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바/라/기 ---- 5막 6장

박대용200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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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여행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막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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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추워지자 시은이가 감기에 걸렸다.

  약을 먹었지만 한데서 장사를 하기 때문인지 감기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정우는 독서실에 왔다갔다하기 귀찮아서 집에서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은근히 귀에 거슬렸다.

  "누나, 노점 좀 이제 그만하면 안 돼?"

  정우는 상체를 틀며 못마땅하다는 투로 물었다.

  "그게 그렇게 싫니?"

  시은이가 밭은 기침을 하며 반문했다.

  "그래! 싫어."

  "그래도 노점이 보기보다는 수입이 괜찮아. 자리도 잡혔고‥‥‥."

  "누나, 솔직히 말해 봐. 감춰 놓은 돈 있지?"

  "많지는 않아."

  "그래도 조그만 가게할 돈은 될 거 아냐?"

  "‥‥‥."

  "누나, 알부자라고 소문 났더라."

  "다 헛소문이야."

  "누나! 이제는 돈도 좋지만 남의 눈도 좀 생각하고 살자, 응?"

  "노점상이 그렇게 못할 짓이니?"

  "나쁘다는 건 아냐. 단지 좋아 보이지 않다는 거지."

  "정우야, 누나가 노점하는 게 그렇게 눈에 거슬려?"

  "응."

  "‥‥‥ 생각해 볼게."

  "정말이다?"

  "알았어."

  시은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정우는 돌아앉아서 책을 보았다. 다시 시은이의 밭은 기침소리가 들려 왔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시은이가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갔다.

  공부를 하다가 정우는 목이 뻐근해서 길게 기지개를 켰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시은이가 보이지 않았다. 퍼뜩 자정이 다 돼서 시은이가 밖으로 나갔던 사실이 떠올랐다. 시계를 보았다. 어느덧 새벽 4시였다.

  '어디를 간 거야?'

  정우는 은근히 걱정이 돼서 밖으로 나가 보았다.

  대문을 나서니 어두운 골목 저편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 왔다. 정우는 살짝 고개를 내밀고 내다보았다. 시은이가 가로등 아래에서 잔뜩 웅크린 채 서성이고 있었다.

  '젠장!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짜증이 울컥 치밀었다. 기침소리가 공부에 방해되면 어련히 알아서 독서실로 갈 텐데 왜 힘들게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우는 부를까 하다가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가지고 대문을 나섰다. 시은이는 여전히 가로등 아래서 서성이고 있었다. 정우는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갔다.

  "정우야? 너 어디 가니?"

  시은이가 깜짝 놀라며 등뒤에서 물었다.

  "독서실에."

  정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이 시간에 뭐하러 가? 조금 있으면 학교에 가야 될 텐데‥‥‥."

  시은이가 뒤에서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공부하다 곧장 갈 거야."

  "아침밥하고 도시락은?"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정우는 퉁명하게 쏘아붙이고는 뛰기 시작했다.

  독서실에서 잠깐 공부를 하다 보니까 금세 일곱 시가 되었다. 학교에 가려고 책가방을 챙기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돌아보니 독서실 총무였다.

  "밖에 나가 봐. 여자친구가 찾아왔어."

  "여자친구?"

  정우는 지현이 왔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시은이가 보온병과 도시락을 들고 서성이다가 반색을 했다.

  "정우야, 이거 받어. 김밥이야. 두 개 싸 왔으니까 하나는 지금 먹고, 하나는 점심때 먹어."

  "이런 거 뭐하러 싸 와? 컵라면이나 하나 사 먹으면 되는데‥‥‥."

  "나, 간다!"

  시은이가 손을 흔들고는 종종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갔다. 밭은 기침소리가 공룡의 발자국 소리처럼 쿵쿵 올려 퍼졌다. 

 

 

 

 

저기, 얼굴을 떨구고 서있는 해바라기 보이니?

내 인생은 해바라기였어‥‥‥

너만 바라보고 산 해바라기.

내게 넌 해였고, 구름이었고, 비처럼 쏟아지는 햇살이었어.

이제 나도 고개를 숙일 때가 된거야.

사랑해, 사랑해, 슬픈 내 인생처럼!

 

 

 

[KIES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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