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미얀마 ‘야만의 커넥션’]두 얼굴의 한국

최병길200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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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민주·인권은 외면 군부정권과 ‘검은 거래’-

[韓·미얀마 ‘야만의 커넥션’]두 얼굴의 한국

한국정부는 과연 아시아에서 인권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지, 한국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가 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군사정권에 무기공장을 불법으로 판매한 사건을 계기로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살펴본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 포탄공장을 수출한 사건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뒤로 경제적 이익만 챙기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을 비판해 왔다. 우선 부패한 독재 정권과는 일사불란한 사업 처리를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는 ‘검은 거래’가 불가피하다. 그 사업내용이 어떻든 독재정권과의 거래 자체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지난 7월 미얀마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쉐 장군의 딸 결혼식에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보내온 선물의 액수가 우리돈으로 5백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북한과 함께 최빈국으로 꼽히는 나라로 1인당 국민소득은 172달러(2005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군부세력에게는 돈이 넘쳐난다.

전략 물자 불법 수출로 적발된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미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천연가스 개발 건으로도 국제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아왔다. 가스개발은 전략무기 수출처럼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미얀마 민주화 활동가들은 “군부는 외국 기업 투자로 인한 이익을 무기 구입 등 정권 유지에만 사용하고 있다”면서 “외국기업이 버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비민주적 군부 정권을 지원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스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국제 인권단체 ‘지구의 권리’(ERI)의 캐럴 랜슬리 부사무국장은 “한국 기업과 정부는 가스 개발로 많은 돈을 벌지만 이는 버마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정작 버마인들은 한국에 아무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한국이 독재정권 아래 있을 때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는데 지금 한국 정부가 미얀마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한국이 미얀마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韓·미얀마 ‘야만의 커넥션’]두 얼굴의 한국 대우 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서부 해안에서 개발중인 ‘슈에’ 가스전의 모습.

이같은 주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최근 천연가스 판매처 협상을 진행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북서부 해안에 있는 ‘A-1’광구 사업권을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이곳에서 상업성 있는 가스 매장량을 발굴했으며 현재 중국, 인도 등과 판매협상 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가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판매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스 운반 방법은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운반하는 방법과 배로 옮기는 방법의 두 가지다.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경우 미얀마 군부 정권에 인한 인권 유린 가능성이 높다. 10여년 전 미국과 프랑스 기업이 미얀마 남부 해상에 있는 야다나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서 미얀마 군부 정권에 의한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투자하는 기업은 군부 정권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 군부는 개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자국민의 재산을 빼앗아 사업을 지원하고 강제로 개발 현장에 동원한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스전 같은 자원개발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위험이 큰 특성상 정부가 지원을 한다. 따라서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개발 사업의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10% 투자지분을 갖고 있다. 이 사업의 지분 60%를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현재까지 투자한 7천만달러 중 60%는 한국석유공사가 융자해 준 자금이다.

그러나 회사와 한국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 대우인터내셔널 홍보담당 상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할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만을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건설이 확정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현지조사를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측은 “민간기업의 투자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동남아과 담당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 고용인을 탄압한다면 개입할 수 있지만 미얀마 정부가 자국 국민에게 하는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한국·미얀마 관계도 한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시 국제 무대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 석방 등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에서는 아시아 민주화를 위한 역할이 거의 없다. 경우에 따라 아시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9월 핀란드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노대통령은 “미얀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별적으로 어떤 제재를 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인권문제를 이유로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국제 사회에서 합의된 보편적 원칙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는 유엔 결의안 등 여러 국가들의 공동 행동이 있을 때만 이름을 올릴 뿐, 독자적으로 미얀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태도이다.

국제사회에는 기업의 투자에도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를 비롯한 국내 시민단체들은 외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미얀마 투자 기업을 비판하는 시위를 세계 각국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그런 흐름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미얀마에 대해 일부 경제제재를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미얀마 정부에 강제노동 폐지 등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군사독재 국가와 거래하는 것은 버마 민주화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고, 이는 곧 아시아 민주화와 인권시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