 대대적 수색작업이 진행됐고 미국 언론들은 시시각각으로 속보를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도 헛되이 수색작업 이틀 만인 6일 가족들이 타고 있던 차량으로부터 멀지 않은 강가에서 동사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자제품 전문 온라인웹진 CNET의 편집장인 김씨가 가족과 함께 10박11일의 여행을 떠난 것은 지난달 17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오기로 한 27일까지 소식이 없자 CNET 직원들은 실종신고를 냈다. 김씨 가족이 25일 오후 9시 로즈버그에서 135마일(226㎞) 떨어진 골드비치로 출발한 이후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의 불행은 골드비치로 가는 지름길로 찾기 위해 산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5번 국도에서 42번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을 놓쳐 겨울철에는 폐쇄되는 험준한 국립공원 산악지대로 깊이 들어갔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눈보라가 쳤다. 김씨 가족은 베어캠프 뷰포인트 지역에서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지내야 했다.

이튿날 눈은 180㎝나 쌓였고 차는 움직일 수 없었다. 수없이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산간지역에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들은 과자와 눈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거울로 빛을 반사하고 ‘SOS’가 쓰여진 우산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진 이후에는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피웠고 서로를 껴안고 영하 7도의 강추위를 견뎠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부인 김씨는 아이들에게 모유를 먹였다.


고립 1주일째. 김씨는 결단을 내렸다. 2일 오전 7시쯤 김씨는 라이터 2개와 플래시를 들고 차를 빠져나왔다. 스웨터와 재킷, 그리고 청바지 위에 트레이닝복을 겹쳐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하지만 오후 1시까지 돌아오겠다던 그는 소식이 없었다. 경찰과 주방위군, 구조대원들로 구성된 수색대는 가족들을 구조한 뒤 국립공원 내부를 훑으며 구명용품과 비상식량, 가족들의 편지가 든 구명 패키지를 수색지역에 집중투하했다. 김씨의 아버지도 헬기를 고용해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섰다.

5일 구조대는 김씨의 운동복 바지 등 옷가지와 지도 등을 발견했다.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진 유류품들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랜드마크였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저체온증에 의한 착각으로 온기를 느껴 옷가지를 벗은 것으로 보고 그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의 예상대로 김씨는 강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족들이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너무 멀리 걸어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가 사투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가족과 친지들은 망연자실했고 미국 전역에서 위로와 격려가 쇄도했다. 김씨의 친구들이 개설한 웹사이트에는 세계에서 수천명의 네티즌이 방문해 그의 생환을 기원했으며 사망 이후에는 ‘제임스는 우리들의 히어로(영웅)’라는 애도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김씨 가족들은 6일 성명을 통해 “제임스를 생환시키기 위해 모든 이들이 보여준 헌신적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위험을 무릅쓴 여러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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