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세정, 할까 말까?

김순규2006.12.12
조회9,467

여러모로 남자와 다른 여자의 몸이다보니 세수만 하면 그만인 남자들과는 달리 그곳(^^)도 가끔 씻어 주어야 한다. 질세정은 성관계 후나 생리끝에만 하는 걸로 아는 여성들도 의외로 많아서 외래에서 질세정에 대해 설명하면 어머나 그렇게 하는 거였어요 하고 놀라는 경우도 많다.

 

질은 길이 7-10cm 정도의 원통형 기관으로 피부가 아니라 점막으로 덮여 있고 두세가지의 분비샘이 있어서 항상 촉촉하다. 애액이라고도 하는데 옳은 표현은 아니다. 그냥 질분비물이다.거기에다가 자궁경부에서도 약간의 분비물이 나와 늘 축축하다고 불평하는 여성도 가끔 있다.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하루에도 두세번 팬티를 갈아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특유한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서양에서는 치즈냄새 같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징어 냄새 혹은  생선비린내 같다고도 표현하는데 이 냄새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질염의 증상이라고 여겨서 무조건 비누로 씻어내려다 낭패를 보기도 한다.

 

문제는 다른 글에서도 여러번 말한 바와 같이 외음부나 질이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하던 우리네 오랜 관습 때문에 질염이 있거나 냉이 심해도 혼자만 끙끙 앓는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질염은 산부인과 외래 완자의 20-30%를 차지할 만큼 흔한데 대부분은 30-40대 기혼 여성들이다. 그러면 20대 여성들은 또 처녀들은 질염에 안걸린다는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좀 적게 걸리고, 또 걸리더라도 혼자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질세정, 할까 말까?

 

 

   질염을 설명할 때 필자는 흔히 감기를 예로 들곤 했다. 병이 생기는 원리나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감기와 마찬가지로 질염은 밖에서 들어오는 병이라기 보다는 내 몸이 약해지거나 균형을 잃을 때 생기는 병이라고 보아야 한다. 질에는 정상상태에서도 약 7-10가지 정도의 세균들이 서식한다. 이를 정상세균총(normal flora)라고 하는데 이 정상세균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맑고 냄새도 약한 분비물이 유지된다. 그런데 항생제를  과다복용하거나 다른 병으로 몸이 약해질 때, 그리고 질세정등을 잘못하거나 하면 이 세균들 사이의 균형이 깨어져서 병원성(병을 일으키는)이 있는 종류의 세균이 과다 번식하고 좋은 세균(질속에도 유산균이 있다)이 줄어들면 분비물이 많아지고(냉) 색이 누래지거나 냄새가 나기도(대하)하는 것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가렵고 냄새가 심해지며 심하면 외음부에 피부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치료는 외래에서 질을 소독하거나 스스로 질정(질에 손가락으로 밀어넣는 알약, 지노베타딘이 대표적이다)을 넣기도 한다. 경구항생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피부연고 처럼 질속에 밀어넣는 주사형태의 항생제 연고도 있다.  보조적으로는 유산균액을 질에 넣거나 유산균과 비타민C등을 알약형태로 만들어서 넣기도 한다. 재미있는 논문 중에 요구르트를 질염치료에 썻더니 효과가 좋아다는 내용을 읽은 적도 있다 ^^

 

병원 치료의 결점이라면 주로 항생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병이 생긴 결과 즉 비정상세균의 과다 번식은 해결하지만 정상세균총의 균형을 다시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인데 이를 위해서는 위에 말한 대로 유산균을 질속에 넣어주는 방법도 있고, 심지어는 요구르트를 많이 마시라고 처방하기도 한다.

 

재발이 워낙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감기예방과 같다고 보면 된다. 평소 건강한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하고, 손을 씻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세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옳바른 질세정일까?

 

1.소변을 볼 때마다 질세정을 한다는 분을 본적도 있는데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다. 대체로 하루 한번 자기 전에 하면 충분하다.

 

2.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기구를 쓰는 것 보다는 손으로 하는 것이 좋고, 질에서 항문쪽으로 씻어야 한다(항문에는 이런 저런 세균들이 많다).

 

3.비누나 식초를 쓰는 것은 별로 권하지 않으며 특히 비누거품을 내서 세정하는 분들은 질염환영이라고 써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비누는 외음부가려움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4.질속으로 손가락을 넣는다는 환자들도 자주 접했는데 이 역시 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며 질 속은 씻을 필요가 없고, 굳이 그러고 싶을 경우에는 약국에서 파는 질세정기구(두쉬, douche)를 구입해서 쓰는 것이 좋다.

 

5.질세정제를 쓰는 것이 좋은데 현재 시중에 3-4가지 제품이 나와있다 .약국에서 많이 취급하는데 샘플을 써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필자의 환자들에게는 summer's eve라는 수입제품을 많이 권했었다. 클리노산이라는 수입품도 있는데 조금 강한 편이라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40-50대 여성들은 백옥생이라는 한방제품을 많이 쓰는 것을 보았다. 최근에는 유산균과 세정성분을 혼합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단다.

 

흔한 병이나 증상일수록 이런 저런 민간처방도 많고 나름대로의 비방도 있기 마련이다. 또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되는 경우도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슬비에 바지 젖는 줄 모른다고, 작은 증상을 무시하면 나중에 큰 병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으니 여성들이여, 병원가기 귀찮다고 혼자 어찌해보려 하지 말고 단골산부인과를 꼭 만들어두자 .요새는 여성의원으로 간판을 달아서 들어가기에 덜 쑥스럽게 친절한 배려를 하는 곳도 늘었다!

 

다음 글에서는 질염의 종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